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금융결산]⑤회계 변경에 홍역 치른 보험…내년엔?

김희정 2023. 12. 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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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도입 뒤 역대급 실적…부풀리기 의혹
당국, 실손보험 등 보수적 계리 가이드라인
보험업계 전진·소급법 회계처리 논란 번져
/그래픽=비즈워치

보험업계는 올해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부채, 이익 등 각종 지표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면서 지난 1분기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은행권에 버금가는 7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업계 안팎에선 곧바로 '실적 뻥튀기' 의혹이 불거졌다. 논란은 해가 저무는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관련기사 : 새 회계기준 도입하니…보험업계 '지각변동'(4월18일)·[인사이드 스토리]①IFRS17발 보험업계 혼란, 왜?(6월9일)·'보험사 실적잔치는 오해' 금감원이 나선 이유(5월21일)

금융당국 '실적 뻥튀기' 차단 

/그래픽=비즈워치

IFRS17 하에서는 각사들이 자율적으로 계리적 가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악용해 실적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문제는 이렇게 커진 이익이 향후 손실로 조정될 경우 보험금 지급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 재무제표 신뢰성과 비교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IFRS17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결과다.

IFRS17은 보험부채에 포함된 모든 위험을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또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보험계약으로 발생하는 미래수익을 매년 나눠 인식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 개념도 도입됐다.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 상품은 시가로 평가되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

한 마디로 손익인식 구조와 재무제표 구성 자체가 바뀐 것인데, 여기에 보험사 '자율성'이 부여되다 보니 혼란이 가중됐다.

금융당국은 실제 일부 보험사들이 자의적인 계리 가정을 활용해 CSM을 과대 산출하는 방법으로 실적을 부풀렸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5월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계리적 가정을 발굴한 뒤 보험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난 3분기부터 반영토록 했다.

항목별로는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추세·갱신보험료 조정 가정 △무·저해지 보험의 해약률 가정 △고금리 상품의 해약률 가정 등을 우선 포함시켰다.▷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②금융당국 '보수적' 지침, 보험사 지표 '흔들'(6월10일)

전진법이냐 소급법이냐

/그래픽=비즈워치

당국 가이드라인으로 IFRS17을 둘러싼 잡음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 연도 및 그 이후 기간의 손익으로 전액 인식하는 '전진법'을 염두에 두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각 보험사들이 유불리를 따져 가이드라인 회계처리 방법을 달리하는 꼼수를 시도했다. 가이드라인을 따를 경우 올해 순이익이 최소 수백억 원에서 최대 수천억 원까지 줄어들게 되는 일부 보험사들이 전진법 대신 '소급법' 적용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소급법은 회계상 변경효과를 과거 재무제표까지 반영해 당기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는 방식이다.▷관련기사 : [보푸라기]전진법이냐 소급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6월24일)·[인사이드 스토리]①전진? 소급?…현대·DB·KB 편먹은 이유(7월19일)

7월, 결국 금융당국이 가르마를 탔다. 전진법이 원칙이지만, IFRS17 도입 첫해인 올해에 한해 예외적으로 소급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단 그러면서도 손익 등 측면에서 전진법과의 차이를 재무제표 주석으로 공시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다른 보험사와 비교할 수 있도록 추가정보를 제공토록 한 것이다. 전진법은 지난 6월 결산부터, 소급법은 9월 결산부터 적용토록했다.

이에 올해 들어 호실적 행진을 이어온 손해보험사 '빅5'의 3분기 실적 희비가 교차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전부터 보수적인 계리 가정을 사용한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호실적을 이어갔지만 느슨했던 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은 주춤한 모습이었다.▷관련기사 : 삼성화재 추격하는 DB·메리츠…빅5 '희비교차'(11월15일)

IFRS17 연착륙은 '아직' 

/그래픽=비즈워치

새 회계제도 연착륙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논란이 진행형일 거란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IFRS17 도입으로 마련된 새 계약자배당제, 신 지급여력제도(K-ICS)까지 맞물려 작든 크든 손볼 곳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에도 금감원은 책임준비금 관련 손해진전계수(LDF) 산출 기준을 확정했다. LDF는 장래 추가 보험금 지급률(예상치)로서 최선보험부채(BEL)를 산출할 때 활용하는데, 이제까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보험사가 임의대로 정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사는 지난 3분기 고객들의 계약 해지 때 돌려주기 위한 자금인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조(兆)단위로 적립하면서 CSM을 과도하게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CSM을 늘리기 위해 그간 해약환급금과 사업비 등을 적게 계산했을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더불어 당해년도 손익으로 처리하는 예실차(예상 보험금과 실제 발생 보험금 사이의 차이)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금융당국은 전체 순이익 대비 적정 예실차를 ±5%로 제시했으나 상당수의 보험사가 이를 넘어선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기간에 대한 재무제표 '감사보고서'가 나올 때 다시 실적이 출렁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나온 3분기 보고서는 회계법인의 검토보고서다. 내년 3월말 공시될 감사보고서보다 느슨한 검증 기준과 단순한 분석 기법을 사용했다.

IFRS17 전에는 검토보고서와 감사보고서 간 재무제표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내년엔 다를 수 있다. 특히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소급적용한 보험사들의 경우 내년 전진법 일괄 적용으로 실적 변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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