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도 따뜻했네'…전북에 줄 잇는 익명의 기부 천사들

정경재 2023. 12. 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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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어김 없이 찾아온 익명의 기부 천사들이 매서운 세밑 한파를 녹이고 있다.

용진읍에 따르면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않은 이 기부자는 2008년부터 16년간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나눴다.

용진읍은 기부자 뜻에 따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에게 이 쌀을 전달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이 기부자를 '얼굴 없는 천사'로 부르며 천사 축제와 다양한 재능기부 행사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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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이름 드러내지 않고 매년 현금·쌀 등 기부
완주군 용진읍 '얼굴 없는 천사' 16년째 나눔…쌀 600㎏ 기탁 [완주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한겨울 어김 없이 찾아온 익명의 기부 천사들이 매서운 세밑 한파를 녹이고 있다.

지난 26일 전북 완주군 용진읍 행정복지센터 정문 앞에 10㎏ 백미 60포대가 소복이 쌓였다.

센터 직원은 출근길에 쌀과 함께 포대 위에 놓인 손 편지 한장도 발견했다.

편지에는 '없는 자들도 동행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용진읍이 됐으면 하는 아주 작은 소망을 몇 개 놓고 갑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용진읍에 따르면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않은 이 기부자는 2008년부터 16년간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나눴다. 올해까지 기부한 쌀은 9천600㎏에 달한다.

용진읍은 기부자 뜻에 따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에게 이 쌀을 전달하기로 했다.

이튿날인 27일에는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발신인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성금을 가져다 놓았으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며 구체적 장소를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이 기부자가 말한 교회 근처에서 현금과 돼지저금통, 메모가 든 종이 상자를 발견했다.

메모에는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기부자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천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백만∼수천만 원을 남모르게 두고 갔다.

현재까지 기부한 성금은 무려 9억6천479만7천670원에 달한다.

주민들은 이 기부자를 '얼굴 없는 천사'로 부르며 천사 축제와 다양한 재능기부 행사를 열고 있다.

같은 날 전주시 호성동 주민센터를 찾은 한 기부자는 은행 봉투에 든 현금 100만원을 놓고 갔다.

'노송동 기부천사를 존경하는 전주 소시민'이라고 밝힌 기부자는 봉투에 '힘든 이웃을 돕고 싶어 아이들과 모았습니다. 장애 아이, 아픈 아이를 키우는 힘든 가정을 위해 써주세요'라고 적었다.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밖에 최근 부안군 보안면사무소에는 누군가가 감귤 18상자를 두고 갔고, 장수군 산서면사무소를 찾은 한 남성은 "생활비를 모았으니 좋은 곳에 써달라"며 만 원짜리 지폐 여러 장과 동전이 든 비닐봉지를 내밀고는 사라졌다.

벌써 24년째 얼굴 없는 천사가 다녀간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30일 "올해도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천사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그의 바람대로 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져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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