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식품업계의 깊은 고민
매년 연초부터 주요 기업 가격 인상 나서
정부 물가안정 압박…내년엔 쉽지 않을 전망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1월은 '올리는' 달
한 해의 끝이 다가왔습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로 찾아오는 2024년을 준비해야 합니다. 여느 날과 똑같은 하루지만, 묵은 것을 치우고 새 것을 들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기업도 사람과 같습니다. 올 한 해를 잘 정리하는 동시에 내년을 잘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지난달부터 쏟아져나왔던 임원 인사가 대표적입니다. 올해의 성과를 판단하고 내년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새 얼굴들을 영입합니다.
식품업계에서는 '가격 점검'도 연말연초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입니다. 주요 식품 기업들이 가장 많이 가격 인상을 결정하는 시기가 바로 연초와 명절입니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가장 적기 때문입니다. 특히 1~2월은 연말연시가 지나가자마자 설이 찾아옵니다. 가격을 올리기에 '최적의 시간'입니다.
지난해 1~2월로 시계를 돌려 볼까요. LG생활건강과 롯데칠성이 각각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가격을 올렸습니다. 빙그레도 아이스크림 가격을 20%나 인상했죠. 파리바게뜨는 95개 제품 가격을 6.6% 올렸구요. 국내 1위 생수 삼다수도 9.8%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롯데리아와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도 가격표를 새로 고쳤습니다.
2024년은 다를까
그런데 내년엔 조금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연말 분위기가 예년같지 않습니다. 기사 제목에 '새해부터 인상' 같은 제목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일반적으로 업계가 연초 가격을 올릴 때는 연말에 미리 인상 시기를 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엔 이런 사례가 드뭅니다. 최근 가격을 올린 bhc 정도가 눈에 띄는 인상 사례입니다. 오히려 내린 곳도 있죠. 소주업계가 일제히 출고가를 낮췄습니다. 주세 규정이 바뀌면서 내년부터 세금이 줄었기 떄문인데요.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지난주부터 선제적으로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여름에도 농심과 오뚜기, 팔도, 삼양식품 등 라면 4사와 SPC,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등 주요 제과·제빵 기업들이 가격을 내렸죠.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가 철회를 한 곳들도 있습니다. 오뚜기, 풀무원 등 내로라할 식품 기업들이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가 이를 취소했습니다.
내년 가격 인하를 공언한 곳도 있습니다. 오리온은 올 여름 초코파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되면 가격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들어 밀가루와 튀김유 등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갔던 만큼 내년엔 가격 인하를 기대해 볼 만합니다.
통제와 꼼수
1년 만에 바뀐 기업들의 태도가 온전히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거나, 업황이 너무 좋아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정부의 물가안정정을 위한 압박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부터 '범부처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하며 강도 높은 가격 통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생활물가 그 자체인 식품업계는 최우선 관리 대상입니다.
마음 놓고 가격을 올릴 수 없게 된 식품업계의 선택은 '슈링크플레이션'이었습니다. 가격은 그대로 두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꼼수'입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내년 1분기 중 슈링크플레이션 방지책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기업들의 그 다음 카드도 이미 예상되고 있습니다. 원재료 함량을 줄이거나 저가 원재료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정부의 가격 통제 시도가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분별한 가격 인상을 옹호하자는 건 아닙니다. 어려울 땐 올리지만 잘 된다고 내리는 기업은 없다는 지적도 옳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실적 하락을 지켜볼 기업은 없습니다. 기업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춰 결정했을 가격 인상을 '보이는 손'으로 찍어 누르면 결국 언젠가는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용량이 줄고, 품질이 떨어진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입니다. 내년,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 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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