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태영건설, 정상화 갈 길 멀다… 600여곳 채권단 75% 동의 필요
“워크아웃 가능성 크나, 100% 보장은 아냐”
태영건설, 자구 계획에 자산 매각 대거 포함
세금 투입 없다지만, 산은 출자전환 가능성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지만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서는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채권단에 포함되는 금융사만 60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600곳이 넘는 금융회사의 의견이 각기 다른 만큼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는 단계부터 충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더라도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이 수조원에 달하는 만큼 채권단의 금융 지원 방식에 이견이 있을 전망이다.
30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다음 달 3일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과 자구 계획, 협의회 안건 등을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한 채권자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11일 예정된 제1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전 채권 금융회사들에 현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자리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통한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채권단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금융채권자의 범위에는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채권자도 포함되면서 채권 금융회사는 600개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백개 금융회사의 입장이 각기 다른 만큼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태영건설의 위기가 건설·금융권으로 전이되는 걸 막기 위해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전제로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만큼 워크아웃이 개시될 가능성은 클 것으로 보인다. 만약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에 실패하게 되면 법정관리(기업회생)에 돌입하게 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태영건설과 관련한 채권자가 600개도 넘는다는 게 산업은행의 설명이다”라며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라도 전체 채권 16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밖에 되지 않아 워크아웃 개시가 100% 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위한 채권단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자구 계획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의 전제 조건이 대주주의 책임 있는 고통 분담인 만큼 대주주가 내놓을 카드에 따라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태영건설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 계획에는 기존에 발표된 1조원가량의 자구책을 포함해 계열사 에코비트, 블루원 등의 매각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모든 자산 매각의 가능성은 열어뒀다”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다만, 금융 당국 관계자는 ”(자구 계획에 있는) 특정한 자회사를 팔거나 얼마를 매각하겠다는 부분이 시장에 알려지면, 자칫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라고 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채권단은 실사를 진행해 PF 사업장 처리 방안과 재무구조 개선 방안, 유동성 조달 방안 등 기업 정상화 계획을 만든다. 이 계획은 내년 상반기 제2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채권단협의회의 승인이 이뤄진다면 특별약정 체결 이후 본격적인 기업 개선 계획이 가동된다.
채권단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결정하더라도 금융지원 방법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만기연장·상환유예를 넘어 빚을 탕감하는 대신 주식을 취득하는 출자전환까지 이뤄질지 주목된다.
정부는 태영건설의 정상화에 세금 투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출자전환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28일 열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브리핑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대한 대응은) 시장의 원칙과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간의 상식에 기초해서 정상화하는 것으로 세금이 들어가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정책금융기관이 늘 부여받았던 임무고 여력이 있다”라고 했다. 만약 출자전환이 이뤄지게 되면 이전에 워크아웃에 돌입했던 일부 회사들처럼 주요 채권단이 지분 매각을 마쳐야 정상화가 이뤄지는 만큼 태영건설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워크아웃의 개시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금융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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