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진화하는 북 위협…북러 밀착 가속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긴장이 높아져 가는 남북 관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국제 정세, 이 두 변수가 결합돼 더욱 복잡해지는 한반도 정세를 다루다보니 저희 <남북의 창>, 어느덧 올해 마지막 방송까지 달려오게 됐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니 북한은 지난해 마지막날과 올해 첫날, 그러니까 2022년 12월 31일과 지난 1월 1일에 이틀 연속으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핵 탄두 증대를 대내외에 천명했는데, 연말에 열렸던 노동당 전원회의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노동당 전원회의는 이처럼 북한의 주요 대내외 정책을 결정합니다.
지난 26일에 시작된 전원회의에 더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고 느껴지는 건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엄중하다는 뜻이겠죠.
자, 2023년 마지막 주 <남북의 창> 문을 열겠습니다.
올해 북한은 미사일 도발로 새해를 열었습니다.
올해 북한의 주요 행보는 이 같은 군사적 역량 강화와 주변국과의 연대, 이 두 가지 말로 압축해서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올해도 다양한 신무기를 선보이며 위협 강도를 높였고, 특히 러시아와는 밀착을 과시했습니다.
2023년 한 해를 되돌아보는 오늘, 첫 번째 순서인 <이슈앤 한반도>에선 지난 1년간의 한반도 정세를 되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북한은 새해 첫날부터 초대형 방사포를 쏘아 올리며 올 한해도 한반도 정세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북한은 이 초대형 방사포가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하다고 위협했습니다.
6일 간의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면서, 정면대결 방침을 밝혔습니다.
[조선중앙TV/1월 1일 :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북한은 지난 3월 소형화된 핵탄두, 화산-31을 공개하며 이를 탑재할 수 있는 무인잠수정 해일과 각종 미사일도 선보였습니다.
[신승기/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대략 한 15개 정도의 수량을 이렇게 공개했다는 것은 우리(북한)가 이미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 특히 전술급 핵전력을 확실히 가져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고..."]
대남 타격 능력을 과시한 북한은 일본 열도 전역과 태평양 괌의 미군기지를 겨냥한 기습 공격 능력도 강화했습니다.
지난달엔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고.
[조선중앙TV/11월 15일 : "새 형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무기체계의 개발을 믿음직하게 다그칠 수 있는 확고한 담보가 마련되었습니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김군옥 영웅함과 순항미사일을 쏘는 신형호위함도 잇따라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TV/8월 21일 : "전쟁 준비라는 관점을 가지고 전투 훈련 강화의 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도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2월과 3월에는 화성-15형과 화성-17형을 발사했고, 4월과 7월에 이어 이달에는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쏘아 올렸습니다.
올해 ICBM을 쏜 것만 다섯 차례로 역대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훈련이라고 얘기했거든요. 아직까지 실전 배치에 갔다고 명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북한의 입장에선 고체 ICBM을 대량 생산해서 실전 배치하는 걸 염두에 두고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주먹’을 갖게 된 북한은 상대를 감시할 수 있는 ‘눈’도 확보해 나갔습니다.
3번째 시도 만에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고, 빠른 기간 내 추가 발사도 시사했습니다.
북한은 정찰위성이 우리나라와 해외의 중요 군사기지 등을 촬영했다고 연일 과시했지만, 사진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김진무/ 전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그 안 보여주는 거는 아마 이건 제 추측입니다. 러시아하고 어떤 협약이 있지 않겠느냐. 그것도 군사용이잖아요. 그것을 공공연하게 해상도가 굉장히 높은 어떤 광학 렌즈라든가 카메라를 도와줬다 하면 국제사회의 엄청난 비난을 받을 거니까 (러시아가 도움을) 주긴 줬는데 북한에서는 지금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거죠."]
북러 간 협력은 올해 중순부터 눈에 띄게 가시화됐습니다.
지난 7월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무기 전시장을 둘러봤고, 9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4년 여 만에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9월 13일 : "앞으로도 언제나 반제(반제국주의)·자주 전선에서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임을 이 기회를 빌려서 확언하는 바입니다."]
