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건설적 대화 많이 하자”… 이재명 “협력할 준비 돼 있다”

여야 대표로 첫 회동
李 “이태원·전세사기특별법 협조” 요청
韓 “민생법안 마음 터놓고 논의키로”
韓, 비대위 첫 회의에서 “내부 암투 막자”
‘공천 실무총괄’ 사무총장 초선 장동혁
여의도연구원장에 홍영림 ‘깜짝 발탁’
與 천하람·이기인 “탈당” 이준석 신당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 법무부 장관 시절 두 차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보고했던 한 위원장이 이 대표와 여야 대표로 처음 마주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취임 후 첫 인선으로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에 초선 장동혁 의원을 임명하며 파격적인 당내 변화도 예고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환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분명히 많이 있겠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한 위원장에게 “취임과 방문을 축하드린다”며 “국민의힘이 하고자 하는 일들에 민주당은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상견례는 20여분간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양당 수석대변인은 12분간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서 한 위원장과 이 대표가 서로 덕담을 주고받은 뒤 법안 처리와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전세사기특별법 통과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위원장은 예방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 간에 진행되는 민생 관련 법안들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우리가 마음을 터놓고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논의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주당 대표실에 걸린 ‘김건희 특검 대통령은 수용하라’라는 현수막을 배경으로 회동했지만, 특검법 관련 얘기는 오가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장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에, 홍영림 전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각각 임명한다고 밝혔다. 총선을 100일 남짓 앞둔 상황에서 공천 실무 작업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초선 의원을, 여론조사를 통해 판세를 분석하고 당의 선거 전략을 마련할 여의도연구원장에는 외부인을 ‘깜짝 발탁’한 것이다. 비대위 대변인에는 호준석 전 YTN 앵커가 내정됐다.

한 위원장의 당 운영 원칙은 농구의 ‘피벗 플레이’에 비유됐다. 피벗 플레이는 농구에서 공을 잡은 선수가 한 발은 고정한 채 다른 발을 계속해서 옮겨 딛으며 플레이하는 기술이다. 그는 “동료 시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다 동원하겠지만 그럼에도 한 발은 반드시 공공선이라는 명분과 원칙에서 떼지 않겠다는 피벗 플레이를 하겠단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내부 단결도 강조됐다. 한 위원장은 “우리 내부에서 궁중 암투나 합종연횡하듯이 사극을 찍고 삼국지 정치를 하지 말자”며 “그럴 시간과 에너지로 동료 시민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설명하고 상대 당의 왜곡·선동에 맞서자”고 했다.

어색한 만남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전세사기특별법 통과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고, 특별검사 법안 관련 얘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상배 선임기자

‘노인 비하’ 논란이 일었던 민경우 비대위원 역시 이날 임명장을 받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날 국민의힘은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원 임명안을 의결했다. 상임전국위원 66명을 대상으로 한 ARS 투표 결과 59명이 참여해 96.61%(57명)가 찬성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김 의장은 “상대방 말을 경청하고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대화와 타협 정신을 더 배우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환담에서 김 의장은 한 위원장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내년 1월9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고 조경호 의장 비서실장이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이른바 ‘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준석 전 대표의 측근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4인 중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신당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천 위원장과 이 의원은 이날 각자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을 탈당해 이 전 대표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사람은 신당 창당준비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을 맡게 됐다.

유지혜·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