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자라고 불신의 눈초리도" 사회안보의 숨은 조력자들
"사회복무요원과 복무기관 담당자가 서로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하면 분명히 감정충돌은 줄어들어요. 정시 출퇴근, 사전 허가를 통한 휴가 등 기본적인 지침을 잘 지켜 복무한다면 복무 중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은 상호 구축된 신뢰 관계 속에서 원만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성일 강원지방병무청 복무지도관이 말한 사회복무요원과 복무기관 간 갈등 관리 방안이다.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명된 분야인 '사회안보'의 숨은 조력자가 있다. 정신건강의학 등 사유로 결정되는 보충역인 사회복무요원의 고충을 들어주고 복무기관 내의 갈등을 조정하는 복무지도관이다.
30일 병무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 14개 지방병무청에서 110명의 복무지도관이 사회복무요원 5만3000여명, 복무기관 1만2000개를 관리하고 있다. 복무지도관 1인당 약 500~600여명의 사회복무요원과 120여 개의 복무기관을 관리하고 있다. 복무지도관은 일반행정직, 임기직, 공무직으로 구성돼 있으며 임기·공무직 복무지도관은 사회복지, 상담 등과 관련된 분야의 경력이 있거나 관련 자격증 보유여부 등을 고려해 업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선발된다.
복무지도관은 병무청 내에서도 높은 민원 강도와 잦은 출장 등에 따라 업무 강도가 높은 직군으로 꼽힌다. 병무청의 2018년 '사회복무제도 운영성과 진단 및 제도혁신 방안' 정책연구 결과상으론 복무지도관 1인당 적정 관리인원이 300여명으로 책정된 것을 감안하면 많은 인원을 관리하고 있다. 오전에는 실태조사 대상 기관의 사회복무요원 근무 현황, 근태 등과 개별 면담기록 등을 확인하고 오후엔 복무기관을 현장 방문해 면담하는 업무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민영 서울지방병무청 복무지도관은 "방문 면담을 갔을 때 위협적인 발언과 행동을 하기도 하는 등 정신적으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민원이 많다"며 "처음에는 제가 여자이고 어려보이니 기관 담당자들이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병무청을 대표해서 기관을 상대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정확한 안내를 하려고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 복무지도관은 청소년 교육상담학과를 졸업하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인터넷 중독 프로그램 개발 등을 담당한 경력이 있다. 이렇게 쌓인 경험은 연령층 대부분이 청년인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배경이 된다. 최 복무지도관은 최근 개별 면담기록을 검토하던 중 복무태도가 불량했던 사회복무요원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무청에서 지원하고 있는 사회보장서비스 연계를 통해 상담을 지원하기도 했다.
최 복무지도관은 "사회복무요원의 연령대가 대부분 21세~24세로 최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지만 반대로 업무 수행력이 높아 본인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잘 해낸다는 특성이 있다"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사회복무요원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복무기관 담당자나 복무지도관이 해 줄 수 있는 것을 안내해 명확한 업무지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신건강 사회복지사로 10여 년간 지역 정신건강센터, 자살예방센터 등에서 근무한 김 복무지도관은 우울증으로 복무에 어려움을 겪던 사회복무요원을 상담한 것을 계기로 20대 청년의 어려움을 고민하면서 복무지도관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김 복무지도관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20대 청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허투루 지나친다면 나중에는 심각한 개인적 손실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의 경험을 살려 평소 사회복무요원들을 만날 때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부터 김 복무지도관이 근무하는 강원지역에서는 사회복무요원을 대상으로 우울척도 검사를 실시해 조기에 고충을 발견하여 주기적 상담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에서 "정신건강 문제는 사회안보에 해당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정신건강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련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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