이후에도 한 달에 한번 꼴로 러시아 주요 인사가 북한을 찾고 있어, 광범위한 군사, 경제 협력이 이뤄지고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 크리스마스까지도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을 드나들며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한미 당국은 러시아가 포탄과 탄약 등을 공급받는 대가로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넘겨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부 매체들은 북한이 러시아로 보낸 컨테이너에 포탄 생산용 조립식 공장이 실려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러시아가) 북한에서 포탄을 지원받는 경우에 북한이 그러면 매달 백만 발씩 보장할 수 있을까? 그거는 북한이 아니라 아마 다른 나라들에서도 하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을 겁니다. 결국 러시아가 판단하기에는 안정적인 포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체로 공장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판단을 했고요."]
[앵커]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북러 간 밀착에 한미일의 대응도 한층 더 강화됐습니다.
한미 워싱턴 선언으로 미 전략자산이 상시 배치 수준으로 한반도에 전개됐고,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역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반면 남북 관계에는 한파가 몰아쳐 북한은 9.19 남북 군사합의를 전면 파기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와중에 김여정은 돌연 우리를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채택된 워싱턴 선언.
한미가 핵·전략무기 정보를 공유하는 핵협의그룹, NCG를 창설하고, 미 전략자산을 정기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4월 26일 : "양국 간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의지를 워싱턴 선언에 담았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4월 26일 :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고, 이것은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하게 될 것입니다."]
한미는 지난 15일 열린 NCG 2차 회의에서 한국의 고위력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 전력자산 등을 연동시키는 일체형 확장억제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또, 내년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선 핵작전 시나리오를 반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핵작전 시나리오의 연습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서 핵미사일을 사용하는 경우를 상정한 훈련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그런 경우에 각각의 부대라든지 병력이 어떻게 움직여야 되는지를 연습해 보는 훈련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한미 확장억제를 강화한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공조도 적극 모색했습니다.
한일 정상은 올해 7차례 정상회담을 가졌고,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도 머리를 맞댔습니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 정신, 공약 등 3가지 문서를 통해 3국 협력을 제도화했고, 한미일 3자 연합훈련과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등 후속 조치에도 착수했습니다.
[전하규/국방부 대변인/12월 19일 : "이제는 한미일이 새로운 시스템을 토대로 24시간 상시 북한의 미사일 경보정보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운용하게 될 것입니다."]
한미일 협력은 한층 가열됐지만, 남북 관계는 냉기가 지속됐습니다.
북한은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등을 이유로 지난 4월부터 남북 직통전화와 군 통신선 등에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 군은 지난 10월 표류해 온 북한 선박을 돌려보낼 때에도 유엔사와 국제상선통신망 등을 통해 상황을 우회적으로 통보해야 했습니다.
[구병삼/통일부 대변인/11월 2일 : "(남북)연락채널은 해상에서의 선박 조난, 재난 재해 등에 따른 통보와 협의에 필수적인 채널로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발표하자, 북한은 군사합의 전면 파기로 응수했습니다.
이후 비무장지대 내 남북 GP가 일부 복원됐고, 공동경비구역 내 남북 병력은 또다시 총기를 휴대하고 마주 서게 됐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안전핀이 뽑혀 버린 거죠. 물리적으로도 충돌할 수 있는 거리가 가까워졌고요. 예를 들면 어느 초병이 자다가 잘못 눌러 총알이 날아갔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그게 오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전쟁으로 에스컬레이션(확대) 되지 말아야 되거든요.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거예요, 이제는요."]
이런 가운데 지난 7월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남측을 대한민국이라고 처음 지칭했습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를 같은 민족인 특수관계가 아니라 외국으로 여기는 이른바 '투 코리아'(Two Korea) 정책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그보단 대남 비방과 비아냥의 표현으로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옵니다.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조선중앙TV는 그동안 주로 사용해 왔던 남조선이란 말 대신 우리를 괴뢰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차두현/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전반적인 맥락을 읽어보면 스스로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소위 대한민국이’ 이런 뉘앙스가 더 강하고요. 우리를 정치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국호를 불러준다는 의미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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