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장 없어도 연봉 1억…‘신의 직장’ 답게 사무실도 하늘에 있죠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12. 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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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강력 추진에
풍력터빈기술자 고용 45% 증가 전망
공급망 붕괴 현상 등 악재 영향 없어
총 수입 합치면 연간 1억4만원 수입
위험한 근무환경과 잦은 출장은 단점
글로벌 기업들, 전세계 고용 확대 추세
국내 풍력 블레이드 유지 보수 전문업체 자라윈드 직원 2명이 지난달 21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있는 80m 높이의 한 풍력발전기에 줄을 타고 매달려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로부터 ‘학력’은 성공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해야 고수익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공식은 비단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통용됐습니다. 특히 학력을 중요시했던 한국에서는 본격적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에 돌입하는 고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당오락’이라는 사자성어가 돌기도 했습니다.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공부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지만 5시간을 자면 떨어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신빙성 없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대입이 간절했던 학생들은 이것이 마치 성공 방정식인 듯 맹목적으로 사당오락을 따랐습니다. 갈수록 수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중에는 이마저도 삼당사락, 이당사락으로 변하면서 점점 수면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는 근무하는 환경에 따라 직종이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로 나뉘었습니다. 화이트칼라는 하얀색 셔츠를 입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사무직, 블루칼라는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공장과 광산·건설업 등 산업 현장으로 출근하는 직종으로, 사람들은 화이트칼라를 중요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동시에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는 ‘고학력 지적 노동자 계층’으로 인식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화이트칼라 직종의 근무 환경은 기존 사무실에서 집으로 바뀌는 등 더 편해졌지만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블루칼라 직종의 불평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학력=고수익’이라는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직업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바람을 활용하는 풍력 터빈 기술자가 대표적입니다. 풍력 터빈은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회전 기구입니다. 바다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바람개비 모양의 시설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풍력 터빈이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면 풍력발전기, 혹은 다른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한 에너지 생산에 쓰이면 풍차 또는 윈드펌프 등으로 불립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미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힘입어 풍력 터빈 기술자 고용이 앞으로 10년간 45% 가까이 증가하면서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간호사(44%), 데이터과학자(35%), 통계학자(32%), 정보 보안 분석가(31%), 의료·건강 서비스업 종사자(28%) 등을 모두 상회한 수치입니다. 이에 따라 풍력 터빈 제조 기업들이 기술자 고용·교육을 대폭 확대하면서 전문기술자들의 수입도 앞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풍력 터빈 초급기술자는 미국에서 시간당 21~27달러(약 2만7000~3만5000원)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를 주 50시간으로 환산하면 연간 5만달러(약 6500만원)를 벌어들이는 셈입니다. 앞으로 산업이 확대되면서 처우가 향상되면 수입도 더 늘어나게 됩니다.

만약 초과근무와 잦은 출장에 거부감이 없다면 연간 수입은 여기서 3만달러(약 3900만원)가 더해집니다. 풍력 터빈 기술자가 되기 위한 자격 요건에는 ‘대학 졸업장’이 없는 만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았어도 이를 총 합치면 연간 8만달러(약 1억400만원)를 벌 수 있는 것입니다. 신입 기술자는 일반적으로 몇 주 동안의 교육을 거친 뒤 9~14개월 동안 현장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급수탑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교육 등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추락을 예방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생존법 등이 다뤄집니다. 높은 수입을 자랑하지만 최대 약 100m에 달하는 풍력 터빈을 관리·정비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높은 근무 환경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최대 풍력 터빈 제조 기업 중 하나인 덴마크 베스타스 소속 기술자 오마르 루발카바는 “약 100m 위 상공에 위치한 저 곳이 바로 우리의 사무실”이라며 “지상에서는 단 한 번도 고소공포증을 겪어본 적이 없지만 100m 위 상공에 올라가게 되면 그때서야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이어 “위에 올라가 있을 때면 자주 강한 바람이 불 때가 있는데, 마치 거센 태풍 속에서 배에 타고 있는 기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미국 내 대다수 산업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지나고 있지만 풍력 터빈 산업은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물론 원자재 가격 상승과 높아지는 금리, 공급망 붕괴 현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거래량이 소폭 감소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164억달러(약 21조4000억원) 규모의 미 풍력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육상 터빈 설치 수요는 기업들이 인력을 두자릿 수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만큼 여전히 충분한 상황입니다. 현재 미국에는 44개 주(州)에 걸쳐 7만3000개 이상의 풍력 터빈이 설치돼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향후 10년 동안 육상 풍력 터빈 규모를 120GW 더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같은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면 미국은 약 4000만 가구에 추가로 충분한 전력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덴마크 베스타스나 독일 지멘스 등 재생에너지 선두 기업들이 매년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면서 풍력 터빈 산업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 고용 규모 역시 함께 대폭 확대될 거란 긍정적 전망이 쏟아집니다. 이 같은 풍력 터빈들은 2년마다 정기점검을 필요로 하고 수시로 수리와 관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력 데이터 기업 레벨리오 랩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풍력 터빈 기술자 채용 공고 건수는 지난 2018년 이후 6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만5000명의 기술자를 고용하고 있는 베스타스는 올해 미국에서 800명을 시작으로 향후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연간 1400명씩 신규 인력을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산업 조사기관 블룸버그NEF 소속 분석가 아틴 제인은 “당분간 해당 산업에서의 고용 증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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