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연예인 최초' 기안84, 여혐·왕따 논란 딛고 대상 받기까지(종합)[Oh!쎈 이슈]
[OSEN=하수정 기자]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202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비연예인 최초로 단독 대상을 거머쥐었다. 천하의 유느님과 지난해 대상 수상자 전현무도 기안84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 충격적인 첫 등장
'노병가' '패션왕' '복학왕' 등으로 유명한 웹툰 작가 기안84는 2016년 처음으로 '나혼자산다'에 등장했다. N포털사이트에서 웹툰을 마감하느라 노숙하는 모습이 큰 충격과 동시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기안84의 방송 인생이 시작됐다.
기안84는 화장실에서 가위를 들로 셀프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택시에서 빗물을 받아 얼굴을 씻고, 영감을 얻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실제 그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수십억에서 수백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혼자 사는 인생은 평범한 소시민과 별다를 것 없었다. '국내 탑티어' 웹툰 작가지만 퇴근 후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그 흔한 밥상 하나 없이 맨바닥에서 깡소주와 먹는 장면은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과거 '나혼자산다'가 심각한 부진을 겪고 "요즘 '나 얘랑 논다'로 변질됐다"며 비판 받을 때도 기안84만큼은 달랐다.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낸 출연자로 부각됐다.
# 거듭된 여혐, 왕따 논란..하차 위기
하지만 위기도 찾아왔다. 2020~2021년 사이는 아마 기안84가 방송을 시작하고 가장 힘든 시기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웹툰 내용에서 불거진 여혐 논란을 비롯해 왕따 논란, 프로그램 하차설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논란이 터졌다.
2020년 8월, '복학왕' 속 '광어인간' 에피소드에는 여자 주인공인 봉지은이 회식 자리에서 상사들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배 위에 조개를 얹고 깨부수는 장면이 나왔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봉지은이 갑자기 인턴에서 정식 입사한 배경을 두고 40대 팀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했다는 뉘앙스를 풍긴 전개를 꼬집었다. 이같은 내용들이 여성의 무능함과 남성의 권력 남용을 내비쳤다는 것. 곧바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복학왕' 연재 중지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등장했다.
이어 '복학왕-전설의 디자이너' 편에는 30살 여성 노안숙이 꿈속에서 거인 우기명에게 잡아먹히기 직전, "하지마! 누나는 늙어서 맛없어"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전반적인 내용이 조롱과 왜곡된 묘사로 문제가 돼 일부가 수정 및 삭제됐다.
또한,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도 부적절하게 묘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복학왕'의 청각장애인 여성이 "닥꼬티 하나 얼마에오?"라는 대사도 모자라 "하나마 머거야디", "마이 뿌뎌야디", "딘따 먹고 딥엤는데" 등 생각도 어눌한 것처럼 묘사해 논란이 퍼졌다.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희화화한 것은 명백한 차별 행위"라며 사과를 촉구했고, 기안84는 "캐릭터 묘사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았다. 작품을 재밌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더 신중하겠다"라며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여혐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기안84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며 대사와 그림을 추가로 수정했다.
이후 기안84를 향해 '나혼자산다'에서 빠져달라며 하차 요구도 쏟아졌고, 실제로 녹화에 2주 이상 불참하면서 하차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OSEN에 "기안84가 이번 주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녹화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하차설을 부인했다.
이듬해에는 설상가상 왕따설도 터졌다.
당시 기안84의 웹툰 '복학왕' 연재 종료를 기념하며 '마감 샤워'가 마련됐다. 그러나 기안84의 공들여 준비한 '마감 샤워'에 전현무 외에 다른 멤버들은 모두 등장하지 않은 채 기안84의 허탈감으로 끝나는 깜짝 카메라가 펼쳐져 따돌림 논란을 야기했다. 이와 관련 출연진을 향한 과도한 비판이 불거지자 '나혼자산다' 측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기안84 또한 방송을 통해 "난 왕따도 아니고 잘 살고 있다. 부귀영화를 잘 누리고 있다. 피의 혈서같은 거라도 쓸까요"라고 해명했다. 이에 박나래는 "복숭아 나무 앞에서 도원결의라도 할까요?"라고 말했고, 기안84는 "한날 한시에 죽는다"고 받아쳤다.
# 부정적인 여론 뒤집은 진정성
기안84의 이름 앞에 '논란 제조기', '논란의 아이콘' 등의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는 진정성으로 극복해나갔다.
각종 논란에 휩싸였을 때, 56km 장거리 달리기로 재충전했다. 중간 중간 수차례 고비를 맞았지만,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고, 땀으로 온 몸이 젖고 허벅지가 쓸려도 뛰었다. 그는 "올해 많이 위축됐다. 좋은 일도 있었지만 안 좋은 일도 있었다. 위축되고 내가 많이 쪼그라들었다. 도착해서 자존감을 찾고 싶었다. '도착만하자'라는 생각이었다"고 고백했다.
'56km 달리기'는 그의 사과이자 반성이었다. 장거리 달리기 방송 후 기안84를 비난하는 여론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응원하는 메시지가 늘어갔다.
꾸밈없는 솔직한 모습으로 '날 것의 매력'을 보여주는 기안84. 실수는 줄여갔고, 대중도 늘 한결 같은 태도를 알아보고, 사랑해주기 시작했다.
# '나혼산'과 '태계일주'로 거머쥔 영광의 대상
'나혼자산다'가 다시 전성기를 찾고, 여행 예능 '태계일주'를 성공시킨 1등 공신은 기안84다. 물론 혼자서는 불가능했지만, 기안84가 중심에 없었다면 역시 불가능했다.
그는 29일 오후 방송된 '202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유재석과 전현무를 제치고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올해의 예능인상, '태계일주' 덱스, 빠니보틀과 베스트 커플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기안84는 "어릴 때부터 MBC를 재밌게 봤다. 어느 날 '무한도전'에서 유재석 형님이 웃고 있었다"며 마음의 위안을 받았던 어린시절을 언급,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효도 한 번 못 했다, 용돈도 못 드리고 돌아가셨다. 잘 된 걸 한 번도 못 밨던 아버지 생각이 난다. 내 모습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 살아생전에 잘해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어 "엄마 대상 받았어요! 제주도에 자주 못 가서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어머니 지인 아들에게 싸인을 해주는데 어떤 말을 쓸까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네잎클로버를 그려줬다. 클로버 잎이 원래 세 개인데 상처가 나면 잎이 나온다고 하더라. 다들 행운이 있는 2024년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에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즐거워해준다면 열심히 있을 때까지 있겠다. 대상 감사하다"며 뭉클한 소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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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네이버웹툰·MBC 제공, '2023 MBC 방송연예대상' '나혼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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