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자산 10조인데 태영건설 PF 잔액 '4.4조원'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참여한 태영건설 사업장은 총 60개로 파악됐다. 이 중 브리지론 사업장이 18개, 본PF 단계는 42개다.
부동산 PF는 통상 토지 매입과 인허가 등 사업 초기 단계 진행 시 필요한 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비교적 높은 이자율로 대출받는 브리지론과 착공·분양 단계에서 이자가 낮은 제1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본PF로 나뉜다. 브리지론은 금리가 높다 보니 리스크도 큰 편이다. 건설업체가 사업을 할 때 필요 자금을 증권·금융계와 연동되므로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 시 그 불똥이 금융업계에 튈 가능성도 작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직후 합동회의를 가진 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관계부처 대응방안'을 발표했다.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설업체 발행 회사채·기업어음(CP)와 건설업체 보증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한다.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키로 결정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시장안정조치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에 따라 50조원+알파(α) 수준으로 가동한 후 부동산 PF와 건설업체 지원 조치가 추가돼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운영 중"이라며 "필요 시에는 추가 확대해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한국은행도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은 PF 대출 1292억원을 포함해 2002억원을 빌려준 KDB산업은행이다. KB국민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도 각각 700억원에서 1600억대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사 중에선 PF 대출 412억원을 제공한 KB증권의 노출 비용이 가장 크다. 하나증권(300억원) 한양증권(100억원) 현대차증권(28억원) 미래에셋(23억원) 등도 단기차입금을 빌려준 바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대출 잔액은 약 4조41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약 3조2000억원이다. PF 우발채무 규모는 3조5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3.7배에 해당한다. 태영그룹 총자산은 10조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건설과 금융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태영건설은 자체 사업 비중과 부채의 비율이 높고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이 과도한 점 등특유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이 커진 만큼 건설업 전반의 문제라고 보기 곤란하다"며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만 없다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를 단언할 수 없다는 공통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업체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해 금융시장 내에서 건설·부동산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건설업체의 경우 당분간 신규 자금조달은 물론 기존 차입금 또는 PF 유동화증권 등의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PF 유동화시장과 단기자금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존재한다"며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이후 증권사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을 진행하고 있지만, 증권사 우발부채의 상당 부분이 PF-ABCP로 구성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위험과 PF 유동화증권 차환실패에 따른 우발부채 현실화 위험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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