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 타격감 제로?…푸틴과 손잡은 '뒷배들' [와이즈픽]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지 공장을 러시아 업체에 매각했습니다.
수천억을 들인 공장의 매각 금액은 1만 루블, 우리 돈 14만 원에 불과합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함께 매각했습니다.
매각한 공장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제재 여파로 지난해 3월부터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현대차는 매각 조건에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러시아 재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겁니다.
하지만 상황은 2년 뒤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와이즈픽'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한국, 수출제한 대응에 놀라지 말길"…현대차, 러시아 현지 공장 매각 결정
우리 정부는 26일 대러시아 수출금지 품목에 2,000cc 이상 중대형 승용차를 추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건설 중장비, 이차전지, 항공기 부품 등 682개 품목이 추가됐습니다.
러시아는 비대칭적이라는 표현을 쓰며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놀라지 말라는 경고를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 러시아는 (한국에) 보복할 권리가 있으며 비대칭적인 방식으로 보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놀라지 마십시오.]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판매량은 무서운 속도로 추락했습니다.
2021년 24%이던 러시아 점유율은 우크라이나 전쟁 첫해인 2022년 19.7%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러시아에 대한 수출 제재가 본격화된 2023년엔 8월 기준 2.6%로 추락했습니다.
8월 판매량은 단 6대에 그쳤습니다.
이는 불과 2년 전 러시아 국민차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판매량(31,383대)과 비교해 볼 때 극적인 대조를 이룹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뿐만이 아닙니다.
도요타, 르노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일찌감치 러시아에서 철수했습니다.
서방제재 러시아서 반사이익 보는 중국과 인도
현대차와 유럽 업체 등의 빈자리는 중국이 채웠습니다.
러시아 중산층과 저소득층 사이에서 중국산 자동차가 인기를 얻으면서 러시아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글로벌데이터 오토모티브(GlobalData Automotive) 자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올해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무려 55%입니다.
2021년 점유율 8%에서 말 그대로 수직 상승한 수치입니다.
자동차를 넘어 러시아와 중국, 양국 간 무역은 11월까지 2,0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조치에 대응해 유럽산 수입 품목 대부분을 중국으로 전환한 결과입니다.
자동차부터 컴퓨터 칩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서방 제재를 무력화하는 러시아의 수출 수입 우회 전략은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산 원유 수출량의 약 90%는 중국과 인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를 주목해야 합니다.
이전에 러시아산 원유 거래가 없던 인도의 경우 불과 2년 만에 40%까지 급증했습니다.
러시아와 인도의 올해 무역 규모는 500억 달러, 우리 돈 64조 8천억 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가 예상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 러시아와 인도의 무역 매출은 2년 연속 꾸준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 속도가 작년보다 훨씬 더 빠릅니다.]
인도와 중국의 급부상 속에 40∼45% 수준이던 러시아산 원유의 유럽 수출 비중은 4∼5%로 급감했습니다.
인도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확보한 풍부한 자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간 동력이 됐습니다.
인도는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와 무기 공동 생산을 포함한 군사기술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 진영의 제재 속에 러시아의 새로운 경제 파트너로 부상하며 자국 이익을 강화하고 있는 겁니다.
인도, 러시아, 중국은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 등 서방 주요국이 참여하지 않는 국제조직의 회원국으로 묶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 물론 올해 중국과의 교역액이 2,000억 달러 정도라면 인도와의 교역 규모를 늘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입니다.]
"본격적인 다극화 시대로 진입"
최근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는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서 서방의 제재가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명확히 양분되었던 과거 냉전 시대와 달리 세계 질서가 본격적인 다극화 시대로 진입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그래픽 : 김현수(kimhs4364@ytn.co.kr)
참고 기사 :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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