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분단 상처 다독이며…통일 미래 꿈꿔

KBS 2023. 12. 3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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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통일로 미래로’에선 전쟁과 분단으로 입은 상처를 치유해 나가려는 사람들, 그리고 평화와 통일의 가치를 일깨우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발굴해 소개했습니다.

처참한 북한 인권의 실상을 호소하는 탈북민도 있었고, 북한에 포로로 잡혀 고초를 당했던 전쟁 영웅도 있었지요.

특히 정전 70주년의 해여서 UN군 참전 용사들의 헌신도 여러 차례 조명했습니다.

올 한 해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방송이 나간 이후 소식을 전해온 분들이 있는데요.

최효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상흔의 기억 속에 눈물짓기도 했고, 화합의 가능성에 웃음 짓기도 했던 시간.

민통선 안에 사는 통일촌 주민들과, 가평전투를 추모하며 300킬로미터를 걸은 캐나다 군사역사학자 등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통일을 염원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풀어 놓았습니다.

[가이 블랙/캐나다 군사역사학자 : "전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전쟁은 사람이 죽는 비극이기 때문에 전쟁을 막고 평화를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2023년 올해도 통일로 미래로에선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관계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유엔군 군복 패션쇼를 열어 눈길을 끌었던 의정부시 청소년보훈외교단과 탈북민들의 북송 실태를 다룬 영화 도토리의 허영철 감독이 최근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는데요.

지난 6월, 6.25 때 군대를 보내 한국을 도왔던 16개 나라의 그 당시 군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션쇼가 열려 화제를 모았는데요.

[박소연/의정부시청소년수련관 보훈외교단 : "우리의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라는 의미를 통해서 패션쇼와 축제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행사를 준비했던 보훈외교단이 지난달 12일, 전쟁기념관에서 UN군 참전용사들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패션쇼 의상을 선보였는데요.

참전용사들과 함께한 만큼, 남다른 마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정보빈/패션모델 : "모델 일을 하면서 색다른 느낌과 경험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분들의 노고에 저희가 감사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보훈 활동에 참여하며 한국을 더욱 가깝게 느꼈다는 왁지라 씨.

[왁지라/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 "(UN군) 참전용사의 가족으로서 한국이 우리를 보훈 가족으로 생각하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들을 통해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는 시간이 되었는데요.

또 다른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지난 8월, 한여름 무더위에도 열정적으로 진행됐던 영화 촬영 현장이 있었죠.

탈북민들의 탈북 과정과 정착기 등을 담은 영화 ‘도토리’가 막바지 제작 단계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허영철/영화 '도토리' 감독 : "국내 정착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호응도가 너무 좋았고 영화 (제작을) 7개월 동안 하는데 긴 시간 불평 없이 마무리를 잘 지었습니다."]

최근엔, 감독과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무사히 마무리한 촬영을 자축하기도 했습니다.

방송 이후, 영화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허영철/영화 '도토리' 감독 : "미국 국회 의사당에서 제일 큰 극장이 있대요. (내년 3월 5일) 거기서 특별 상영하고, 5일 후에 뉴욕 UN 본부에 각 나라 대사들 50개국 이상이 모이는 것 같아요. 거기에서 특별 상영하기로 했습니다."]

국내에선, 내년 4월 개봉을 계획 중인데요.

본인 스스로가 탈북민인 허영철 감독은 ‘통일로 미래로’코너에서 탈북민들을 계속 다루는 것 자체가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허영철/영화 '도토리' 감독 : "언론에 안 나가고 숨은 탈북자들이 많아요. 그들을 발굴해서 그들의 정착 경험을 담아낸다면 통일이 된 이후에도 경제적 충돌, 문화적 충돌은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

이처럼 우리가 만나본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며 한 걸음씩 미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남한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민에게서 어울림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이들이 돌아본 2023년의 소감과 2024년의 바람 함께 들어보실까요.

연말을 맞아, 탈북민이 마련한 조촐한 모임에 제작진이 초대받았습니다.

["지금 오늘 여기서 뭔가를 준비한다고 하셔서 왔는데 벌써 노랫소리가 들리거든요."]

["안녕하세요. (피디님, 반가워요.)"]

지난 1월, 북한식 떡 맛을 소개하며, 인생 이야기를 풀어낸 이순실 씨가 준비한 자립니다.

["2023년 어떠셨어요?"]

[이순실/탈북민 : "진짜 하늘의 복이 넝쿨째 떨어진 해였어요. 올해 (출시한) 냉면이 생각지 않게 대박이 났어요. 심심한 북한의 평양 육수 맛을 깨버리고 이제는 한국 사람들 입에 맞게 한번 해보자 해서 그렇게 다 개발했어요."]

근황을 풀어낸 순실 씨가, 손맛을 발휘해 함흥냉면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북에선 양력설을 주로 쇠었던 만큼, 명절 분위기도 내 볼 예정입니다.

[이복순/탈북민 : "(북한에서는) 친구들 친척들 모일 때 냉면 먹고, 그리고 떡도 해 먹고 명절이라고 잘해 먹어요."]

감자가루로 만든 반죽을 제면기에 넣어, 면을 뽑습니다.

듬뿍듬뿍 고명을 올려서 만든 냉면과 옥수수떡으로 한 상을 차립니다.

["좋구나, 이거 군침이 꿀꺽꿀꺽 넘어가네. (반죽 잘했다, 완전 질겨.)"]

화기애애한 식사 시간이 지나고, 정희씨가 아코디언 연주를 시작하자 순실 씨는 추운 겨울 고향 땅을 떠났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이순실/탈북민 : "이 노래는 들을수록 눈물 나 언니야. 이 노래는 그냥 고향이야 고향. (너무 슬퍼.) 너무 슬프고 그립고 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그냥 대한민국에 와 있는 16년 동안의 모든 가슴의 응어리들을 다 얘가 노래해요. 막 놀다가도 이 노래만 나오면 다 울어."]

모진 세월을 이겨내고, 이제 안정을 찾아간다는 탈북민들.

[김복순/탈북민 : "북한에서 남편 일찍이 잃고 그런데 지금 내가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그때는 자식 셋이 죽을까 봐, 북한 땅 안 돌아다닌 데가 없어요."]

중국에서 잃어버린 딸을 아직도 찾지 못한 순실 씨는 다가오는 새해엔 가족을 만날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순실/탈북민 : "언젠가는 '엄마'하고 나타날 자식을 위해 뭔가 준비한다고 생각하고 통일이 되면 우리 오빠도 동생도 다 나타날 거 아니에요. 더 많이 그들을 위해서 준비도 해주고 진짜 할 일이 많더라고요."]

2023년, 한걸음 씩 통일로 향해 나갔던 사람들과 함께 2024년에도 한반도 미래의 시간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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