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 넘긴 분신 택시기사 장례…"사측 사과가 우선"

홍연우 기자 2023. 12.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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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운수와 5차례 협상…합의점 찾지 못해
분향소 철거 관련, 강서구청장과 면담 진행
"연내 장례 못 치러 안타까워…노력하겠다"
故 방영환, 1인시위 도중 분신해 끝내 사망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임금 체불에 항의하고 완전월급제 도입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다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고(故) 방영환(55)씨의 장례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유족과 노조의 사과 요구에도 사측이 여전히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방영환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 방향으로 행진하는 모습. 2023.11.02.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임금 체불에 항의하고 완전월급제 도입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다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고(故) 방영환(55)씨의 장례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30일 공공운수노조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8일 오후 양천구 해성운수에서 회사 측과 고인의 장례와 관련한 다섯번째 교섭을 진행했다.

대책위는 지난 1차 교섭때부터 장례를 치르기 위해선 ▲사측의 공식 사과 ▲완전월급제 시행 ▲체불임금 지급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1, 2차 교섭에 직접 나섰던 해성운수 대표 정모(51)씨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협상이 공전됐다는 게 대책위 측 설명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정 대표가 교섭 때 '본인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정상적인 교섭이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대표 정씨는 지난 18일 근로기준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상해, 특수협박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그는 지난 3월24일 해성운수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방씨의 턱을 손으로 밀치고, 4월10일에는 고인 등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으며, 8월24일에는 1인 시위 중인 방씨에게 화분 등을 던지려고 위협하는 등 집회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에겐 정씨 외에도 전 직원 A(71)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소화기로 위협한 혐의도 제기됐다.

정씨의 구속 이후인 3차 교섭부터 동훈그룹 전무와 상무들이 교섭에 임하고 있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대책위에 지난 29일 오전까지 5차 교섭결과에 대한 답을 주기로 했지만 끝내 회신이 오지 않았다. 대책위 관계자는 "연내 해결을 위해 (동훈그룹 회장가의) 가족회의 후 논의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통보가 오지 않았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장례를 치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 = 아울러 대책위는 지난 12일 고인의 분향소를 서울 강서구청 인근에 설치하려다 경찰 및 구청과 충돌을 빚은 것과 관련, 책임자들에 대해 집회방해와 공동폭행 및 공동상해 등으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열린 '방영환열사투쟁 승리 공공운수노조 2차 결의대회'. 2023.12.12. victor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대책위는 지난 12일 고인의 분향소를 서울 강서구청 인근에 설치하려다 물리적 충돌을 빚은 것과 관련, 경찰과 구청 측 책임자들에 대해 집회방해, 공동폭행 및 공동상해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대책위는 당시 강서경찰서 경비과장과 정보과장, 교통과장뿐 아니라 강서구청 담당 팀장 등이 함께 공모해 대규모 불법적이고 폭력적 방식으로 분향소를 철거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 5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특히 1명은 팔목 골절로 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27일 오후 진행된 진교훈 강서구청장과의 면담에서 ▲유족 및 대책위에게 공식 사과할 것 ▲강서구 내 동훈그룹 소유 택시회사에 대한 지휘감독을 요구했고, 진 구청장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책위는 다음주까지 진 구청장의 답을 기다린다는 계획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사측은 제대로 된 사과 등 우리가 요구한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라 교섭을 계속 진행해도 마음이 금방 바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서울시의 택시사업장 전수조사, 남부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 결과 등 수사 진행 상황을 잘 지켜보며 대응방안을 고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올해가 가기 전 고인의 장례를 치르지 못해 안타깝다"며 "피케팅과 선전전 등 저희가 할수있는 방식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방씨의 딸 희원(31)씨도 "빨리 장례를 치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그는 "부친이 정씨의 악행으로 분신하였으니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검찰에 접수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달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방영환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11.02. jhope@newsis.com

한편,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 분회장인 방씨는 추석 연휴 이틀 전인 지난 9월26일 오전 8시30분께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전신 60%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진 고인은 분신 열흘 만인 지난 10월6일 오전 6시18분께 사망했다. 내년 1월14일이면 고인이 사망한지 100일이 된다.

대책위는 고인의 사망 이후 방씨 연내 연내 장례를 위한 집중 투쟁과 선전전, 추모 문화제 등을 개최해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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