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버려진 땅, 마음의 푸른 쉼터로'…전주 초록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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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치열하게 경쟁했던 보험회사에서 퇴직하고 나니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초록정원사'가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강희순(57)씨는 전북 전주시가 양성하는 초록정원사 1기 회장이다.
강씨는 "퇴직하고 내가 뭘 하면 행복할까 고민하던 중 즐거운 일을 찾다 보니 자연이었고 초록정원사가 계기가 돼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며 "마을의 작은 정원들이 더 많은 관광객을 부르고 시민들에게 여유를 줘 '꽃으로 행복한 전주'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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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 봉사활동으로 연결…고향 위한다는 보람도"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23년간 치열하게 경쟁했던 보험회사에서 퇴직하고 나니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초록정원사'가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강희순(57)씨는 전북 전주시가 양성하는 초록정원사 1기 회장이다. 전주시는 마을정원조성 사업을 위해 2019년부터 현재까지 250여명의 초록정원사 교육을 진행했는데, 강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참여했다가 5년 넘게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식물관리에 대한 이론과 실습이 끝나면 초록정원사 교육도 마무리되지만, 이후에도 초록정원사들은 각자의 재능을 도시 곳곳의 공터에 정원을 조성하고 가꾸는 봉사활동으로 연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주한옥마을에 '혼불정원', '달빛정원', '한옥윤슬정원' 등 6개의 정원 조성을 완료했는데 돌을 날라 터를 다지는 일부터 식물 식재까지 초록정원사들의 자발적인 손길 덕에 가능했다.
강씨는 "정원을 공무원들이 가꾼다면 업무의 일부가 돼버릴 것"이라며 "정원사들은 '이웃들이 잠시라도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원을 바라보기 때문에 더 섬세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초록정원사 교육을 받기 전에는 전주의 대표적 관광지인 한옥마을에서 안내 봉사활동을 했었다.
퇴직 후 보람 있는 일을 찾다가 관광객들에게 전주를 제대로 알리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봉사활동센터에 찾아가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경기전(慶基殿·사적 제399호) 입구 근처에 서서 관광객들에게 한옥마을의 지리 등을 안내하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강씨는 "초록정원사는 달랐다. 직접 정원을 조성하니 그 주변이 푸릇푸릇하게 변화하는 게 눈에 보였다"며 "게다가 전주는 도시 열섬과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데, 공터 등에 식물을 심을수록 고향을 조금이나마 푸르게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초록정원사 대부분이 같은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교육이 끝난 뒤에도 초록정원사들은 권역을 나눠 마을의 작은 정원을 손수 관리하고 있고, 뜻이 맞는 정원사들과 함께 비영리법인 공동체를 만들어 정원에 이야기를 붙여 해설하는 스토리텔링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씨는 "마을마다 초록정원사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들은 집 주변 정원을 지나칠 때마다 식물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거나 잡초를 뽑으며 돌본다"며 "만약 전주시에서 '사례를 하겠으니 관리를 해달라'고 했으면 (돈을 받는 만큼만 하고) 스스로 가꿀 때보다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웃었다.
물론 정원 가꾸기는 몸으로 하는 일이라 고될 때가 많다. 여름엔 장시간 햇볕 아래에서 땅을 파느라 옷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고 손도 흙으로 범벅이 된다.
그래도 가장 괴로운건 이렇게 힘들게 심어놓은 꽃을 누군가 뽑아갈 때였다.
그는 "꽃을 뽑아가면 안 된다는 의미로 꽃이 뽑힌 땅에 '훔쳐 간 자리'라고 쓴 팻말을 붙여두기도 했다"며 "다행히 이제는 시민들도 '함께 바라봐야 하는 반려식물'로 인식하면서 꽃을 뽑아가는 일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앞으로도 정원을 조성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고, 또 매년 개최하는 전주정원산업박람회가 열리면 봉사 요원을 자청해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식물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최근 전북대 원예치료학 석사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강씨는 "퇴직하고 내가 뭘 하면 행복할까 고민하던 중 즐거운 일을 찾다 보니 자연이었고 초록정원사가 계기가 돼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며 "마을의 작은 정원들이 더 많은 관광객을 부르고 시민들에게 여유를 줘 '꽃으로 행복한 전주'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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