[인터뷰] 이용우 “공정한 감세혜택 ‘텍스 크레딧’ 총선공약 추진”
“한화 RSU 배당해 ‘루프홀’ 발견, 아주 잘 한 것”
스톡옵션 52만주 대신 여의도行 택한 카뱅 CEO
신혼 증여세 공제 보완할 ‘세금 마일리지’ 제안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 ‘개인채무자 보호법’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제한법’ ‘신혼부부 세금 마일리지(Tax credit)’
정치인 이용우의 입법 궤적은 그가 4년 전 여의도에 등장했을 때만큼 독보적이다. 그는 카카오뱅크 스톡옵션 52만주를 포기하고 민주당의 영입제안을 수락했다. 반(反)시장 정당을 탈피하겠다며 당이 삼고초려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였다. 카뱅은 이듬해 8월 국내 인터넷은행 최초로 상장했다. 이 시기 정치권은 대선 경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극심한 계파 갈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계파의 그늘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경제분야 입법에 몰두했다. 총 138개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수정안을 포함해 24건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회기 절반이 넘도록 법안 한 건 통과시키지 못하거나 일부 문구만 바꿔 ‘꼼수 발의’를 한 의원이 100여명에 달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여야를 통틀어 이 의원의 성과는 눈에 띄는 수치였다.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이들에게 다소 낯설던 ‘정치인 이용우’의 이름은 그런 식으로 각인됐다.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났다. 직전 본회의에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된 후 첫 언론 인터뷰였다. 이 의원은 “배임의 이슈를 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준 것”이라며 “은행이 선제적으로 일정 요건이 되는 사람들의 채무를 줄여주면, 자연스럽게 채권이 상각되고 이익이 줄어들어 법인세 감소 효과를 얻게 된다”고 했다.
이 법은 ‘공포 후 9개월’이 지나면 시행된다. 통상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안이 공포일 1년 후부터 효력을 갖는 것에 비해 이른 시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자 ‘카뱅 CEO’ 출신 이 의원이 여야 간사 및 금융기관을 직접 만나가며 조율한 결과다. 당초 은행 측은 바뀐 요건에 맞춰 규정 및 전산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며 ‘1년 이상’을 요구했지만, 이 의원이 ‘신속한 준비’를 설득해 9개월로 앞당겼다고 한다.
ㅡ그동안 의원이 ‘취약차주와 은행의 윈-윈 제도’라며 수차례 강조했던 개인채무자보호법이 통과됐다.
“이 법의 핵심은 ‘돈을 갚기가 어려운 상황이니 채무를 조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개인 채무자의 기본 권리로 인정하는 거다. 금융기관은 거기에 응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선 대손충당금이 줄고, 손실이 발생하면 이익이 줄며 법인세도 줄어든다.
국세청으로부터 대손상각 규정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이 승인한 사안에 대해선 모두 인정할 수 있다는 답변도 받았다. ‘실현가능성’ 있는 보호장치를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봤다. 법이 통과되기 전에 전직 금융지주 회장, 신임 내정자와 셋이 식사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그런 게 가능하다면 저희도 정말 하고 싶다. 제도만 좀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ㅡ그런데도 이제야 통과된 이유는 뭔가. 지난 국회 때 발의했다 좌절되고, 결국 금융위 제정안으로 올라왔다.
“왜냐하면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말이 자꾸 나왔다. 코로나 사태 때 아시아나 항공 등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기업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채무를 조정해줬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때도 그런 식으로 기업 채무를 조정했다. 그런데 왜 개인에게는 안 해주나. 왜 개인에게만 모럴 헤저드를 문제 삼는가.
가계부채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면, 당연히 조정할 수 있는 거다. 특히 대출금 연체가 발생했을 때, 전부가 아닌 연체 부분에 한해서만 이자를 붙이도록 제한하는 것도 이번 법에 규정됐다. 만약 20대 국회에서 통과됐다면 코로나 사태가 왔을 때 많은 사람을 보호할 방법으로 쓰였을 거다. 안타까운 지점이다.”
ㅡ현행 ‘이사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사들의 부당한 결정을 견제하자는 목적인데, 기업들은 부담이 된다고 한다.
