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꺾인 국제유가 … “비(非) OPEC+이 생산 늘려 내년에도 안정세”

김소라 2023. 12. 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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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WTI, 3년 만에 연간 기준으로 하락
전문가들 “지정학적 리스크 크지 않으면 내년에도 하락”
피격 노르웨이 유조선 지원한 미 해군 구축함 - 피격 노르웨이 유조선 지원한 미 해군 구축함 (대서양 AFP=연합뉴스) 노르웨이 유조선 ‘스트린다호’가 11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미국 중부사령부가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 유조선이 구조 요청을 보내와 해군 구축함 USS 메이슨호가 지원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대서양에서 항해하는 USS 메이슨. [미 해군 제공] 2023.12.12 besthope@yna.co.kr (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치솟던 국제유가가 3년 만에 꺾였다. 산유국의 감산과 ‘중동 리스크’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지만, 미국과 브라질 등이 공급을 늘리고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이 경기 부진에 빠지면서 유가는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인플레이션도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국에 비해 속도는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

브렌트유·WTI 연간 10% 하락

29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거래일에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내년 3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 대비 0.14% 하락한 배럴당 77.04달러로 마감했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0.17% 하락한 71.65달러로 올해 거래를 마쳤다.

연간 기준으로 브렌트유는 10.32%, WTI는 10.73% 하락한 것으로 집계돼 2020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기준으로 하락했다. 2021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유가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 우려로 브렌트유는 10%, WTI는 7%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올해 산유국의 감산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등을 거치며 출렁거렸다. 글로벌 투자회사(IB)들은 산유국의 감산으로 연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완만한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미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석유회사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석유 공급 증가를 이뤄낸 게 배경이 됐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서방국가들이 대(對)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고 미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억제하면서도 원유 공급은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 석유회사들이 공급을 늘린 것도 산유국의 감산 효력을 떨어뜨렸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올해 하루 평균 1290배럴로 지난해보다 100만 배럴 증가해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산유국의 감산에도 유가가 지지되지 못하는 사이 아프리카 2대 산유국인 앙골라가 감산 조치에 반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하는 등, ‘산유국 카르텔’에도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이 경기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국제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골드만삭스 “브렌트유 내년 70~90달러”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야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 중 악수하고 있다. 2023.12.6 TASS 연합뉴스

주요 기관들과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비(非) OPEC+ 국가들의 생산 증가에 힘입어 원유 가갹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과 브라질, 가이아나 등 비OPEC+ 국가들의 석유 생산량이 내년에 일 평균 120만배럴 증가해 같은 기간 수요 증가분(일 평균 110만 배럴)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이 경제학자와 분석가 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브렌트유가 내년 평균 82.56달러를 기록해 지난 11월 조사에서의 컨센서스(84.43달러)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해 원유 수요가 제한되는데다, OPEC+의 감산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댄 스트루이벤 골드만삭스 석유 연구 책임자는 WSJ에 “지정학적 갈등이 크게 고조되지 않는다면 브렌트유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배럴당 70~90달러 사이를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경기 연착륙’을 달성해 원유 수요를 지탱할 가능성도 있다. IEA는 이같은 전망을 반영해 내년 세계 원유 수요가 지난 11월 예측치보다 일 평균 13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물가, 누적된 비용 압력에 더디게 둔화”

11주째 하락하는 기름값 - 11주째 하락하는 기름값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17∼2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보다 18.1원 내린 L당 1천588.5원이었다. 경유 판매가격은 직전 주보다 25.0원 하락한 1천509.6원으로 집계됐다. 2023.12.25 nowwego@yna.co.kr (끝)

국제유가의 완만한 하락세는 국내 인플레이션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5.9 하락한 1582.6원이다. 경유 가격도 9.4원 하락한 1500.1원으로 집계돼 휘발유와 경유 모두 1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둔화한 가운데,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물가상승률은 내년 말 2%에 가까워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보다 ‘에너지 충격’이 더 큰 탓에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는 속도는 더딜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원자재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데다 그간 정부가 전기·가스요금의 인상을 억누르고 유류세 인하 등을 이어온 탓에, 이같은 비용 압력이 뒤늦게 물가에 반영돼 물가 둔화를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달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중국 등 에너지 다소비 국가의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영향받아 큰 폭으로 변동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등락을 거듭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가스요금 인상폭 제한, 유류세 인하 등 정부의 정책지원으로 이연된 비용 압력이 향후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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