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재명 변화 의지 확인 못해...갈 길 가겠다”
전격 비공개 회동했으나 갈등만 확인하고 갈라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비공개 회동을 갖고 통합 방향을 논의했지만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 전 대표는 회동을 마치고 “이재명 대표로부터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좀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탈당 및 신당 창당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표 역시 이 전 대표에게 “(이 전 대표가 요구한) 사퇴나 통합 비대위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전 대표가 그간 이 대표의 사당화를 비판하며 대표직 사퇴 및 통합비상대책위원회 요구를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연말까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했었다. 두 사람의 단독 면담은 지난 7월 이 전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만난 이후 5개월 만이다.
55분간 비공개 차담을 가진 두 사람은 굳은 얼굴로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 섰다. 이 대표가 먼저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국민들, 우리 당원들 눈높이에 맞춰서 단합을 유지하고 이번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당에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될 수 있고 실제로 기대치에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당을 나가시는 것이 그 길은 아닐 것이다는 간곡한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가능한 길을 찾아서 단합을 이뤄내고 그 힘으로 우리 국민들의 이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내야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후 이 전 대표를 바라보며 “총리님, 다시 한번 깊이 재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에 이 대표는 “먼저 갈까요”라고 말했고 식당을 먼저 빠져 나갔다.
이어 이 전 대표가 취재진 앞에 섰다. 카메라 앞에서 수초간 침묵을 지키던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형편없는 폭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늘 그 변화의 의지를 이재명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구현하고자 했던 그 가치와 정신과 품격을 지키는 것이 더 본질이라고 믿는다”며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이 지금 민주당에서 실종됐기 때문에 그것을 회복하라는 노력은 어디선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오늘 민주당의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그동안 당 안팎에서 충정 어린 제안이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응답을 기다렸으나 (이 대표로부터) 어떠한 응답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들이 ‘탈당할 것이냐’고 묻자 “그것은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좀더 가치있는 일을 위해서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요구했던 통합 비대위 전환 여부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네, 그걸 (이 대표가) 거부했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현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대표는 ‘엄중한 시기에 당 안에서 가능한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낙연 전 대표가 강조한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는 것은 당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당 안에서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낙연 전 총리는 “지난 7월 이재명 대표를 만났을 때부터 혁신을 통한 단합을 강조했으나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그 반대로 갔다. 양당을 떠난 국민도 국민이고 민주당을 떠난 국민을 모셔오는 것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민주당이 잘 되기를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수십년간 지켜왔던 가치와 품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 민주당에서 그런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나 비대위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애초 이날 비공개 회동 전부터 이 대표가 이 전 대표가 요구한 대표직 사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날 두 사람의 빈손 회동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이 전 대표의 탈당을 앞두고 양측이 마지막으로 명분쌓기용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신년 초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6선 출신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은 29일 이미 민주당을 탙당하고 이낙연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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