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기술도 별거 아니다? 기술보다는 '이것'이 더 중요해진다

CBS노컷뉴스 김나영 기자 2023. 12. 3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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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들⑥]이노비즈협회 임병훈 회장
핵심요약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기술 제일주의를 경계해야…
기업간의 소통을 위해 8천개 기업을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 '아이나비' 개발
무분별하게 해외진출을 지원하다가는… 기업 생태계 모두 망가져

사춘기는 청년기의 시작이며, 이 시기를 잘 보내야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숙한 성인이 될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창업기(Start-up) 단계를 지난 창업·벤처기업이 중견·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성장·성숙기(Scale-up)'를 거치게 되는데, 기업에게는 이 기간이 사춘기에 해당한다.

성장과 확장에 몰두했던 창업기를 지나온 기업은 사춘기에 접어들며 커져가는 몸집에 맞게 기업 내부의 체계를 갖추면서 성장통을 겪는데, 국내에는 성장·성숙기를 지나는 기업 중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지난 8월 기준 약 2만 2128개에 달한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으로, 3년 이상의 업력을 갖추고 기술혁신능력 등을 평가 과정을 거치면 이노비즈 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노비즈 인증사가 되면 대출금리 인하 등 금융·세제 혜택 등이 주어진다.

기술혁신은 그만… 비즈니스 혁신이 필요한 때


이노비즈 기업 수 증가. 이노비즈협회 제공

이노비즈협회에 따르면 2001년 1천 여 개였던 이노비즈 기업은 22년 만에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20개 중 91%인 109개가 이노비즈 기업으로 조사됐으며, 이노비즈 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으로 도약한 회사도 723개에 달한다.

이노비즈 기업의 양적·질적 성장에는 2002년 중소기업 기술혁신협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노비즈 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이노비즈협회는 중소기업 단체 최초의 정부공인 기술평가 기관으로 이노비즈 인증을 관리하고 기업 맞춤형 일자리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노비즈협회 임병훈 회장. 유튜브 <실컷> 캡처


이노비즈협회 10대 회장인 임병훈 회장(텔스타 대표)은 이노비즈 기업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기술 혁신 보다는 비즈니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술에만 집착하다가는 디지털 전환의 적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코닥이 2012년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필름과 카메라 사업부문을 매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게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알아야 혁신도 할 수 있다…검색 플랫폼 구축


기업 검색 플랫폼 아이단비. 유튜브 <실컷> 캡처

임 회장은 기업이 비즈니스 혁신의 필수 요소로 '소통'을 꼽았다.

이에 이노비즈협회는 올해 초 기업 간 검색 플랫폼인 '아이단비'를 완성했다. 아이단비에서는 약 8천개의 이노비즈 회원사를 표준산업분류뿐만 아니라 조달청 상품 등록 기준으로 검색할 수 있다. 기업들은 아이단비에서 필요한 파트너사를 찾아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입력한 키워드와 일치하는 회사의 업종과 주 생산품도 실시간으로 검색 가능하다.

임 회장은 중국 업체가 대나무 원료를 활용한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한국 제조기업을 찾으려고 했을 때, 아이단비 검색 플랫폼으로 쉽게 파트너사를 찾을 수 있었다면서 기업들이 서로를 발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소통이 가능하고, 소통이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무턱대고 지원하는 관습 버려야


전세계에 진출한 한국 기업. 유튜브 <실컷> 캡처

임 회장은 "국내 회사가 해외에 진출해서 5~10년간 사업 기반을 구축해 놓으면, 그 옆에 비슷한 업종을 영위하는 회사가 진출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서로 경쟁하는 상황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무턱대고 지원할 것이 아니라 현지 생태계를 먼저 파악하고 그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실컷> 캡처


임 회장은 "중국의 경우 화교 한 사람이 지역 사회에서 자리를 잡으면, 그 주변으로 관계를 형성해나가면서 차이나타운이 형성된다"면서 "화교 사회가 굳건한 것은 생태계를 잘 구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에 임기를 마치는 임 회장은 자신이 창업한 회사인 텔스타로 돌아가서 회사의 문화, 교육, 인재 성장 분야에서 기여할 계획이다. 텔스타는 산업용 기계를 제조하는 회사로 작년에 매출 397억 원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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