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는 안 통해' 야마모토가 마주한 선입견…다저스는 믿는다 "그런 선수 또 없다"고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마치 어른과 아이 같다. 머리 하나는 차이가 난다.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이 일본의 우승으로 끝난 뒤, 178㎝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193㎝ 거구 오타니 쇼헤이의 품에 푹 안겼다.
이때만 해도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선수였던 야마모토는 시즌이 끝난 뒤 무려 투수 역대 최장-최대 규모 계약이라는 기록과 함께 꿈의 무대에 도달했다. 그러나 여전히 178㎝라는 숫자와 싸우는 처지이기도 하다. 키 작은 선수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선입견이 만연한 가운데, 다저스는 야마모토에게 12년 3억 2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30일(한국시간) 다저스의 야마모토 영입을 이유있는 도박으로 평가했다. 다저스에서 야마모토를 가장 꾸준하게 지켜본 갈렌 카 인사담당 부사장은 178㎝라는 숫자에 매달리지 않는다. 6피트(약 183㎝)라는 기준점은 그저 착시일 뿐이라고 믿는다.
디애슬레틱은 "카 부사장은 다저스에서 야마모토를 직접 본 유일한 사람은 아니다.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 브랜든 고메스 단장이 일본 오사카로 출장을 다녀왔다. 태평양지역 스카우트 디렉터인 존 디블, 고문 스즈키 요고와 스카우트 제이슨 린도 동행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야마모토의 영상을 수 없이 돌려봤다. 오스틴 반스는 WBC에서 야마모토의 공을 직접 상대했다"며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카 부사장만큼 야마모토를 많이 본 사람은 없다"고 썼다.
카 부사장은 "야마모토는 오랫동안 자신의 수준을 유지한 선수다"라며 그의 3년 연속 사와무라상 수상을 언급했다.
사와무라상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뛰어난 선발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인데, 수상 조건에 부합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으면 수상자를 굳이 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2019년이 수상자 없는 해였다. 3년 연속 수상은 재일교포 레전드 가네다 마사이치(김경홍) 이후 야마모토가 처음이다.
그렇다고 해도 12년 3억 2500만 달러는 무모한 투자로 느껴질 수 있다. 게다가 기간과 총액 모두 메이저리그 투수 신기록이다. 디애슬레틱은 "이는 일반적으로 위험회피성향을 보였던 다저스 입장에서 상당히 큰 투자"라고 짚었다.
그러나 카 부사장은 야마모토의 특별한 면을 봤다. 그는 올해 3월 야마모토가 WBC 대표팀 캠프에 합류했을 때 슬라이드스텝을 교정한 것을 눈여겨봤다. 이미 2년 연속 사와무라상을 차지한 최고의 투수가 발전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다. 다저스는 여기에 빠졌다.
야마모토가 이어오고 있는 독특한 훈련 방식 또한 카 부사장을 매료시켰다. 야마모토는 호흡과 유연성, 코어 강화에 중점을 두고 훈련한다. 이 과정에서 창던지기 같은 다른 선수들은 하지 않는 훈련법도 동원한다.
카 부사장은 "야구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생각보다 확실하지 않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부상 빈도를 보면 누구도 우리가 투수를 위한 훈련법을 알아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애슬레틱은 지난 3월 WBC 때 야마모토의 트래킹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가 상위 20위권의 패스트볼, 최고 수준의 스플리터, 수준급 커브와 커맨드를 보유한 투수라고 봤다. 이는 메이저리그 공인구로 측정한 자료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특히 직구에서는 작은 키가 오히려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낮은 릴리즈포인트에서 나오는 빠른 공은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찾는 무기다.
키는 구위와 별개의 문제다. 단 키 작은 선수들이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요소다. 다저스의 12년 투자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일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던지던 선수가 5일에 한 번 등판하는 점은 부상 가능성을 높일지 모른다.
마침 다저스는 선발투수의 등판 간격을 잘 관리하는 팀에 속한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프리드먼 사장 부임 후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에게 다저스보다 더 많은 휴식일을 부여한 팀은 5개 밖에 없었다.
이 매체는 "야마모토는 불확실성이 큰 다저스 로테이션의 미래를 바꾸는데 도움이 된다. 구단은 그 계약을 감당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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