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승 위해 꼭 필요한 건 ‘기본기’ 그리고… [ESC]

한겨레 2023. 12. 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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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운동 풋살
자신의 장점 집중하는 것도 중요
올해 참가한 7개 대회, 4회 입상
2월에 첫 대회…곧 동계훈련 돌입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에서 열린 풋볼팀 알레그리아에프에스의 송년의 밤.

#오늘하루운동 풋살

팀 스포츠를 하는 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 행사가 있다. 회식, 엠티(MT), 그리고 송년회! 우리 팀도 지난주 송년의 밤을 가졌다. 팀원들과 함께 올 한 해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올해의 풋살 어워드’도 진행했다. 질문은 모두 여섯 개, 각자 쪽지에 무기명으로 적어 내도록 했다.

① 올해, ○○할 때 나 좀 멋있었다? ② 나에게 알레(우리 팀 이름)란? ③ 2024년에 나는 ○○(이)다(예시: 알레의 홀란드) ④ 올해의 명장면 ⑤ 올해의 이불킥 ⑥ 올해의 (풋살적) 깨달음.

다소 진부한 질문이지만 은근히 팀원들의 답이 궁금했던 질문(나에게 알레란?)엔 이런 답이 달렸다.

“일주일 동안의 기대다”, “2023년 최고의 선물이다”, “인생이다”.

풋살 어워드 진행은 내가 맡았는데, 답변 쪽지를 한 장 한 장 열어보면서 “에이, 뭐 이렇게 재미없는 답만 했냐?”며 위트는 없고 진정성만 가득한 팀이라 투덜댔지만 뒤늦게 따뜻하고 묵직한 답들을 되새겨보니 감동이 몰려온다. 누군가의 기대가 되고 선물이 되고 그것도 모자라 인생이 될 수 있다니! 정말 영광이고요….

‘육각형 선수’가 되고 싶은데

서로에게 ‘기대’였고 ‘선물’이고 ‘인생’이었던 우리는 2023년 한 해 7개의 대회에 출전했고, 그중 4개 대회에서 수상했다. 준우승 두 번, 공동 3위 두 번! 출전한 대회 중 절반이 넘는 대회에서 3위에 드는 성적을 거뒀으니 꽤 자랑스러운 결과다. 고생한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내년엔 기필코 우승컵을 들어 올리리라 다짐해 본다.

올해는 신입 팀원도 6명이나 늘었다. 사실 믿기지 않아 지난 출석부를 다시 뒤져 보았다. 연초부터 ‘드래곤볼’ 모으듯 하나둘씩 팀원이 늘어난 게 보인다. 다들 어느새 팀에 잘 녹아들어 오래전부터 함께해온 느낌인데, 올해 마지막 신입 팀원인 슬기와는 발을 맞춘 지 겨우 3개월이 되었다. 더 커진 팀, 끈끈한 분위기. 내년의 우리가 기대되는 이유다.

송년회 자리가 무르익자 팀뿐만 아니라 개개인에 대한 결산도 시작됐다. 주장 은비가 감독님에게 물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내년에 딱 하나 집중해서 성장하려고 하면 뭘 해야 할까요?”

“기본적인 게 지금보다 훨씬 늘어야 해.”

채찍뿐인 우리 감독님의 답변답다. 볼멘소리로 합창하는 우리에게 감독님은 덧붙였다.

“내가 원하는 대로 공을 컨트롤하고, 간수할 수 있고, 패스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지 그다음 단계를 이야기할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아직 그 기본이 완전히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있어?”

일동 시무룩. 아니, 그건 저희도 알아요. 안다고요! 족집게 과외 모르세요? 그럼에도 각자가 기준 삼을 성장 포인트 하나는 짚어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너무나도 뼈를 때리는 말에 아파하면서도 질문의 요점을 추려서 다시 물었다.

“그래도 어느 한 부분에 집중해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자기가 잘하는 것, 장점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겠지.”

‘오…진부한데?’ 싶으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육각형 선수’라는 표현이 있다. ‘위닝’, ‘피파’와 같은 축구 게임에서 선수의 능력치는 스피드·슛·패스·드리블·수비·피지컬 6가지로 분류되고 이를 육각형으로 표시한다. ‘육각형 선수’라는 칭호는 꽉 찬 육각형, 즉 모든 능력치에서 뛰어난 선수를 호명할 때 쓰는 말이다. 감독님 말씀처럼 몇 명을 제외하곤 겨우 2~3년 차 풋살러들이 모인 우리 팀 개개인의 능력치는 아직 어떤 능력을 얼마만큼 가졌다고 표현하기 민망한 정도이다. 게임 화면에서 보이는 유능한 선수들의 큼지막한 육각형에 비교하면 손가락으로 쭈욱 확대해야 겨우 보이는 아주 작디작은 육각형일 거다. 감독님의 첫 말씀처럼 기본기를 꾸준히 갈고닦아 전체 능력치의 크기를 키울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면을 잘하려고 노력하느라 허둥대는 것보다 조금 더 앞선 한두 가지 능력치에 집중해 노력하면 더 매력적인 나만의 육각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알레란?’이라는 물음에 팀원들은 “2023년 최고의 선물”, “꼭 우승하고 싶은 팀” 등의 답을 달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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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으면 ‘게임 끝’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방식은 마음가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족한 것, 못하는 것을 더 잘하고자 노력하려면 일단 나의 모자란 모습에 집중해야 한다. 훈련할 때도 잘 안될 테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다면 노력을 이어갈 힘을 잃기 쉽다. 배로 노력해야 성장의 맛을 볼 수 있다는 건 영 괴로운 일이다. 반면에 잘하는 것에 집중해서 그 능력치를 올리는 방식은 일단 내가 잘하는 것이 있다는 자신감을 장착하고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를 붙이기 쉽다. 재미있다? 그럼, 게임 끝이다. ‘재미’만 한 동력이 또 있을까. 부족함과 아쉬움보다 재미와 성취감에 집중하는 방식이니 성과도 더 쉽게 따라올 확률이 높다.

“은선이는 전술을 이해하는 능력이 좋아. 아마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여기 있는 사람 중 빨리 이해하는 사람 중 하나일 거야. 그런데 이해한 걸 수행할 능력이 더 따라줘야 해. 공을 좀 더 잘 간수해야 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줄여야 해. 그리고 플레이의 정확도를 높여야 해. 그래야 전술 이해를 잘한다는 장점을 받쳐줄 수 있지.”

음…결국 기본기 기르라는 소리 아니에요? 족집게 과외 맞나요? 잠시 혼미해졌지만, 생각을 고쳐먹어 본다. 그냥 ‘기본기’가 아니다! ‘전술을 수행할 능력’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더 멋져 보이는 것 같다. 같은 기본기 안에서도 어떤 걸 연습해야 할지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패스의 정확도와 세기, 볼 컨트롤(특히 우리 진영에서), 시야와 움직임. 후방에서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픽소로서 필수인 능력치. 사실 풋살을 시작한 이래로 거의 계속 수비 포지션만 보다 보니 공격 능력치가 0에 수렴해 가는 것 같아 최근 슈팅과 드리블 등에도 욕심을 내고 있었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잘하는 것을 잘할 수 있도록 집중해봐야지.

송년회가 끝나고 며칠 후, 우리의 2024년 첫 대회 일정이 정해졌다. 2월4일. 그때까지 동계훈련 바짝 가는 거야!

글·사진 장은선 다큐멘터리 감독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숏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현재는 영상 제작사 ‘두마땐필름’을 운영한다. 3년 전 풋살을 시작한 뒤로 인스타그램 @futsallog에 풋살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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