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안전한 세상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조남진·글 김지연 2023. 12. 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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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국 남성들이 각종 매체에 은밀하게 숨겨진 사인(한국 남성의 성기가 아주 작다고 조롱한다는 집게손가락 이미지)이 있다며 그것을 만든 사람을 찾아내 해고하기 위해 힘을 쏟고, 기업과 정부기관이 그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굴복할 때에, 어떤 한국 여성들은 진짜로 죽는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좋은 점으로 안전한 밤거리를 꼽는다.

그럼에도 어떤 한국 여성들은 혼자 밤길을 걸을 때 누군가 뒤따라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부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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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은 매년 국내외 다큐멘터리 작가, 그리고 소설가·시인 등과 협업해 ‘올해의 사진’ 송년호를 제작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짧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글로 한해를 ‘소장’해 보세요.
2023년 8월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목골산 등산로에서 30대 여성이 한 남성에게 살해됐다. 여성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8월24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공원 여성 살해사건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을 진행했다. ⓒ시사IN 조남진

어떤 한국 남성들이 각종 매체에 은밀하게 숨겨진 사인(한국 남성의 성기가 아주 작다고 조롱한다는 집게손가락 이미지)이 있다며 그것을 만든 사람을 찾아내 해고하기 위해 힘을 쏟고, 기업과 정부기관이 그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굴복할 때에, 어떤 한국 여성들은 진짜로 죽는다. 죽으면 안 되는 이유로, 죽어서는 안 되는 방식으로 죽임을 당한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좋은 점으로 안전한 밤거리를 꼽는다. 물론 한국의 밤거리는 안전한 편이긴 하다. 그럼에도 어떤 한국 여성들은 혼자 밤길을 걸을 때 누군가 뒤따라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부터 한다. 살면서 그런 경고를 수없이 들어왔으니까. 절대 밤늦게 다니지 마라, 택시를 탈 때는 차 번호를 친구에게 알려라, 집에 도착하면 무사히 도착했다고 문자해라. 하지만 아무리 행동을 단속해도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때와 장소는 없다. 여성들은 계속 살해당하고 있다.

사진 조남진·글 김지연(소설가) chanm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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