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골든걸스' PD "도전 메시지, 나이 불문 공감대 생겼죠"

추승현 기자 2023. 12.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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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골든걸스' 양혁 PD 인터뷰
"화제성 성공…전 연령대 인기 체감"
"디바들 멋진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잦은 결방 아쉬워…시즌2 열려 있다"
[서울=뉴시스] 걸그룹 골든걸스로 재데뷔한 가수 인순이, 이은미, 신효범, 박미경. (사진=KBS 제공) 2023.12.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안 해 본 도전은 다 실패야. 망설인 기회는 다 낭비야."(걸그룹 골든걸스 데뷔곡 '원 라스트 타임' 중)

'가요계 디바' 인순이(66)·박미경(58)·신효범(57)·이은미(57)는 결국 해냈다. 걸그룹 데뷔라는 과제 앞에서 멈칫한 것은 잠시였다. 도전했고 성공했고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그림으로 새 전성기를 맞은 이들을 보며 용기를 갖는 이도 생겼다.

KBS 2TV 예능물 '골든걸스'의 기획 의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도전에는 때가 없다는 메시지는 세대를 불문하고 통했다.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찍으면서 올해 KBS 금요일 심야 예능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12월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 평판 순위에는 2위까지 올랐다. 멤버들이 후배 소녀시대 태티서, 미쓰에이, 씨스타, 청하, 아이브, 뉴진스 등의 노래를 커버한 무대는 큰 화제를 모았다.

걸그룹 생활도 춤도 춰본 적 없는 멤버들이 변화하는 모습은 큰 울림을 줬다. 실력은 두 말할 것 없고 이미 자기 분야에서 정상에 선 이들이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10~20대 아이돌들이 주를 이루는 음악방송 스케줄을 소화하고, 댄스 챌린지에 동참했다. 게릴라 무대와 팬사인회로 팬들과 직접 호흡했다. 무대를 넓혀 해외 공연에도 참여했다. 내년 전국투어 콘서트도 앞두고 있다. 이에 관한 '골든걸스' 양혁 PD와 나눈 일문일답.

[서울=뉴시스] KBS 2TV 예능물 '골든걸스' 양혁 PD. (사진=KBS 제공) 2023.12.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기를 예상했나요?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화제성만 잡고 가자고 했어요. 전략이 잘 들어맞은 것 같아요. 성공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특정 세대의 반응만 와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전 연령대에서 반응이 오니까 인기 체감이 되고 있어요. 연출 자체는 2049 타깃팅 했고,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도 좋아하고 크게 반응해 주셨어요."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새로운 걸 시도하고 도전하는 데 있어서 적당한 때는 없어요. 안 하면 아무것도 없는 거잖아요. 하면 실패라도 남고요. 그런 메시지들이 시기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이 와닿지 않았나 싶어요. 젊은 세대나 선생님들의 동년배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텐데 나이를 떠나 공감대가 생긴 것 같아요. 시청자들에게 해답을 던져준 게 아닌가 싶어요. 또 '불후의 명곡’처럼 레전드 노래를 후배 가수들이 하는 경우가 있어도 선배 가수가 요새 음악을 거꾸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신선했어요.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건 박진영씨와 인순이·박미경·신효범·이은미 선생님 5명이 같이 있을 때의 모습이다. 진짜 진심인 게 화면 밖으로 뚫고 나올 정도예요."

-박진영 씨가 직접 아이디어를 갖고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연출 제안은 어떻게 받으셨나요?

"사실 관계를 정확히 하면 박진영 씨가 저한테 직접 아이디어를 가져온 건 아니에요. JYP엔터테인먼트 이사님께서 딱 한 줄만 들고 온 거예요. '박진영이 프로듀싱하고 네 분의 선생님을 모시고 걸그룹을 한다' 였어요. 구성 자체가 관찰도 필요하고 쇼도 매 회차 하는 게 목표라 같이 할 수 있는 PD를 찾다 보니 내부에서 제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정말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림 자체가 너무 신박하잖아요. 그런데 주변에서 많이 말렸어요. '너 못한다. 선생님들 어떻게 상대할 거냐. 업계에서 40년동안 디바로 버틴 이유는 가치관이 확실하고 솔로로 살아온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일 거다'라고요. 내외부에서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많았고요. 박진영 씨와 저의 의지만 강하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디바들이 멋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2049에게 다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작발표회 때는 '섭외만 듣고 잠을 못 잤다'고 하셨는데, 네 디바들과 호흡은 어떠셨나요?

"제가 선생님들에 비해 경력도 짧고 접점도 없었어요. 제가 '뮤직뱅크'를 할 때 4세대 아이돌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데뷔 무대를 다했어요. 접점이 있으니까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연출은 저 세상 레벨이에요. 만에 하나 연출해야 하는데 예능화시키려고 우습게 만들면 서로 감당이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저는 멋있게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 디바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개인 사생활이나 신변잡기를 하나도 안 녹였어요."

-지난 7월부터 녹화가 진행됐는데 초반 섭외 과정이 많이 생략되면서 전개가 빨랐어요.

"섭외 과정을 절반 줄이는 것은 연출자로서 부담이에요. 한 방에 한 달 치를 걸었거든요. 다행히 박진영 씨와 선생님들에게 설명드렸을 때 좋다고 하셨어요. 군더더기 없는 빠른 진행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찍었는데 방송에 안 나가는 날도 많아요. 연습만 하니까요. 스케줄 모으는 것도 힘든데 골든걸스 위주로 하셨거든요. 박진영씨도 JYP 수장이자 현업을 하는 아티스트인데 골든걸스 스케줄이라면 다 제치고 1순위로 잡아줬어요. 적극적으로 참여한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어요."

