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출판사의 리스트가 궁금하다 [2023 행복한 책꽂이]

김영화 기자 2023. 12. 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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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있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왔다.

영국의 비평가 마크 피셔를 소개하던 중이었다.

2017년 마크 피셔의 작고 후 2018년 첫 사회과학서로 마크 피셔의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번역 출간한 데 이어, 2023년 그의 문화비평 선집 〈k-펑크〉 1권을 냈다.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이다 보니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었다." 마크 피셔가 설립한 영국의 독립 출판사 '제로북스'의 설립문에는 '대중을 공중으로 만들겠다'는 문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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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은 프랑스어로 반딧불이라는 의미다. 조용히 미약한 빛을 발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겼다. 그렇게 굴려온 7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한 해였다.
출판사 리시올의 김효진 대표. ⓒ시사IN 이명익

‘힘이 있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왔다. 영국의 비평가 마크 피셔를 소개하던 중이었다. 2003년 ‘k-펑크’라는 블로그로 큰 인기를 얻은 문화 이론가로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관점으로 정치와 대중문화에 관한 비평을 개진해온 인물이다. 출판사 리시올의 김효진 대표(사진)는 20여 년 전 피셔가 남긴 자본주의에 관한 통찰이 2020년대 한국 사회에도 들어맞는다고 느꼈다. ‘자본주의에서는 소소한 쾌락이 넘치는데, 왜 우리에겐 우울과 불안, 권태가 만연한지’ 풀어내는 그만의 글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2017년 마크 피셔의 작고 후 2018년 첫 사회과학서로 마크 피셔의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번역 출간한 데 이어, 2023년 그의 문화비평 선집 〈k-펑크〉 1권을 냈다. 출판인들이 꼽은 올해의 루키 출판사로 선정된 리시올의 이야기다.

대표와 편집자, 디자이너 세 명이 운영하는 작은 출판사다. 각각 2006~2008년에 책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한 출판사에서 만난 셋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갈등이 격화되면서 2016년 “쫓겨나다시피” 회사를 그만두었다. ‘퇴직금도 받았는데 해보고 싶은 걸 하자’며 의기투합한 결과가 리시올·플레이타임 출판사다(인문·사회과학 서적은 리시올로, 문학적인 에세이는 플레이타임으로 출간된다).리시올은 프랑스어로 반딧불이라는 의미다. 야심찬 기획보다는 조용히 미약한 빛을 발하고 싶다는 마음도 담겼다. 그렇게 굴려온 7년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된 한 해였다. 출판인들은 리시올에 대해 ‘이 출판사의 리스트가 궁금하다’ ‘책의 날카로움과 패기가 새롭다’라고 평했다.

2023년 한 해 〈k-펑크〉를 비롯해 미셸 페어의 〈피투자자의 시간〉, 폴 벤느의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 등 세 권을 출간했다. 1년에 내는 종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그만큼 한 권에 시간을 많이 들인다. “저희는 책의 만듦새만은 자신 있다. 강박적일 정도로.”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책이 대부분이다. 인기 저자들은 저작권료가 비싼 탓도 있지만 편집자들의 ‘반골 기질’도 한몫한다. “기존 현실이나 언어의 자명성을 의심하는 책”을 찾고자 한다. 아마존 별점이나 에이전시에서 보내준 정보보다는 함께 작업하는 번역가들의 판단을 가장 믿는 것도 그렇다. 마음이 맞는 번역가 6~7명과 오랫동안 다져온 관계에서 발현되는 소통의 힘이 있다고 했다. “어떤 대작을 내는지, 혹은 한국 사회 타이밍에 얼마나 잘 맞는 책을 내는지보다 누구와 어떻게 내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즐겁게 작업할 수 있다.”

작업이 늘 만족할 만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버틸 때까지 해보자 하는 마음이다. 빛 좋은 개살구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작은 출판사라 가능한 영역이 여전히 있다고 믿는다. 리시올의 블로그에 책을 편집한 후기부터 해외에서의 리뷰, 저자 인터뷰를 하나하나 올리는 이유다.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이다 보니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었다.” 마크 피셔가 설립한 영국의 독립 출판사 ‘제로북스’의 설립문에는 ‘대중을 공중으로 만들겠다’는 문구가 나온다. 리시올의 출발에 영향을 준 말이다. 내년엔 대중음악과 정치를 소재로 한 〈k-펑크〉 2·3권을 출간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흑인 인권, 퀴어, 계급투쟁 등 리시올만의 새로운 시선이 담긴 목록이 대기 중이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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