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잘 할게요" 예측 빗나간 증권사의 '반성문'

김창현 기자 2023. 12. 30.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영증권에서 "2023년 나의 실수"란 제목의 리포트가 발간됐다.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을 포함해 14명의 연구원이 2023년을 되돌아보며 본인이 담당하는 영역에 대한 실수를 복기했다.

김 센터장은 "워런 버핏은 매년 초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발송하는 주주 서한에서 늘 자신의 실수를 언급해왔다"며 "버핏의 태도를 존경하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올해 전망을 복기한다"고 리포트 발간 목적을 밝혔다.

그가 꼽은 올해 가장 큰 실수는 미국의 재정 폭주를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었다. 김 센터장은 올해 미국 경제 둔화가 불가피해 미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초과수익을 거두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는 "전망이 크게 어긋난 건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폭주를 간과한 탓"이라며 "연방준비제도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부양으로 미국 경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에 대한 사전적 단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공표했는데, IRA는 실은 보조금을 통해 글로벌 밸류체인의 인위적 재편과 정부 주도의 대규모 친환경 투자를 골자로 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인플레이션은 정치인들의 명운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경제 변수인데, 바이든 행정부가 연준의 긴축 효과를 상쇄하는 공격적 재정지출을 강행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입김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년에는 시장 이외의 변수들이 자산가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충실히 분석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중국 전략을 담당하는 성연주 연구원은 올해 중국 경기를 짓눌렀던 제로 코로나와 부동산 걸림돌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에 발표한 올해 하반기 전망 자료에서는 중국 가계 수요가 위축돼 경기 회복 속도는 느리겠지만 3분기부터 중국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수요회복 속도가 더디고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성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강도 높은 부동산 부양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부동산 경기는 바닥에서 점진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미국 금리 인상도 적정선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부동산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강했고, 미국 고금리는 오래 지속돼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을 맡은 오광영 연구원은 유럽지역에서도 ESG 역풍이 강해질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미국지역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유럽지역에서도 ESG 시장에 역풍이 나타나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내년에는 미국을 비롯해 수많은 국가가 선거를 앞두고 있어 그린래시(greenlash·녹색정책에 대한 반발)와 같은 ESG 역풍이 이어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건자재를 담당하는 박세라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붕괴로 올 한 해 건설업종에 혹한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코스피200 건설업 지수는 연초 대비 약 30% 가까이 오르는 등 상승하며 선방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1·3 부동산대책,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실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며 "상반기 내내 시장을 괴롭혔던 금리 인상 불확실성도 3분기부터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며 금리 피해주인 건설업 반등에 힘을 보탰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내년에도 건설업종에 대해 보수적 전망을 유지했다. 가계대출과 미분양에 따른 부동산 PF, 건설 부도 문제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다만 경착륙보다 연착륙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점쳤다. 그는 "시장은 문제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생명을 가지고 움직이는 존재"라며 "어려워질 것 같으며 출구를 찾아 나간다는 점에서 동적인 전망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