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쪼개고 나누고 없애고…'SBS 연기대상', 명분도 권위도 놓쳤다[초점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SBS 연기대상'이 지나친 상 나눠주기 인심으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29일 방송된 '2023 SBS 연기대상'은 상 나눠먹기, 쪼개먹기로 권위 잃은 시상식의 표본을 보였다.
SBS가 2023년 방송한 드라마는 '모범택시2', '악귀', '낭만닥터 김사부3', '트롤리',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꽃선비 열애사', '법쩐', '마이 데몬', '국민사형투표', '7인의 탈출' 등 단 10편에 불과하다.
이 때문인지 올해 'SBS 연기대상'은 단 한 편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촘촘히 나눈 '맞춤형' 시상 부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해 '어게인 마이 라이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사내맞선', '천원짜리 변호사', '치얼업', '소방서 옆 경찰서' 등을 방영한 SBS는 '2022 SBS 연기대상'에서는 '장르/판타지', '코미디/로맨스'로 나눠 시상했다.
올해는 '장르/판타지', '코미디/로맨스' 대신 '장르/액션', '멜로/로코', '시즌제 드라마'로 시상 부문을 더욱 세분화했다. '모범택시2',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낭만닥터 김사부3' 등 히트작이 모두 SBS의 효자 IP로 거듭난 시즌제 드라마라는 점에서 착안해 시즌제 드라마를 아예 시상 부문으로 만들어 버린 것.
이로 인해 일부 시상 부문에서는 후보가 단 두 명인 촌극도 빚어졌다. 여자 최우수 연기상 멜로/로코 부문에서는 '마이 데몬', '트롤리' 김현주 단 두 명이 경합을 펼쳤고, 여자 최우수 연기상 시즌제 드라마 부문에서도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공승연과 '낭만닥터 김사부3' 이성경 단 둘이 맞붙었다. 당연히 상의 감동과 권위 역시 반쪽이 됐다.
특히 '트롤리'라는 복잡한 미스터리물을 코믹 로맨스물 '마이 데몬'과 함께 후보에 올리기 위해 '멜로/로코 부문'을 만들어낸 것 역시 헛웃음 포인트다. '트롤리'는 방영 전 극에 숨은 반전을 숨기기 위해 미스터리 딜레마 멜로라는 로그라인을 내세운 바 있으나, 사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라면 스토리에 단 한 방울의 멜로조차 없고, 심지어 멜로를 할만한 남자 주인공은 시청자들을 대단히 배반하는 '뒤통수'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SBS 연기대상'은 굳이 멜로라는 이름으로 '멜로/로코' 부문으로 시상대에 이 작품을 올렸다.
거침없는 상 나눠주기 속 정작 받을만한 배우들이 외면받은 것 역시 눈길을 끈다. 대상 후보였던 '낭만닥터 김사부3' 한석규,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김래원은 불참 속 빈 손으로 돌아갔다. 김태리와 함께 '악귀' 한 축을 담당했던 오정세, '7인의 탈출'에서 김순옥 작가의 '페르소나'로 '열일'한 엄기준 등은 모두 무관에 그쳤다.
불참한 배우들에게도 상을 꽤나 준 'SBS 연기대상'으로서는 지난해 '천원짜리 변호사' 남궁민에게 안긴 디렉터즈 어워즈를 안길 배우들이 수두룩했으나, 올해는 그마저도 없었다. 2020년에는 '앨리스' 주원에게, 2021년에는 '그 해 우리는' 최우식, 김다미에게, 2022년에는 '천원짜리 변호사' 남궁민에게 PD들이 주는 상인 '디렉터즈 어워즈(프로듀서상)'을 수여했으나 올해는 상 자체가 아예 증발해 버린 것.
배우들은 "받을 줄 몰랐다", "영광이다"라고 기쁨의 웃음과 눈물을 쏟아냈지만, 'SBS 연기대상' 트로피 자체가 주는 감흥은 극도로 옅었다. 물론 드라마 제작 파이 자체가 줄어들면서 'SBS 연기대상'에게도 어쩔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존재하는 것 역시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의 자초한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수준의 상 쪼개서 퍼주기는 문제가 있다. 심지어 SBS는 가장 화제의 대상마저도 '쪼개기' 했다. 시상을 맡은 한정환 스튜디오S 대표는 "심사 첫날부터 치열하게 토론했다. 세상에는 우열을 가릴 수도 없는 일도 있다는 결론에 모두 동의했다. 보여주신 최고의 퍼포먼스에 대해서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대상을 발표한다"라며 두 사람의 공동 대상을 발표했다.
두 사람 모두가 대상감이라는 것은 모든 시청자들이 인정하는 바이나, 이처럼 재미도 감동도 없는 공동 대상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일도 있다"는 말은 궁색한 변명에 가깝다.
권위는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다. '금토 유니버스'를 만든 '드라마 왕국'이라고 자화자찬한다고 권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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