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헌 "매주 300인분 도시락 나눔, 가족 모두 함께…죽을 때까지 할래요"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경 서울역 2번 출구 앞을 방문하면 일렬로 줄을 길게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CCM을 크게 따라 부르는 이들과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이들을 뒤로 하고, 모여있는 사람들 쪽으로 향하면 누군가 무릎을 꿇은 채 노숙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도시락을 나눠준다. 바로 개그맨 오지헌(44)이다.
노숙자들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며 도시락을 보급한 오지헌에게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하나 더 받을 수 있냐", "국은 없냐"며 불만을 제기하는 이도 있었다. 오지헌은 모두에게 밝은 표정으로 "부족할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이해해달라"고 차분히 설명했다.
이날은 오지헌의 친딸 오희엘(14)양이 현장에 방문해 그와 뜻을 함께했다. 희엘 양은 활동이 익숙한 듯 능숙한 모습으로 도시락을 나눴으며, 간혹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는 사람들의 손길에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함을 전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행렬이 줄어들자 쓰레기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오지헌. 이번엔 노숙자들에게 다가가 이들의 상태를 점검한 후 필요한 약을 건넸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얼굴에 특유의 친근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5K 운동이요? 죽을 때까지 해야죠"
오지헌이 소속돼 있는 기독교 단체 NCMN은 5km 반경 이내의 어려운 이들을 돕자는 취지로 시작된 5K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역에서의 봉사도 5K 운동의 한 종류라고. 2015년도에 시작한 이 운동은 전국 1050여 곳으로 퍼져나갔으며 서울에서도 183곳의 팀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랑, 동행, 변화, 기적'이라는 모토가 있다는 이 운동은 봉사자 모두가 자비로 참여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날이 추워지거나 비가 오면 양이 줄어 200분을, 여름이 되면 300인분 가량을 준비한다. 오지헌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적은 돈으로도 직접 할 수 있는, 또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다"라며 "이날은 220인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가끔은 도시락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거나, 도시락을 더 요구하는 이들로 인해 어려움이 생긴다고 털어놓은 오지헌이지만, 도시락을 받아가던 이들이 취직 소식을 들고 와 어린이 간사에게 용돈을 건네거나 직접 빨간 조끼를 입고 5K 운동에 동참하는 모습을 볼 때면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운동을 통해 오히려 받는 것이 많아요. 나눌수록 더 풍성해진단 것을 알게 됐어요. 제 삶이 풍성해지는 느낌이에요"라고 고백한 오지헌에게, 언제까지 5K운동을 할 생각인지 묻자 그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죽을 때까지"라는 답을 내놨다.
▲ "영원하고 꾸준한 것들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오지헌은 5K운동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그는 "오히려 제가 이 분들께 받은 것들이 많다"며 "이젠 길을 가다가 박스를 나르는 분들을 만나면 빵이라도 드리고 가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우리 딸도 처음엔 무서워했었는데, 활동을 통해 모두 똑같은 분들이고 각자 사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 전한 오지헌은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평온한 그의 얼굴에서 안정감을 엿볼 수 있었다.
2003년 KBS 공채 18기로 데뷔한 오지헌. 그에게 지난 개그맨 시절에 대해 묻자 "그때는 더 잘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며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은 없다. 인기는 양날의 검이고, 이제는 영원하고 꾸준한 것들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또 최근 부활한 KBS '개그콘서트'에 대해 언급하자 오지헌은 "잘 보고 있다"며 "모쪼록 후배들이 건강한 웃음을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후배 코미디언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통일 된다면…북한에 나눔 전하고 싶어요"
결혼 후 10년 간은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는 오지헌. 즐거운 아빠, 재미있는 아빠, 편안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 그는 어느덧 막내인 벧엘(8) 양까지 학교에 다니게 될 만큼 자라게 되자 "아이들도 밥차에 따라오고 있다"며 세 자매와 함께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에게 질문을 던지자 오지헌은 "아이들도 잘 키우고 있고, 개그맨으로서 재밌는 콘텐츠도 만들고 있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니 잘 살고 있다"며 삶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신,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간직해 온 바람을 고백했다.
"5K운동과 밥차 운영을 하기 시작했을 때, 사실 북한에 대한 마음이 컸어요. 통일이 되면 밥차를 가지고 북한에 가고 싶었죠. 나눔의 문화를 전하고 싶어요. 지금부터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어느 날에는 이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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