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군단의 2024 '非常'이냐 '飛上'이냐 [S 스토리]
주축선수 평균나이 올라가며 ‘약체’로
육성 무관심·세대교체 실패 내리막길
오랜 인고 끝 다수 유망주 육성 성과
팀 부진에도 문동주·노시환 고속 성장
새해 ‘만년 하위권’ 오명 벗을지 관심
최근 15시즌 프로야구 한화 성적을 훑어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 기간 한화가 최하위에 그친 것만 8차례요, 패보다 승이 많았던 시즌은 2018년 단 한 해뿐이다. 성적이 처참하니 온갖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2020년에는 1985년 삼미가 세운 리그 최다연패 기록과 같은 18연패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프로야구 역사상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연패 기록도 세웠다.
‘연패’라는 단어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연달아 우승했다’는 의미고 나머지는 ‘연속해서 졌다’(連敗)는 뜻이다. 언제 사용하느냐에 따라 뜻이 완벽하게 갈라지는 이 단어 앞에 주어가 ‘한화’로 붙을 경우 헷갈릴 일이 없다. 1986년 창단한 이글스가 40년 역사를 가진 프로야구에서 1999년 한국시리즈(KS) 우승을 경험한 게 전부기 때문이다. ‘야구는 잘 몰라도 한화는 못한다는 건 알고 있다’, ‘한화가 약세라 달러가 강세다’ 등 한화를 향한 온갖 밈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글스가 찬란했던 시기
물론 한화도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창단 초창기, 전신인 빙그레 시절엔 그랬다. 1986년 리그에 뛰어든 빙그레는 2년 차인 1988년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올랐고, 이때부터 1992년까지 5년 새 모두 4차례 KS 무대에 진출했다. 특히 1992년은 빙그레가 정점에 오른 해였다. 이정훈과 이강돈, 장종훈 등이 버티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송진우, 이상군, 한용덕 또 신인 정민철 등이 있는 마운드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 이 시즌 빙그레는 리그 최초로 80승 고지(81승43패2무)를 넘어서며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2위 해태와 10.5경기 차이가 날 정도였다. 팀 홈런은 리그 1위였고, 평균자책점도 리그에서 유일하게 3점대(3.68)를 기록했다.
이후 한화는 약체가 됐다. 주축 투수들의 나이가 문제였다. 2006년 불혹인 송진우를 비롯해 정민철, 구대성, 문동환 등 팀 중심 투수가 모두 40세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 시즌 한화는 KS에 진출한다. 바로 ‘슈퍼 루키’ 류현진의 등장 덕분이다. 이 시즌 28차례 한화 선발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201.2이닝 동안 800타자를 상대하며 204탈삼진을 빼앗았고 18승6패를 거두며 한화를 이끌었다. 이 효과에 가려 한화는 세대교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글스의 심장 같은 선수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예정대로 한화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야왕 신드롬’을 일으켰던 한대화 전 감독이 애써 봤지만 우승을 갈망하는 여론은 너그럽지 못했다. ‘한화는 KS 우승 전력’이라던 ‘우승청부사’ 김응용 감독도,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 구단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던 ‘야신’ 김성근 전 감독도 어쩔 수 없었다. 김성근 전 감독은 구단과 마찰까지 일으키며 결국 경질됐다.
한화는 예정대로 수베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2년간 최하위에 머물렀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갔다. 드디어 리빌딩 마지막 해를 맞은 2023년 한화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됐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내야와 외야를 오갔고 타순도 여전히 변화가 심했다.
한화는 기다리지 않았다. 더는 실험적인 야구 없이 선수들에게 위닝 스피릿을 심어 주겠다며 수베로 전 감독과 이별을 선택했다. 이 자리는 최원호 감독이 채우게 됐다. 마찬가지였다. 한화는 2023년 최하위를 면했지만 10위 키움보다 덜 졌을 뿐 나란히 리그에서 가장 적은 58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그렇다고 한화가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24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희망으로 가득하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얻은 수많은 유망주의 성장 덕분이다. 관리를 받은 문동주(20)는 미래 한국 야구대표팀 1번 선발로 손색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고, 홈런왕에 오른 노시환은 리그 MVP급 활약을 펼치며 내년을 기대케 했다. 여기에 한화는 문현빈(19)과 김서현(19), 황준서(18) 등 재능이 충분한 선수를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하며 가능성을 키웠다. 또 지난 시즌 FA 시장에서 채은성을 영입한 한화는 안치홍(33)까지 품으며 전력을 보강했다.
한화 관계자는 “그동안 기다려 준 팬들을 위해서도 내년엔 반드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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