“법무부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조만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한 번 될 거다. 다만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크지 않은 것 같다. 내년 총선에 다시 국회에서 일할 수 있게 되면, 다시 발의를 해서 추진할 거다. 물론 그때까지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 변동이 있을 테지만.
나는 이 이슈를 계속적으로 살려나가려 한다. (국회 일정상) 다음 국회 때 발의하더라도 이미 법사위에서 논의가 됐던 속기록도 있으니 분명 동력이 될 거라 본다. 내년 임기 종료 전까지 상임위가 또 열리니 최대한 이슈를 살릴 수 있도록 할 거다.”
ㅡ21일 본회의 때 ‘신혼 증여세 공제’ 반대토론을 했다. ‘텍스 크레딧’을 대안으로 낸 이용우 의원이 직접 나온다 하니 당시 원내지도부가 ‘비상’이었다더라.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심사소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가 계속 ‘그렇게 하면 세수가 너무 부족해진다’고만 했다. 제일 마음에 안 들고 짜증나는 소리였다. 3억원씩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는 일부 가구에만 혜택을 주는 건 결코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저출산이 국가적으로 정말 중요한 당면 과제라면,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는 공정한 세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임무다. 그렇게 증여를 해줄 수 없는 가구주와 부모는 왜 배제하나.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긴 하지만, ‘그래도 야당 의원으로서 본회의 토론은 한번 해봐야겠다’ ‘속기록에는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반대토론을 신청했다. 물론 내가 ‘반대’라는 단어는 전혀 안 썼다. 그런데도 그날 표결에서 ‘찬성’이 160표밖에 안 나왔다. 여야가 합의했고, 저는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이기에 기권을 누르긴 했다. 그러나 많은 의원들이 그날 제 토론을 듣고 공감을 해서 ‘반대’ 또는 ‘기권’ 했다는 뜻이다.”
이 의원이 제시한 대안은 ‘텍스 크레딧’이다. 결혼하는 부부에게 일정 수준의 세금 마일리지(예시로 1000만 원)를 동일하게 주고, 신혼 5년 간 소득세 또는 양도세를 비롯해 각자의 상황과 처지에 맞는 세금을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이 의원은 “증여 받을 형편이 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균등하게 혜택을 받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안”이라고 했다. 다만 기재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ㅡ국회 차원의 추가 논의가 가능한지 궁금하다. 민주당 내부에선 어느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됐나.
“토론 이후에 원내대표도 ‘이용우 의원 의견에 공감한다’고 말씀하시더라. 다만 이런 실제적 문제를 일찍 인지하고 일찍 대처했으면 좋았겠다면서 내년 총선 공약으로 같이 만들어 보자고 했다. 우리 당이 경제 정책을 다룰 땐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합리적인 것들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상속·증여세를 포함해 세제 전반을 손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상속·증여세가 높다고 하는데, 단순히 높다, 낮다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가별로 소득세는 높고 상속·증여세는 낮은 나라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우리나라는 일종의 과세로 포착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는 인식 하에, 한 사람의 소득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시점을 ‘상속할 때’로 본다.
상속·증여세를 부과할 때 상속인이 낸 종합소득세를 세액공제 해주자는 안도 제안한 적이 있는데, 여러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일단 세제 개혁에 대한 용역이라도 먼저 제대로 해야 한다.”
ㅡ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제한하는 법 개정안도 냈다. 상장사협회 측에선 제도 경직화, 경영권 방어 수단(자기주식 처분) 빼앗기라며 우려한다.
“복잡할 게 없다. RSU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동일한 제한을 받도록 만든 법이다. 상장사의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에게는 못 주도록 하고, 스톡옵션을 줄 때는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절차를 명확히 하라는 뜻이다. .
RSU가 재벌총수 승계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이 많은데,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경영진을 확보하고 회사에 오래 머무르게 하려는 원래 취지에 맞도록 제도를 마련하려는 거다. 경영권 방어수단이 반대 이유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이 말은 ‘우회로 대주주 지분율을 확보하는 데 이걸 쓰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ㅡ최근 본회의를 통과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성과조건부주식’이란 말이 나온다. RSU와 개념은 같은데, 제한 규정을 벤처기업에만 적용했다. 결국 이 대상을 확대한 게 상법 개정안이라고 보면 되나.
