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퇴·비대위 수용 어렵다” VS 이낙연 “제 갈 길 가겠다”
민주당 분당 수순으로 갈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났으나 이견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이 대표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이 전 대표는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분당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이날 서울의 한 식당에서 1시간가량 배석자 없이 만났다. 이 전 대표가 이 자리에서 ‘통합 비대위’ 구성을 요구했으나 이 대표가 이를 거부했다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당원과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므로 사퇴나 비대위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신 이 전 대표에게 “당을 나가기보다는 이 전 대표가 당 안에서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부터 혁신을 통한 단합을 강조했으나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당이 그 반대로 갔다”며 “민주당이 잘 되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십년 동안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유지해야 하나, 민주당에 그런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당 안에서 민주당 정신을 지켜달라’는 이 대표 요구에 대해서는 “양당을 떠난 국민도 국민이고, 민주당을 떠난 국민도 모셔오는 것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다시 한번 (신당 창당을) 깊이 재고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국민, 당원의 눈높이에 맞춰 단합을 유지하고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당의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될 수 있고 기대치에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당을 나가시는 것만이 그 방법은 아니라는 간곡한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폭주에도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아서”라며 “이 대표에게 변화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여부에 대해 “(이 대표가) 그것을 거부했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탈당 여부에 대해선 “차차 말씀드리겠으나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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