-연출자로서 본 골든걸스는 어떤가요?

"완전 걸그룹이에요. 항상 같이 있으니까 걸그룹이라고 생각해요. 박미경 선생님은 막내 포지션이고, 신효범 선생님은 윤활제 같은 역할, 인순이 선생님은 신체가 막내인 거지 든든한 맏언니 느낌이에요. 이은미 선생님은 아이디어 뱅크예요.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습니다."(웃음)

[서울=뉴시스] KBS 2TV 예능물 '골든걸스'에서 가수 인순이와 신효범이 후배 그룹 씨스타 무대를 커버한 방송 화면. (사진=KBS 제공) 2023.12.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직뱅크' 출연이 큰 화제였는데 골든걸스 반응은 어땠나요?

"시청률이 잘 나왔어요. 온라인상 반응도 좋았고요. 선생님들에게 '뮤직뱅크'는 다 신세계였어요. 새벽부터 리허설을 하고 드라이 리허설이 10팀 이상 하는 것, 챌린지를 같이 하고 이런 걸 처음엔 안 믿으셨어요. '챌린지를 대체 왜 해?'라고 하시더라고요. '출근길도 왜 하냐'고 했다가 열심히 하셨죠. 공항패션도 처음에는 '비행기 타면 되지 왜 이렇게 열광하고 찍어야 하는 거야?'라고 했어요. 근데 진짜 프로세요. 그게 멋있는 지점이에요. 선생님들의 삶과 하등 상관없는 일인데 '우리가 그룹으로 뭉쳤으니까 이왕 할거 열심히 하자' 이런 마인드에요."

-코엑스 게릴라 무대 현장은 어땠나요?

"선생님들은 '팬들이 우리 본다고 당일에 뭘 제치고 올 텐데'라면서 자비로 댄서를 부르셨어요. 어떻게 한 곡만 하고 팬들을 보내냐고 해서 개인 노래를 다 하셨고요. 초대형 행사가 됐죠. 어느 누가 그렇게 구성을 짜서 행사를 하겠어요. 박진영이 사회를 보고 넷이서 노래를 하는. 방송상으로는 솔로 디바 시절을 보여주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안 맞다고 생각해서 눈물을 머금고 유튜브에 공개했어요."

-'2023 KBS 연예대상'에서 골든걸스가 신인상 꿈을 이뤘죠. 이은미 씨 불참에 대한 아쉬움이 있던데 어떤 반응이셨나요?

"끝나고 분위기가 진짜 좋았어요. 신인상 자체로 너무 좋아하셨죠. 이은미 선생님 불참에 대해 오해와 억측이 있었는데 골든걸스 시작하기 전부터 콘서트가 잡혀 있었어요. 우리도 미리 알고 있었고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죠. 그 계기로 박진영 씨가 골든걸스 무대에 들어오게 됐고요. 이은미 선생님은 너무 아쉬워했어요. 대신 본방송에서 셀프캠이 나옵니다. 이은미 선생님 탈퇴는 절대 아닙니다."(웃음)

[서울=뉴시스] KBS 2TV 예능물 '골든걸스'에서 가수 이은미와 박미경이 그룹 소녀시대 태티서 무대를 커버한 방송 화면. (사진=KBS 제공) 2023.12.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시청률 상승세 중에 두 번의 결방과 방송시간이 늦춰진 경우가 있었죠.

"제일 많이 아쉬운 부분이에요. 시청 흐름이 고정되지 못하는 게 아쉬웠어요. 시청률에 영향이 있었을 것 같아요. 금요일 밤 방송을 선택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는데 결방 때문에 아쉽더라고요. 대신 재방송 시청률이 잘 나와요. 2.8% 정도 나오는데 유의미하지 않나 싶어요. KBS에서 진짜 높은 편이에요. 일찍 주무시는 분들이 일찍 일어나서 보는 패턴이 있어요."

-박미경X제로베이스원 태래, 신효범X마마무 휘인, 인순이X이무진, 이은미X(여자)아이들 미연 노래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리무진 서비스'와 컬래버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제작진의 생각이었어요. '프로그램 화제성을 올려야 하는데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제가 '뮤직뱅크' 연출하면서 웹예능 '은채의 스타일기'를 같이 만들었거든요. 그런 식으로 스튜디오K와 협업해서 재미를 본 아이템이 생각났어요. '골든걸스' 본방송에서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많았으니 다른 아이디어를 제안한 거죠. 고맙게도 가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어요."

-시청자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엄마랑 딸이랑 같이 봤어요'라고 하는 댓글이 제일 좋아요. 요즘 유튜브 콘텐츠들이 술방, 욕방 이런 식으로 필터링이 안 돼서 자녀랑 같이 못 본다거나, 아이돌 콘텐츠라 엄마랑 같이 못 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같이 볼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KBS스럽지 않게 하는 것이 1번 목표예요. KBS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룩(Look)은 촌스럽게 하지 말자' 입니다. 자막 색깔 이런 것도 다 빼고 최대한 채도를 줄이고 미니멀라이징 시켰어요. 색보정도 전문업체에 맡겨서 하고요. 노력 많이 하고 있어요."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큰 것 같아요.

"시즌2는 열려 있습니다. 선생님들과 박진영 씨가 원한다면요. 프로그램이 잘 됐으니까 투자처는 정해질 것 같아요."

-12회차까지 스포일러를 해주신다면요.

"9회부터는 골든걸스의 챕터 투가 시작됩니다. 두 번째 신곡을 준비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에요. 또 시청자들과 함께하는 무엇이 있을 거예요. 시청자들과 많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이제 결방은 없습니다."(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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