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은 추모였고 드레스 코드는 블랙이다. '2023 SBS 연기대상'이 고(故) 이선균의 빈소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무거운 분위기에서 동료 배우를 위한 말을 건넸다.
지난 29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 SBS프리즘타워에서 '2023 SBS 연기대상'(이하 SBS 연기대상)이 개최됐다.
이날 고 이선균의 발인이 있었던 만큼, SBS 연기대상을 참석한 연예인은 검정 드레스를 착용하고 한층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고 이선균이 참여한 드라마 '법쩐'은 추모를 위해 시상식에 전원 불참했다.
축하 무대를 맡은 화사도 긴급하게 선곡을 바꿨다. 당초 화사는 히트곡인 '칠리'(Chili)와 '아이 러브 마이 바디'(I Love My Body)를 선보일 예정이었다고. 그러나 신동엽은 "화사 씨가 화려한 무대를 준비했는데 가슴 아팠던 일로 무대를 변경했다"고 알렸으며 화사는 발라드곡인 'LMM'을 열창했다. 'LMM'은 화사가 지난 2020년 6월 발매한 첫 미니앨범 'Maria'의 수록곡이다. 컴컴한 어둠 속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을 때,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불안 속에서도 결국은 단단해지리라는 믿음을 노랫말에 담았다.
이후 배우들의 수상 소감엔 고인이 함께했다. 먼저 '악귀' 배우 진선규는 "2023년의 마지막에 아프고 슬픈 일이 있는데 조금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오래 길게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이선균의 사망 비보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최우수 연기상(미니시리즈 장르/액션) 수상한 박성웅은 "소감 보단 편지를 쓰고 싶다"며 "이제는 더 이상 아픔도, 걱정거리도 없는 평안한 세상에서 편하게 쉬길 빌겠다. 오늘 하늘나라로 보낸 날인데 형이 상을 받았다. 언제나 연기에 늘 진심이었던 너한테 이상을 바친다. 잘 가라 동생"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대상을 받은 이제훈 또한 "작품에서는 인연이 없었고, 스쳐 간 게 전부였지만, 저는 그분이 걸으신 길을 보면서 배우라는 꿈을 키웠다. 그분처럼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롤모델로 따라가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분께 저는 이 상을 드리고 싶다. 진심으로 고생하셨고, 하늘에서 평안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을 제외하면 고인의 유작이 된 '법쩐' 팀은 전원 불참한 가운데 출연 배우 문채원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SBS 측은 "트로피를 잘 전달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연기대상 말미에 "'법쩐'에 출연했던 이선균 님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했다.
한편 고 이선균은 데뷔 후 오랜 무명 생활을 지내오다가 2007년 드라마 'ㅎ얀거탑'과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얼굴을 알린다. 이후 드라마 '파스타', '미스코리아',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나의 아저씨', '법쩐' 등과 영화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끝까지 간다', '기생충', '킹메이커', '킬링 로맨스', '잠' 등에 출연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으로는 영화 '탈출 : PROJECT SILENCE'와 '행복의 나라'가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배우 전혜진과 결혼했으며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고 이선균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노상에 세워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경찰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고인은 지난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따르면 이선균은 올해 초부터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자택에서 대마초 등 여러 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 9월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선균의 마약 투약을 의심했다. 이선균은 의혹이 제기되자 A씨를 공갈 및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A씨에게 약 3억 원을 건넨 걸로 알려졌다.
고 이선균이 사망함에 따라 경찰의 마약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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