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결국 해 넘기는 유리아스 '가정폭력' 사건

백종인 2023. 12. 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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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 가정폭력 혐의로 선수 생활이 중단된 메이저리그 투수 훌리오 유리아스(27) 사태가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다. 하루빨리 처벌을 받고, 속죄와 함께 복귀를 준비하고 싶은 당사자에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다저스 소식을 주로 다루는 매체 ‘다저 블루’는 29일(한국시간) 유리아스에 대한 사법 당국의 처리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며, 검찰은 기소 여부에 대한 타임라인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LA타임스는 LA 경찰국이 이미 이달 10일께 사건에 대한 수사 기록을 LA 지방 검찰청으로 송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9월 초 LA 인근의 한 축구 경기장에서 유리아스가 동행한 여성에 물리력을 행사한 혐의로 체포된 지 3개월 만의 일이다.

검찰도 이를 인정했다. LA 검찰청 티피니 블랙넬 대변인은 “사건 당시의 신체적 다툼이 찍힌 동영상을 포함해 관련자들의 진술 등 모든 자료를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추가 조사나 증거 확보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반적인 절차라면 이제 검찰이 사건을 기소하고,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다투는 과정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LA 검찰은 기소 여부는 물론, 구체적인 처리 일정에 대해서도 함구한 채 20일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OSEN DB

이는 유명인이 연루된 사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대중의 주목을 끄는 케이스의 경우, 검찰이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리아스에게 적용된 것은 가정폭력 중범죄(felony domestic violence charges) 혐의다. (전) 배우자, 또는 (전) 동거인 등에게 신체적 상해를 입혔을 때 적용되는 죄목이다. 법정 형량은 6000달러(약 782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상의 금고형이다.

내용 자체야 복잡할 것이 없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다루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특수 관계이기 때문에 합의나 또 다른 사정으로 인해 (피해) 진술이 뒤바뀔 가능성이 생긴다.

이럴 경우 검찰의 공소 유지가 어려워지게 되고, 자칫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된다. 즉, 유죄를 입증하지 못해 법원이 무죄 판결이라도 내리게 되면, 검찰의 신뢰도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그런 우려 때문에 접근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OSEN DB

이런 당국의 신중함이 피의자 유리아스에게는 다행스러운 면이 있다. 아무래도 여론이 잠잠해지는 시점을 기다리는 게 법정에서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법적인 처벌을 받고, 속죄한 뒤 재기를 준비하는 게 낫다는 측면이다. 나이(27세)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계속 시간이 지체되면,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만 커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MLB 사무국은 검찰의 기소 여부, 혹은 법원의 유ㆍ무죄 판단을 떠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선수노조와 맺은 협약(2015년 8월)에 따라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학대 등 3대 범죄에 대해서는 자체 조사를 통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유리아스의 첫 번째 사건이 그런 케이스였다. 당시에도 공공장소(백화점 주차장)에서 동행한 여성을 밀어 넘어트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번과 같은 중범죄(felony)는 아니었고, 단순 가정폭력(domestic battery) 혐의가 적용됐다. 그런데 검찰은 이때도 기소하지 않았다. 52주간 동종의 위법 행위를 재발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이를테면 기소유예 처분인 셈이다.

하지만 이후 MLB 사무국은 자체 조사를 통해 20경기 출장정지를 처분했다. 따지자면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았지만, ‘야구 선수로는 유죄 판결’을 받은 셈이다.

OSEN DB

이번 사건에 대한 MLB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중립적인 태도다. 행정 휴가를 통해 리그에서의 활동만 잠정적으로 금지시켰다. 본격적인 징계 절차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본 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력 매체 디 애슬레틱은 “MLB가 유리아스에 대해 2024시즌을 통째로 금지시키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FA신분이다. 만약 사건이 없었다면, 스토브리그의 중요한 뉴스 메이커가 됐을 것이다. 나이와 경력을 감안하면 2억~3억 달러의 계약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하염없이 처분만 기다리는 처지다. 게다가 처벌과 징계를 마친 뒤에도 확실한 것은 없다. 트레버 바우어처럼 될지도 모른다. 성폭행 피소 → 검찰 불기소(증거불충분)까지 8개월이 걸렸다. 그럼에도 MLB는 자격정지 2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처분이 끝나는 내년에는 복귀를 노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원하는 팀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저 스타디움과 LA 거리 곳곳에는 이제 유리아스의 흔적이 모두 지워졌다. 대신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사진과 그림, 유니폼으로 채워지고 있다.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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