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란, LPGA 투어 신인왕 등극…한국 선수 14번째 수상 [ST스포츠결산⑧]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유해란이 끊겼던 한국 선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의 명맥을 다시 이었다.
2023시즌 LPGA 투어에 데뷔한 유해란은 25개 대회에 출전해 1승을 포함, 톱10 6회의 성적을 거뒀다. 신인상포인트 907점을 쌓은 유해란은 그레이스 김(호주, 624점), 로즈 장(미국, 557점)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한국 선수가 LPGA 투어 신인왕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19년 이정은6 이후 4년 만이다. 또한 유해란은 박세리(1998년), 김미현(1999년), 한희원(2001년), 안시현(2004년), 이선화(2006년), 신지애(2009년), 서희경(2011년), 유소연(2012년), 김세영(2015년), 전인지(2016년), 박성현(2017년), 고진영(2018년), 이정은6(2019년) 등 쟁쟁한 선배들에 이어 LPGA 투어에서 신인왕을 수상한 역대 14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유해란은 아마추어 시절 때부터 주목을 받은 선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여자골프 단체전 은메달에 힘을 보탰고, 2019년 8월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 초청선수로 출전해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0년 KLPGA 정규투어에 입성한 유해란은 그해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는 등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신인상을 차지했다. 이후 2021년 2승, 2022년 1승을 추가하며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유해란은 더 큰 무대를 꿈꿨다. 오래 전부터 LPGA 투어 진출을 노렸던 유해란은 2022년 12월 LPGA 투어 퀄리파잉(Q)시리즈에 응시해 수석으로 합격, LPGA 투어에 입성했다.
2023년 3월 LPGA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서 데뷔전을 치른 유해란은 공동 7위를 기록, 톱10을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LPGA 투어에 안착했다. 이후에도 4월 JM 이글 LA 챔피언십 공동 6위,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4위, 6월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 3위, 7월 US 여자오픈 8위 등 꾸준한 성적을 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유해란은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선두에 자리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해란은 10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 그동안의 아쉬움을 깨끗이 씻었다. 신인왕 등극도 사실상 예약했다. 이후 무난히 2023시즌을 마친 유해란은 신인왕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유해란의 신인왕 수상은 한국 여자 골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은 오랜 기간 LPGA 투어를 지배했지만, 최근에는 미국, 태국 등 다른 국가 선수들과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LPGA 투어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줄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여자 골프는 2023시즌 고진영(2승), 김효주, 양희영, 유해란(이상 1승)이 5승을 합작했고, 특히 유해란은 신인상까지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여전히 저력이 살아있음을 증명한 만큼 2024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또한 유해란의 신인상 수상은 KLPGA 투어에서 실력을 키우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이었던 이소미와 성유진, 임진희가 2023시즌 종료 후 LPGA 투어 Q스쿨에 응시해 내년 시즌 LPGA 투어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LPGA 투어를 다시 한 번 한국 선수들의 잔치 무대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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