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색약 때문에 경찰 꿈 포기했어요”…색각이상자 도울 방법은?

변문우 기자 2023. 12. 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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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로리》 등 매체 영향으로 주목…장애 경계선에 있어 지원도 ↓
서울 용산구의회서 지원 근거 마련…“색약자 안내표지선 등 도입”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제가 왜 어렸을 때 미술시간을 싫어했는지 생각해봤다. 제가 적록색약이다. 제가 색칠한 그림을 보고 선생님이 '장난치지마'라며 꾸중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 때문에 이후 미술 시간에 대한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방송인 신동엽)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글로리》를 비롯한 매체의 영향으로 색각이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색각이상은 색을 완전히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과 일부를 구분하지 못하는 '색약'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의료 기관으로부터 이상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색을 구별할 수 있지만 비슷한 계열의 색상을 구별하기 어려워 일상에서 많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일부 색각이상은 《더글로리》의 인물 전재준과 딸 하예솔처럼 유전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선천적 색각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약 10명 중 1명꼴로 존재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선 남성의 5.9%, 여성의 0.44%가 선천적 색각이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남성의 색각이상 비율은 8%, 여성은 0.5% 수준이다. 유전학적 이유로 남성의 유전 확률이 더 높은 셈이다.

색각이상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은 상당하다. 일부 색각이상자들은 교통 신호의 구분이 흐릿하게 돼 안전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또 직업적 제한도 생긴다. 시각적 요소가 중요한 디자인 직군은 물론, 신체검사에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는 경찰·소방관 등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색각이상자들은 본인의 불편이 사회에서 주홍글씨처럼 낙인찍히는 것을 꺼려 평생 숨기는 경우도 있다.

선천적 색각이상은 특별한 치료법도 없다. 《더글로리》의 전재준처럼 색이 들어간 콘택트렌즈나 안경을 착용해 색각이상 부분을 보조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색약렌즈나 연관 보조 의료품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색각이상은 일반적 장애에는 포함되지 않는 경계선에 있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색약렌즈도 100만원 넘어…사각지대 해소해야"

이에 지자체에서도 색각이상자들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회의 윤정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색각이상자들도 일상 속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안을 제정했다. 해당 조례안은 구내에 '유니버셜디자인'을 도입해 색각이상자들의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과 지원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용산구의 지원 사업에 색각이상자 전용 안내 표지선 조성과 색각이상 검사 진단 지원에 관한 사업, 시력 교정제품 구매 지원에 관한 사업 등의 포함이 추진된다. 색각이상자도 구별이 가능한 색을 안내표시선에 반영하고, 시각적 증상 완화가 필요한 일부 색각이상자들을 대상으로 시력 교정제품도 지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윤 의원은 지난 27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조례안의 취지에 대해 "색각이상자들은 장애로 인식되지 않는 경계선에 있어 많은 불편을 겪음에도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까지 포함해 사회 모든 구성원의 일상생활에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는 배리어프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윤정회 서울 용산구의회 의원 ⓒ윤정회 의원 제공

해당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색각과 관련해 각종 매체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색약교정 안경 등 보조품도 검색해봤는데 비용이 100만원이 넘어서 놀랐다.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보조 의료품도 구매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소방공무원이나 비행조종사 등 관련 직군의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도 색각이상으로 시험조차 못 보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 같은 색각이상자들이 겪는 사각지대를 보완하려는 취지에서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정책과 관련해 참고한 예시 사례가 있었는지.

"서울시의 베리어프리 정책 중 하나인 '유니버셜 디자인'과 '안전디자인'에 대해서 자료요구 등을 하며 자세히 알아 보았다. 해당 정책들은 반응이 좋아서 사업의 범위가 점차 확대 되고 있다. 다만 해당 사업들은 포괄적인 법률과 조례안은 있으나 색각이상자들만을 위한 조례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해당 조례안을 용산구에서 먼저 시작해보면 더 널리 공유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제정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책 지원을 할 계획인지.

"사실 일각에선 색각이상이 장애에도 포함되지 않는데 지원을 해주는 것에 대해 형평성 문제가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결국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들인 만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이상자라는 이름 아래에서 그 어떤 도움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미 다수의 기업들과 재단에서는 색각이상자들을 위한 사업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용산구에서는 색각이상자들을 지원 할 수 있는 다방면적인 방법들을 고민하기 위해 우선 그에 따른 연구조사들을 시행해 볼 계획이다."

이외에도 베리어프리 사업과 관련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책은.

"구상 중인 핵심 정책은 유아차, 휠체어, 어르신 모두가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용산 전역을 베리어프리존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선 구내 상징 거리인 용리단길 부터 시작하고 싶다. '턱없는 거리'와 '턱없는 상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또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관심이 많다. 해외 사례처럼 관내 홍보물에 휠체어장애인, 시각장애인, 다양한 모습의 사람을 표현하는 그림을 넣어 실생활 속에서 천천히 인식 개선이 될 수 있도록 하나씩 시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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