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는 기본, 디자인·주행성까지…‘손에 닿는 친환경차’란 이런 것 [시승기-5세대 프리우스]
날렵한 스포츠카 느낌·굼뜬 가속감 대폭 개선
PHEV는 전기모드로 64㎞ 주행·기름값 제로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손에 닿는 친환경차’
토요타가 한국에 ‘5세대 프리우스’를 출시하면서 강조한 표현이다. 충전 불편, 화재 등을 이유로 아직 전기차에 거리감을 갖는 고객에게 수준 높은 하이브리드로 당장 접근 가능한 친환경차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시승회에 참석한 오야 사토키 5세대 프리우스 개발 책임자 역시 ‘토요타가 얼마나 하이브리드에 진심인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토요타가 언제까지 하이브리드를 만들 거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세상에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고, 5세대 프리우스는 손에 닿는 친환경차가 될 것”이라고 했다.
프리우스는 1997년 출시된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개척한 차’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특히 3세대 프리우스는 환경을 중요시하는 헐리우드 배우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친환경차의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번 5세대 프리우스는 전기차를 거리에서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시대에 다시 등장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이제 단순히 친환경만을 강조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워진 시장 환경이다. 토요타는 5세대를 출시하면서 “디자인·드라이빙 성능 등 다양한 부분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만나본 5세대 프리우스는 디자인 면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기존 프리우스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A필러의 경사를 낮추고, 루프의 최고점을 B필러 뒤쪽으로 옮겨 보다 날렵한 느낌을 냈다.
C필러 부근에는 일체형 리어 아웃사이드 도어 핸들을 적용해 이음새 없는 매끈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헤드램프는 상단 라디에이터 그릴과 연결돼 날렵하면서도 깔끔했다. 후면부는 중앙에 프리우스(PRIUS) 로고와 함께 일직선 형태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했다. 전면과 다르게 후면은 다소 투박한 느낌이었다.
실내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7인치의 톱 마운트 계기판이 스티어링 휠 상단에 있어 주행 중 시선을 방해하지 않아 좋았다. 12.3인치의 중앙 디스플레이와 공조버튼 등은 직관적이고 조작하기에 편리했다. 상황에 따라 운전자에게 깜빡이 기능으로 알림을 주는 앰비언트 라이트 등도 적용됐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각종 버튼과 디스플레이가 다소 옛 느낌을 주고,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루프 중앙에 기둥이 있어 탁 트인 시야를 막았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을 지원하지 않고, 수동으로 열어야 하는 트렁크 등은 옥에 티다.
다만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친환경차’라는 기본기에 집중하는 차다. 실내 디자인에서는 힘을 뺐지만 직접 주행에서는 만족감을 줬다.
이날 시승은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번갈아 가면서 이뤄졌다.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경기 가평군의 한 식당까지 왕복 160여㎞ 코스다. 도심부터 고속도로, 와인딩 코스 등 다양한 도로를 달렸다.
토요타는 5세대 프리우스를 출시하며 HEV, PHEV가 주는 경쾌한 가속감, 보디 강성 강화를 통한 안정적인 핸들링, 부드러운 제동 성능 구현에 집중했다.
두 모델 모두 4세대 1.8L엔진을 2.0L로 업그레이드해 한층 강력한 성능을 발휘했다. 시스템 총출력은 HEV가 122마력(ps)에서 196ps로, PHEV가 122ps에서 223ps로 확대됐다. 높아진 출력만큼 가속 페달을 밟을 때 한층 빠르게 속도가 붙어 경쾌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HEV와 비교했을 때 PHEV의 가속감, 주행성능 등 면에서 훨씬 우수했다. PHEV는 기존 모델 대비 에너지 용량이 약 1.5배 높아진 13.6kWh의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EV모드 만으로 64㎞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앞서 4세대는 40㎞에 그쳤다. 시내 주행을 주로 하는 운전자라면 사실상 전기차와 다름없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HEV 주행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무려 L당 33.9㎞였다. 전기 주행모드로 달린 거리가 포함되긴 했지만,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HEV의 연비는 L당 22㎞였다. 이날 주행 내내 비가 와서 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지만, 공인 복합 연비(L당 20.9㎞)보다도 우수한 기록이다. A필러가 낮게 위치해 운전 중 시야가 좁은 것은 아쉬웠다.
5세대 신형 프리우스 HEV 가격은 LE 3990만원, XLE 4370만원이다. PHEV 모델의 가격은 SE 4630만원, XSE 4990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5000만원에 육박하는 PHEV 모델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토요타가 수십 년에 걸쳐 갈고 닦은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누리기에 HEV 모델도 충분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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