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극한호우' 온다···GPS·내비로 위험지역 피해야[지구용]
AI 홍수특보·침수우려지역 확인 서비스 등 숙지해둬야
※기사 내 링크는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겨울이지만 뜬금없이 홍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다가올 여름을 대비하려면 빨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던, 때로는 비통한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폭우와 침수는 2024년에도 찾아올 전망입니다.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환경부에서 지난 4일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내놓은 이유입니다.
'제네시스남'을 기억하십니까. 2022년에 서울 강남이 잠기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올해는 오송지하차도 침수로 무려 14명이 사망했습니다. 다양한 분석과 대책이 나왔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호우'입니다. 2022년 8월 서울(동작구 기준)은 시간당 141.5mm의 비가 내렸는데, 연 강수량의 11%에 해당하는 강우량이였다고 합니다. 2023년 7월 논산, 예천의 집중호우는 500년 만에 한 번 내릴법한 최악의 폭우였다고 하고요. 이로 인한 인명 피해(사망·실종)은 한 해 평균 17명(2014~2023년 기준), 재산 피해는 역시 연평균 3627억원에 달했습니다.
더 무서운 건 이게 끝이 아니란 사실입니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2081~2100년엔 극한호우의 강도, 빈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연평균 강수량은 현재 대비 4~16% 늘어나는데 연평균 강수일수는 10~14일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더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비가 온다는 의미입니다. 1일 최대강수량은 지금보다 20~37% 늘어나고, 하루 강수량이 80mm를 넘어서는 일수도 15~48% 증가할 전망입니다.
원인은 물론 기후변화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호우 강도를 약 6% 강화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김형준 교수, 인문사회연구소 문수연 박사가 국제 공동 연구로 밝혀낸 사실(기사 보기)입니다. 온난화는 한반도로 몰아치는 태풍의 위력도 키웠습니다(관련 기사).
지구 평균 기온은 최근 10년씩 0.2도씩 오르고 있습니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가 더 오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피해를 입을 거라고도 합니다. 그 1.5도가 내년에 깨질 것이란 전망(기사 읽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 차원에서, 각국 정부 차원에서, 그리고 지구용사님들을 포함한 개개인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당장 시급한 불부터 꺼야겠죠. 홍수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자 정부는 지난 4일 일단 인명·재산 피해부터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홍수특보(위 이미지). 원래도 전국의 큰 하천(대하천)을 중심으로 75개 홍수특보 지점을 운영했지만 2024년 5월부터는 대하천에서 갈라져 나오는 작은 하천들(지류, 지천 등) 까지 포함해 전국 223개 지점까지 홍수특보지점이 확대됩니다.
또 지금까진 그냥 '문자 알림'이었는데, 2024년 5월부터 스마트폰 위치정보(GPS)로 각자 침수우려지역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된다고 합니다. 운전 중이라면 안전운전 할 수 있도록 내비게이션에 홍수 위험지역(지하차도, 저지대 등)에 진입했다는 경보(아래 이미지, 2024년 7월부터)가 뜨게 됩니다.
이런 대책은 당장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누군가는 안전 안내 문자와 내비게이션 알림을 보고 무사히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밖에 홍수가 터지고 나서야 피해를 복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홍수 피해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정책들도 새로 등장.
△하천·하수도 설계 기준을 일부 상향. 극한홍수의 가능성을 미리 반영한 것.
△홍수 잠재력이 큰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
△국가하천 정비 예산 올해 4510억원에서 2024년 6627억원으로 대폭 증액 예정
△유역별 홍수와 물부족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10여개의 신규 댐 건설 추진
※댐 건설의 경우 환경 파괴가 예상된다는 환경 파괴의 반발(기사 읽기)이 있습니다.
△도시 침수를 막기 위해 빗물터널, 지하방수로 등 대규모 홍수방어인프라 구축
△하수관 확대, 저류시설 설치 등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 지원 예산을 올해 1541억원에서 2024년 3256억원으로 확대
여기까지 적고 나니 잘 피해야겠단 생각이 드는 한편 무력감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사무실 책상에 놓인 고체 치약이니 텀블러니 하는 것들이 문득 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구용사님들도 비슷한 마음이겠지 싶습니다.
그렇지만, 독자님들도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구를 애정하고 우리 모두를 아끼는 마음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진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에디터들은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by 스피노자)'의 말을 따를 생각입니다.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기업도 정부도 (만족스럽진 않을 수는 있지만) 움직일 것이고요. 불안은 잊고 하던대로 열심히 지구를 아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오늘 알려드린, 한층 강해진 홍수 특보는 꼭 기억해두시고 가족, 지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안타깝지만 기후재난 시대의 필수 지식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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