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현실·가상세계 넘나드는 ‘메타 퀘스트3’… 부피·해상도 개선됐지만 가격은 부담

김송이 기자 2023. 12. 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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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환경 보는 ‘패스스루’ 기능 강화
해상도 높이고 부피 40% 줄여
VR기기 단점인 ‘어지러움’ 크게 없어
부족한 콘텐츠, 높아진 가격은 단점

갑자기 거실 바닥이 초고층 빌딩 벽면으로 변했다. 시야에는 주변 건물의 옥상만 들어왔다. 맨손으로 초고층 빌딩을 등반하고 있던 것이다. 손으로 잡을 만한 곳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발을 헛디디면 수십m 아래로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니 손에 땀이 맺혔다. 자동차 경적 소리 등 도심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소음이 똑같이 들리다 보니 서있는 곳이 가상 공간인지 현실 공간인지 순간적으로 헷갈렸다.

메타퀘스트3로 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게임 '더 클라임2'./메타 홈페이지 캡처
'메타 퀘스트3'의 혼합현실(MR) 게임 ‘퍼스트 인카운터’./메타 홈페이지 캡처

이 공간은 ‘메타 퀘스트3′를 쓰고 본 가상현실(VR) 게임 ‘더 클라임2′의 세계다. 지난 10월 출시된 메타 퀘스트3를 2주간 체험했다. 전작과 비교되는 진화된 부분이 확실히 보였다. 메타 퀘스트3 렌즈에 탑재된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2064x2208 화소로, ‘메타 퀘스트2′보다 30% 향상됐다. 사실적인 그래픽과 풍부한 음향으로 가상의 세계로 완전한 몰입이 가능했다. 탁구 게임을 할 때도 실제 탁구장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카메라를 통해 외부 환경을 볼 수 있는 ‘패스스루’ 기능이다. 기기 전면부에 달린 흑백 2개, 컬러 4개의 카메라로 외부 환경을 다채로운 색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기 상의 화면과 기기 외부 공간이 동시에 보여 기기를 사용하고 있어도 걷거나 앉는 등의 행동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이전 제품에선 외부 환경이 흑백으로 보여 가상과 현실 공간의 구분이 뚜렷했다.

발전된 패스스루 기능으로 혼합현실(MR) 게임도 가능해졌다. MR게임 ‘퍼스트 인카운터’를 실행하자 거실 천장에 구멍이 뚫리더니 우주선이 바닥에 내려 앉았다. 이내 거실 벽면 곳곳에서 틈이 생기고, 형형색색의 작은 털복숭이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손에 쥐어진 레이저 총을 괴물을 향해 쏠 때마다 거실 벽면은 무너졌다. 거실을 채운 가구들 사이로 괴물들이 본래 있던 보랏빛의 행성이 보였다. 거실 자체가 게임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해상도가 높아지니 영상 시청도 무리가 없었다. 유튜브 등의 영상도 시청해봤는데 초대형 화면이 시야를 꽉 채워 1인 영화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메타 퀘스트3의 시야각(FOV)은 110도, 세로는 96도로 메타 퀘스트 시리즈 중 가장 넓다. 선명도의 경우 중앙 시야는 25%, 주변 시야는 70%가량 개선됐다. 다만, 360도 영상 등에선 이따금 해상도가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메타 퀘스트3' 헤드셋과 컨트롤러./김송이 기자
기자가 '메타 퀘스트3'를 사용하고 있다.

착용감이 불편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최대 1시간가량을 안경을 쓴 채 기기를 이용했지만, 다른 VR 기기를 쓰면서 경험했던 안경이 눌리는 느낌은 없었다. 이 기기의 무게는 515g으로 전작(503g)보다 늘었다. 그러나 본체 두께를 전작 대비 40% 줄여 앞으로 쏠리던 무게중심을 잘 잡아줬다. 전신을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 VR 기기들의 단점으로 꼽히는 어지러움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손에 쥔 컨트롤러 역시 착용감이 좋고, 트루 터치(Tru Touch) 햅틱 기능이 추가돼 촉각으로 다양한 경험이 가능했다. 예컨대 ‘퍼스트 인카운터’ 게임에서 총알을 장전하고 괴물들을 향해 발사할 때 진동이 느껴져 현실에서 총을 사용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디자인적으로는 컨트롤러 위쪽의 동그란 링이 사라져 손의 자유도가 올라갔다. 컨트롤러 만큼 정교한 조작이 어렵지만, 핸드 트래킹(손 추적)으로 컨트롤러 없이도 조작이 가능했다.

기능과 착용감이 개선됐지만, 단점도 여럿 있다. 기기로 사용 가능한 콘텐츠 장르가 한정적이다. 앱 장터인 ‘메타 퀘스트 스토어’에서 살 수 있는 콘텐츠 상당수가 게임, 스포츠 등이다. 스토어에서 검색 가능한 MR 게임 71개 중 상당수는 MR 공간을 완전히 활용하기엔 부족했다. 게임 콘텐츠의 경우 기본으로 장착된 것 외에 스토어에서 대부분 1만~3만원대를 지불하고 구매해야 한다.

기기 가격도 높아졌다. 128기가바이트(GB) 기준 메타 퀘스트3의 가격은 69만원(128GB 기준)으로 이전 제품보다 24만원 올랐다. 512GB 모델은 89만원이다. 메타 퀘스트3의 경쟁작인 애플 ‘비전 프로’의 가격은 3499달러(약 450만원)부터 시작한다. 두 기기의 성능과 활용도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가격 접근성 측면에선 메타 퀘스트3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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