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고 폐업 알아" 새해 100여명 '실직'…이 병원에 무슨 일?
"관리 집중·중증환자 수용 등 공공병원 이점 아쉬워"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할 시기에 100여명이 직장을 잃게 됐다.
위수탁기관을 찾지 못해 2024년 새해 첫날부터 폐업하게 된 광주제2시립요양병원 직원들의 이야기다.
사실상 마지막 출근 날인 29일 병원에서 만난 3년차 여직원 A씨는 "실직자로 새해를 맞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광주시와 위수탁을 맡은 전남대병원에서 그동안 '폐업'이라는 단어 대신 '진료 종료'라는 표현을 사용해 대다수 직원이 '또 다시 수탁기관을 찾는 것이지 않을까',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여러 제안들이 오가면서 폐업만은 하지 않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이같은 생각에 섣불리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볼 수 없었고, 몇몇 불안감을 느낀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여러차례 광주시와 전남대병원 측에 폐업 여부를 문의했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A씨는 "폐업 여부를 직원들에게 사전에 알려줬으면 이직 준비를 했을텐데 폐업을 기사로 알게 돼 당황스러웠다"며 "새해부터 준비가 안 된 상태이면서도 일자리 시장이 얼어붙은 시기에 이직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니 불안한 마음 뿐이다"고 토로했다.
10년차에 접어든 B씨도 마찬가지다. B씨는 개원 초기부터 10년을 근무해 평생 직장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B씨는 "지역에 몇 없는 공공병원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남아있던 직원들이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며 "그 수가 의료진 등 직원 60여명, 기타 시설직 40여명 등 100여명에 달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채용 시즌이 다가와도 사회 초년생들이 대거 지원할텐데 월급 등 비용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경력직보다는 신입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든다"고 씁쓸해 했다.
내년 여름 출산을 앞두고 직장을 잃게 된 임신부 직원도 있었다.
임신부 직원 C씨는 "법적으로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지만 병원마다 분위기가 다른 게 사실이다. 제2시립요양병원은 육아휴직을 쓰는 분위기가 형성돼 부담 없이 임신을 계획했다"고 이야기했다.
C씨는 "기존에 있던 직원도 아니고 새 직원으로 임신부를 채용할리는 없다. 사실상 무직이 된 셈이니 쓰임을 잃게 된 것 같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공공병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병원이 아닌 위수탁을 맡은 전남대병원의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환자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한 직원은 "시스템상 간호사·조무사 수가 많아 환자 욕창 관리 등이 잘 이뤄져 보호자분들도 만족스러워 했다. 식사 관리 또한 일일이 다 떠서 먹여드리고 보호자들과의 소통도 잘 됐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병원이다 보니 위중증 환자도 수용했다"며 "개인 사정으로 민간병원으로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분들도 여럿 있었고 전원·퇴원 소식을 전하자 굉장히 안타까워했다"고 덧붙였다.
광주시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간병사업 또한 공공병원 이점 중 하나였다. 마지막까지 남은 환자 20여명 중 절반이 저소득층으로 무료 간병 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었는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1곳으로 줄어들 게 됐다.
광주 남구 덕남동에 위치한 제2요양병원은 2013년 9월 196병상 규모로 개원했다. 병상 가동률은 매년 평균 90%에 달했다.
그러나 공공병원 특성상 낮은 의료수가와 높은 운영비로 인해 매년 수억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위수탁을 맡은 전남대병원은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 7월 운영 포기를 선언했다.
광주시는 임시 방편으로 병원과의 계약을 올해 12월31일까지 연장한 뒤 공모 조건 등을 변경해 수탁기관 공모에 나섰지만 새 기관을 찾지 못해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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