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날마다 기다려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김흥구·글 김숨 2023. 12. 30. 08:30
〈시사IN〉은 매년 국내외 다큐멘터리 작가, 그리고 소설가·시인 등과 협업해 ‘올해의 사진’ 송년호를 제작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짧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글로 한해를 ‘소장’해 보세요.
“6학년 때, 공부시켜준다고 해서 갔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도토루 공장. 시너, 알코올로 비행기에 슨 녹을 닦아내고 페인트칠하는 일.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공부도 못하고, 월급도 못 받고. 미안하다는 말도 못 들었지. ‘위안부’도 ‘근로정신대’도 속아서 갔어. 열두 살에, 열세 살에, 열네 살에. 1999년 3월1일에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어. 2009년 12월 일본 정부가 근로정신대에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1인당 99엔(13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알았어. 안 받았지. 2012년 10월에 다섯 명이 광주지방법원에 미쓰비시를 상대로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어. 그사이 셋이 세상을 떠나고 김성주하고 나, 둘만 남았어. 하루하루, 날마다 기다려. 내 나이 내일모레 아흔여섯. 굶어 죽어도 다른 사람들이 주는 돈은 받지 않을 거야.”
사진 김흥구·글 김숨(소설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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