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른 건 죄가 아냐'... 풍자, 유의미한 '여자 신인상'

트랜스젠더 방송인 풍자가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지상파 연말 시상식에서 성소수자가 트로피를 받은 건 처음이라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지난 29일 오후 '2023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풍자는 여자 신인상 주인공으로 호명됐다. 예쁜 드레스를 차려입고 왔지만 수상을 예상하진 못한 듯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 중인 송은이 양세형 유병재 등도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무대에 오른 후 눈물이 터진 풍자는 뒤돌아 눈물을 흘렸다.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마이크 앞에 선 그는 "진짜 받을 줄 몰라서 그냥 짬뽕 먹고 왔는데 너무 감사하다. '전참시'에 촬영 가면 반겨주시고 예뻐해 주시는 선배님들, 우리 구라걸즈의 이국주·신기루 언니, 항상 친구처럼 저를 예쁘게 만들어주시는 우리 팀 감사하다"라며 매니저를 향해서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풍자는 "아직도 사실 집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설움이 있을까 배제당할까 걱정하시는 아빠에게 '저 이렇게 사랑받고 있고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트랜스젠더 유튜버로 주목받은 풍자는 지상파 예능까지 진출해 전에 없던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거침없는 입담과 솔직한 매력, 남다른 친화력으로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이끌었고, 처음엔 다소 거부감을 갖던 시청자들까지도 팬으로 만들며 마성의 매력을 과시해왔다.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한 풍자는 MBC '세치혀' '전지적 참견시점', MBC 에브리원 '성지순례' 등에서 활약했다. MBC는 풍자의 재능과 노력을 인정하고 여자 신인상을 수여함으로써 성소수자를 향한 열린 시각을 보여줬다.

방송사와 대중이 성소수자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음은 홍석천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 커밍아웃을 했던 성소수자 홍석천은 당시의 분위기 탓에 오래 방송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후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다시 시작했지만 연말 시상식에서 그의 모습을 보긴 어려웠다. 하지만 홍석천은 지난 7월 열린 2회 청룡시리즈 어워즈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메리퀴어' MC로 남자예능인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이라도 멋진 시상식 자리에 선 아들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루게 됐다. 잘 견뎌주신 엄마 아빠 사랑한다. 더 열심히 살겠다. 게이 아들이 부끄러우셨을 텐데 티 안 내고 당당하게 교회 나가 기도해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수상은 못 했지만 30년 방송 생활에 큰 추억을 만들어주셨다. 사실 앞으로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오늘 기회로 다시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밝혀 감동을 선사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