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제전망]④ 중국發 위험이 경제 리스크 1순위… 신성장동력 발굴 ‘시급’

세종=김민정 기자 2023. 12. 30. 0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저성장 역풍 맞나… “중국 특수 끝났다”
저출산·고령화 ‘인구 절벽’도 리스크로 지목
인구구조 악화하며 잠재 성장률 ‘추락’
규제 완화 촉구한 전문가들… ‘역동 경제’ 나아가나
韓 경제 뇌관 된 부동산PF·가계부채 문제도 주시

글로벌 경기 둔화로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이 줄며 어려운 한 해를 보낸 한국이 내년에도 경제 성장률이 극적으로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어두운 전망 속에 새해를 맞게 됐다. 저출산·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한국 경제 성장 엔진에 불이 꺼지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가계부채 문제도 경제 리스크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시장 경착륙 위험도 커졌다.

그야말로 복합 위기를 겪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내년 저성장 쇼크에 빠지지 않으려면 신성장 동력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 1위로 ‘중국 경제 저성장 국면 진입’을 꼽았고, 정부가 집중해야 할 과제 1위로는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충’을 지목했다.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선제적인 규제 완화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스1

◇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 저성장’… 한국도 함께 침체 빠지나”

30일 조선비즈가 국내 경제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인 72.5%(복수 응답)는 내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중국 경제 저성장 국면 진입’을 꼽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경제 성장률은 중국 경제 활동 안정화에 달렸다는 분석도 줄을 잇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경제가 함께 움직인다고 내다봤다. IMF는 내년 한국 성장률을 중국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p) 낮은 2.2%로 내다봤다. 중국의 내년 성장률도 4.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아시아권 경제 흐름에 대해 “중국이 1% 성장하면 아시아에서는 0.3%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중국 경제성장이 더 둔화한다면 아시아 전반에 영향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구조 전환의 시점에서 성장 동력을 빠르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국의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면서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중국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월 한국 경제가 ‘중국 특수’를 누리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중국 중심, 제조업 의존 구도를 벗어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는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해 많은 흑자를 거뒀는데 이제는 중국이 중간재를 생산한다”며 “중국향 수출이 주는 것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문제만은 아니다. 이제는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픽=손민균

전문가들이 두 번째로 꼽은 내년 한국 경제 리스크 요인은 ‘저출산·고령화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위기’(55%)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명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말로 갈수록 출생아가 줄어드는 흐름을 감안하면 4분기 0.6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로 한국 경제 성장에 불을 지필 엔진이 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부양해야 하는 노인·유소년 인구 비율은 2022년 0.4명에서 50년 뒤 1.2명으로 치솟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산술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 1명이 평균 1.2명의 노인과 아이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OECD는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모두 2.0% 수준으로 추정했다. 2016년 2% 후반대를 기록했던 경제 기초 체력이 2% 선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OECD는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2.025%, 내년 2.004%, 2025년 2.026%로 전망했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구구조 여건이 나빠지면서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라며 “저출산·고령화를 중장기적 과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시급한 현안으로 인식하고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 전방위적 규제 완화로 ‘신성장동력’ 키워야

그럼 무엇을 해야 할 까. 전문가의 절반 이상인 67.5%(복수 응답)는 정책당국이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 경제성장률을 견인해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가 급격하게 줄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인구 증가율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라며 “노동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노동자 1인당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경제 성장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 전반적인 규제들을 풀어 기업 활동에 제약을 거는 요소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 금산분리 규제를 푸는 방안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라며 “금융 산업과 정보기술(IT) 산업 간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기업의 진출 길을 터주면 노동자의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기술 발전을 쫓아가지 못하는 규제들은 기술 발전의 속도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경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정책 당국이 집중해야 할 과제로 금리·환율 안정 등 금융시장 불안 차단(37.5%), 출산율 제고 및 지방 소멸 대응(37.5%),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35%), 무역 지형 변화 대응(27.5%), 민간 일자리 창출 여건 개선(22.5%) 등을 꼽았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우려가 큰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에 초점을 둘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가계부채 연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하향 안정화하고,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 등 질적 개선도 병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와 관련해선 “사업장별 맞춤형 대응을 통해 질서 있는 연착륙을 지원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상무 ▲곽노선 서강대 교수 ▲김상봉 고려대 교수 ▲김상훈 KB증권 공동 리서치센터장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영일 대신증권 상무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 ▲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선영 동국대 교수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석병훈 이화여대 부교수 ▲성한경 서울시립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 ▲우석진 명지대 교수 ▲유종민 홍익대 교수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윤수 서강대 교수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위원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추광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 ▲하준경 한양대 교수 ▲허준영 서강대 부교수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고려대 교수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