“사실 벤처기업법 표결 때 나는 반대를 눌렀다. 시비를 떠나 법 체계상 ‘상법 위반’이다. 전체를 규율하는 것을 개별법을 통해 자꾸 빠져나가게 만들면 구멍이 생긴다.
우리나라 세법만 봐도 그렇다. 개별법으로 조세를 감면할 수 없고, 조세특례 조항을 하나로 모았다. 그게 기본 취지다. 일단 법은 하나로 모으고, 어디서 빠지는지를 봐야한다. 그 많은 경우에 개별법이 자꾸 들어가는 건 적절치 않다는 원칙을 말하는 거다.”
ㅡ한화그룹 장남이 스톡옵션 대신 RSU를 받았다. 어떻게 보나.
“이건 꼭 적어달라. 한화는 굉장히 잘 한거다. 전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법에 빠져 있는 루프홀(Loophole, 제도의 허점)을 발견했지 않나. 합법이다. 그 루프홀을 메꿀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제 임무인 것이다. 그런 루프홀이 생기는 걸 막는 게 정치이고 입법이다.
우리나라 세법이 그렇게 돼왔다. 삼성, 현대 이런 대기업에서 루프홀을 발견하면 그 다음에 세법이 고쳐지고, 또 발견하면 세법이 고쳐지고 이런 식의 과정을 거치는 거다. 현행법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걸 발견한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이유는 없다. 사실 ‘능력 있는 것’ 아니냐. 경제 문제를 자꾸 도덕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
ㅡ지역구(고양시 정)에선 ‘일산테크노밸리’ 내 기업 유치가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과 협상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그동안 일산테크노밸리에 삼성바이오로직스 R&D 센터를 유치하는 걸 목표로 삼성과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그런데 국방부에서 ‘최전방 근처에 최첨단 전략 산업 센터가 들어오면, 군사 작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래서 용인으로 간 거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이 송도에 있는데,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같은 회사의 원천 기술을 배워서 개발하는 걸 목표로 R&D(연구개발) 센터가 소규모로 붙어 있다. 이걸 일산테크노밸리로 가져오자고 제안했다. 삼성에선 ‘확정은 안 됐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문제는 내년 후반기 쯤에는 윤곽이 나올 거라고 본다. 일단 테크노밸리를 착공하는 과정에 구획 정리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메디컬 바이오, 그린 바이오(유기농 등)처럼 시장이 큰 분야의 기업들을 본격적으로 유치하려 한다. 제 지역구가 쌀까지 나는 도·농 복합 지역이다. 바이오 관련 기업이 들어오기 매우 좋은 조건이다.”
ㅡ상대 정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체제가 출범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첫 일성은 어떻게 평가하나.
“실망스러웠다. 70년대생이 그리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이 무엇인지 그 방향과 그림을 이야기 했어야 한다.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86운동권 청산’이 언제 적 이야기인가. 지금 우리는 최첨단 인공지능(AI), 교육 시스템, 저출산 이런 의제를 말해야 한다. 한동훈의 연설에는 그런 정책이 전혀 없었다.
여당으로서 정책을 통과시키려면 야당과 대화해야 하는데, 그런 의지도 전혀 안 보였다. 한 비대위원장이 던진 이슈 중 ‘이민청’은 정말 필요하고 괜찮은 이슈다. 그렇게 중요한 과제들에 대한 해법을 기대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처럼 보였다.
다만 우리당에도 리스크 요인이 있다. 정치권에서 ‘혁신’은 결국 ‘페이스 오프’다. 여당은 내용이 어찌됐든 얼굴을 바꾸려고 움직이고 있다. 우리 당은 그럴 자세가 돼 있나. 저쪽에서 ‘너희는 어떤 혁신을 하나’라고 했을 때 대처할 대책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그 준비가 되어있는지 의문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한나땡’ 거리고 앉아있는 건 너무 낙관적 시나리오다. 결국 시스템으로 리스크에 대처해야 한다. 우리당의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할 거다. 중요한 건 지도부가 그런 우려에 진중하게 대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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