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왜 13년만에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다시 지정했을까
지난 2015년 9월 유엔은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의제'(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를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17가지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제시하였다. 2023년은 그로부터 절반이 지난 시점으로, 지속가능발전 의제 이행의 중간 점검을 하는 해로 의미가 있었다.
올해 4월 유엔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Promoting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유엔 총회에서 채택하여 사회연대경제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과 사회혁신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번 결의안에서 유엔은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모델로서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정책입안 과정에서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의 참여를 독려할 것을 강조하였다.
특히 이 결의안에서 명시한 '사회연대경제'는 국제노동기구(ILO)가 2022년에 발표한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연대경제 관련 결의안'에서 정의한 것이 사용되었다. ILO는 사회연대경제를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거버넌스, 상호부조, 자율과 독립 그리고 자원과 이윤의 활용과 분배에 있어 자본보다 사람과 사회적 목적을 우선시하는 원칙에 기반하여 활동하는 기업, 단체 등을 포괄한다고 정의하였다. 이는 사회연대경제의 가치와 원칙에 입각해 활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유엔은 결의안에서 협동조합을 이에 부합하는 사회연대경제로 포함하였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연대경제
이번 결의안은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정의를 포함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어 사회연대경제의 기여를 인정한 첫 결의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이 결의안이 나오기까지 국제 사회가 합의한 수많은 결의안이 있었으며 그 중에는 협동조합의 역할을 인정한 결의안도 포함된다. 이를 통해 협동조합이 전통적인 이익 중심 기업과 달리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취약한 부문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포용적 개발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달성에 있어서도 협동조합이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2012년이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어 협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 11월 유엔은 다시 한번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2012년 이후 13년만의 '세계협동조합의 해' 지정
2023년 11월 3일 제78차 유엔 총회에서는 2025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회발전에서의 협동조합'(Cooperatives in social development)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유엔이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한 이후 13년 만에 다시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지정한 것인데, 이는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따라서 유엔 회원국 및 기타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과 사회∙경제 발전에 있어 협동조합의 기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유엔은 이번 결의안에서 협동조합의 기업 생태계를 강화하여 협동조합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빈곤 퇴치 및 교육, 보편적 의료 보장, 포용적 금융, 주거환경 개선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 보호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하고 성공적인 사업체가 될 수 있도록 각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자본 접근성, 자율성, 경쟁력, 과세 등에 있어 협동조합의 설립과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편 이번 결의안의 권장사항은 올해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발표한 정책 보고서인 '협동조합: 2030지속가능발전의제 실현을 위한 핵심 파트너'(COOPERATIVES: KEY PARTNERS IN REALIZING THE AGENDA 2030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내용과 일치한다.
ICA는 이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데 있어 협동조합의 중요한 역할이 인정받고 있으며, 협동조합 비즈니스 모델은 조합원과 지역사회의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윤리적 가치와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은 협동조합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2% 이상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300만 개의 협동조합 중 한 곳의 조합원이며, 협동조합은 취업 인구의 10% 이상에게 일자리 또는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 비즈니스 모델이 여성, 청년, 노인, 장애인 등의 사회∙경제적 참여를 촉진하여 이들에게 소득 창출 기회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한 개발에 미치는 영향의 핵심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이 외에도 협동조합을 통한 재생에너지 생산 및 유통, 기후 위기 감소를 위한 행동 참여, 공정무역, 금융협동조합을 통한 금융 접근성의 용이함 등은 협동조합이 이윤 극대화라는 단기적 목표 대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사회 발전, 환경적 책임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기여를 보여주어야 할 때
매년 7월 첫째 주 토요일은 '세계협동조합의 날'이다. 올해 협동조합의 날을 기념하여 ICA의 아리엘 과르코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경제성장과 번영이 양질의 일자리, 불평등 감소, 평화와 함께 이루어질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세계협동조합의 날을 기회로 삼아 우리가 과거에 어떻게 해왔는지, 현재에도 어떻게 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어떻게 계속해 나갈 것인지를 세계에 보여줍시다."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연대경제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이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연구자 조합원으로 이루어진 쿠피협동조합의 역할도 중요하다. 쿠피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자가진단 모델인 '쿱인덱스'(Coop-index)를 개발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조합원'인 나는 협동조합의 주인인가?)
쿠피협동조합은 '쿠피 리포트'를 통해 협동조합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역할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주려고 한다. 13년만에 돌아온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이함에 있어 협동조합의 역량을 알리고 앞으로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함께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자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 참고
- 유엔 'What are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국제협동조합연맹 11월 14일 자 'UN resolution calls for a second International Year of Cooperatives in 2025'
- 국제협동조합연맹 6월 30일 자 'CoopsDay: Celebrating the power of the cooperative business model to generate sustainable development'
* 글을 쓴 안보람 쿠피협동조합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지식생산자들이 함께 소유하고 관리하는 쿠피협동조합에서 일하며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안보람 쿠피협동조합 사무국장(coopy_co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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