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다하다 설날까지 훔쳐가야겠냐?”…진심으로 분노하는 이유 [신짜오 베트남]
얼마전 유엔(UN)이 ‘음력설(Lunar New Year)’을 공휴일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제78차 유엔 총회 회의에서 ‘음력설’을 ‘유동적 휴일(floating holiday)’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기 때문이지요.
이는 음력설이 전 세계 유엔 직원들이 연중 기념할 수 있는 8번째 선택 휴일이 됐다는 의미인데요. 앞서 유엔은 유대 명절 욤 키푸르(Yom Kippur), 석가탄신일, 힌두교 명절 디왈리(Diwali), 시크교 축일 구르푸랍(Gurpurab), 정교회 성탄절(Orthodox Christmas), 정교회 성금요일(Orthodox Good Friday), 페르시아 새해 명절 누루즈‘(Nowruz)를 ’유동 휴일‘로 정한 바 있습니다.
유엔 규정에 의하면 유엔 직원들은 연중 9개의 고정 휴일과 유동 휴일을 가질 수 있습니다. 휴일로 지정된 기간에는 회의가 열리지 않습니다. 사실상 쉬는 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유엔이 이 발표를 중국어로 게시했다는 점입니다. 유엔은 성명에서 “음력설 유엔 휴일 지정 여부는 오랜 기간 중국 직원들의 관심사였습니다. 일부 중국 직원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중국설(Chinese New Year)’ 대신 ‘음력설’이라는 명칭 사용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휴일 지정에 중국의 거센 로비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유엔이 중국의 요청을 받아주자 중국은 자랑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다이빙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결정은 유엔이 중국 문화의 영향력을 반영한 것이다”고 글을 올렸죠.
사실 음력설은 중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가 아닙니다. 보편적인 아시아 문화에 가깝죠. 하지만 중국은 끊임없이 음력설을 ‘중국설’로 인식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도 ‘중국설’이라는 문구를 썼죠.
끊임없이 ‘중국설’을 주장하는 중국에 반대하는 나라가 한국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나라로 베트남을 꼽을 수 있습니다. 베트남 판 음력설인 ‘뗏’은 그야말로 베트남 최고의 명절이라 봐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는 설날때 3일을 쉬지만 베트남은 ‘뗏’ 연휴때 거의 일주일을 쉽니다. 많은 식당과 마트가 문을 닫습니다. 베트남은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모습을 하고 있죠. 이때 민족 대이동이 벌어집니다.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1000km 넘는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향합니다. 산업단지의 경우 일시적인 일손부족으로 공장을 놀려야 하는 일이 발생할 정도죠.
베트남 체류기간 느낀 ‘뗏’은 한국의 설날 훨씬 이상이었습니다. 뗏 기간동안 나라전체가 휴식에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성대하게 치르는 명절입니다.
뗏 기간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까지 택시를 부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택시를 잡지 못해 비행기를 놓칠 위기에 놓였을 정도로 ‘뗏’을 바라보는 베트남의 마음은 진심입니다. 그런데도 음력설이 중국고유의 ‘중국설’이라고 주장한다면 이것이 이치에 맞는 말일까요. 이렇게 보자면 1억명의 베트남 국민들은 중국설을 기념하기 위해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한다는 얘기인데 과연 이게 타당할까요. 실제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음력설이 중국설이다’는 얘기에 진심으로 언짢아 합니다. ‘한국의 설날이 중국설이다’라는 얘기에 한국인이 황당해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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