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제전망]③ 중물가 시대 열린다… “글로벌 고물가, 내년 종료 전망”

세종=이신혜 기자 2023. 12.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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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 72.5% “내년 韓물가 상승률 2% 중후반대 전망”
전문가 10명 중 7명은 “내년쯤 글로벌 고물가 끝나”
전문가들 대내외 변수 가운데 尹정부 물가 정책 ‘적정’ 평가 多
정부의 물가 개입에는 비판 목소리도 나와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2024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풀어놓은 막대한 유동성 등이 만든 ‘고물가’ 시대를 졸업하고, ‘중물가·중금리의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국내 물가 상승률은 2022년 5.1%를 기록한 데 이어 2023년에도 3.6%로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인 2%를 한참 웃돌았지만, 내년부턴 2%대 구간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물론 지역 분쟁 확전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공급망 훼손, 기후 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등 등 물가를 끌어 올릴 상방 요인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그럼에도 기조적인 물가 안정세는 지속해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보이지 않는 세금’(hidden tax)이라고도 불리는 인플레이션은 민생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저소득층의 경우 물가 상승을 쫓아가지 못해 가계 실질 소득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물가 상승에 대해 “최악의 세금”이라고 부른 것 역시 서민·저소득층의 삶을 더욱 가혹하게 만든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물가 안정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것은 이 같은 고물가로 인한 민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일부 전문가는 시장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한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과반 이상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이 ‘적정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또 내년부터는 물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정책 우선순위를 물가 안정에서 경기 둔화 대응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경우가 많았다.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 차원에서 통화 긴축 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은 내수활성화와 투자 확대 등 경기 부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래픽=손민균

◇전문가 10명 중 7명 내년도 韓 물가상승률 2% 중후반대 전망

30일 조선비즈가 국내 경제 전문가 4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72.5%(29명)는 내년 한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 중후반대(2.5%~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 초반대(2.0~2.4%) 수준으로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3%대 초반(3.0~3.4%)을 예상한 전문가는 7.5%로 소수 의견에 그쳤다. 올해 물가 상승률 수준인 3.5% 이상을 예상한 전문가는 1명도 없었다. 물가 상승률이 하향 안정하는 것은 모든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었고, 다만 안정되는 속도에서만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2.7%, 7월 2.3%를 기록하며 2%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6월과 7월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게 기저효과로 작용한 결과였다. 8월(3.4%) 이후 9월(3.7%), 10월(3.8%)까진 이상기후로 농산물 물가가 폭등하면서 물가가 다시 뛰어올랐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유가 불안까지 겹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11월 물가상승률은 3.3%로 석 달 만에 상승 폭이 줄었고 12월에는 3.2%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물가상승률 그래프는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예멘 반군의 홍해 항해 선박 공격과 이에 따른 물류비 증가 및 유가 불안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기조적인 안정 흐름을 반전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장기간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침체가 상당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수요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가계 소비가 상당히 둔화됐다”면서 “내년에도 소비 흐름이 크게 개선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장선상에서 물가도 서서히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한국은행이 목표로 삼고 있는 ‘물가상승률 2% 시대’는 언제 도래할까. 전문가 40명 중 16명은 2025년 상반기를 꼽았다. 이보다 빠른 내년 하반기로 예측한 전문가가 14명(35%)이었다. 전문가 7명(17.5%)은 2025년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2%대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은의 물가 전망과 대동소이한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20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내년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2.3%, 2025년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2.1%로 제시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 전망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 영향 등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물가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인 물가 전망에서 가장 큰 변수는 국제유가다.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추가적인 감산과 지역분쟁 등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후 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등과 이에 따른 가공식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적으로는 전기·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고유가에 따른 민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 조치가 정상화할 경우, 국내 유가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세계적인 고물가 기조는 내년이면 종료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전문가 40명 중 16명(40%)은 내년 상반기, 13명(32.5%)은 내년 하반기까지 글로벌 고물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해를 넘길 것이라는 의견은 10명으로 비교적 소수에 그쳤다. 구체적으로는 5명(12.5%)이 2025년 상반기, 1명(2.5%)이 2025년 하반기, 4명(10%)이 2026년 이후라고 응답했다.

그래픽=손민균

◇ 정부 물가 대책 어땠나… 과반수 ‘적정’ 평가

윤석열 정부의 물가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땠을까. 응답자 40명 중 26명(65%)은 ‘적정했다’고 답했다. ‘미흡했다’는 응답은 10명(25%), ‘과잉했다’는 응답은 4명(10%)에 그쳤다.

적정했다고 응답한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과도한 재정 지출 자제와 대외변수 요인에 대한 적절한 대응 등을 꼽았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시기 야당의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요구를 차단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재정 운용을 함으로써, 재정 지출이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상황을 막았다는 것이다.

가격 변동이 큰 농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과 유류세 인하 조치 등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펼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윤석열정부의 물가 정책은 국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 물가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면서 “나머지는 대외적 변수(로 정부의 권한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재정 여력이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을 흡수하는 정책을 유지해 물가 상승을 최소화했다”라고 했다.

반면 미흡하다거나 과잉이었다고 지적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었으며, 이로 인해 슈링크플레이션(용량 줄이기를 통한 우회적인 가격 인상) 등 부작용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작년과 작년에는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적절하게 관리했지만 올해 통화 정책은 미흡했다”면서 “재정당국의 입김이 통화정책에 너무 많이 들어갔다. 물가 지표 측면에선 에너지 가격을 뺀 근원물가지수나 현장 체감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향후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으로는 물가 안정보다 경기 둔화 대응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근소하게 앞섰다. 40명 중 21명은 경기 둔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했고, 19명은 지금의 물가 우선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내년에 물가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면 경기 둔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며 “특히 통화 정책은 선제적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적으로 내년에는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경기둔화 해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파운드리나 인공지능(AI), 전기차 등 신산업 부분 지원을 강화하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아직은 물가 안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급등기가 지나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물가) 안정화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내년 2%대 경제성장률이 되면 잠재성장률과 유사해지는데, 물가 상승률은 아직도 3%대에 머무르는 만큼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우선시하면서 내수 활성화 등 경기둔화 정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상무 ▲곽노선 서강대 교수 ▲김상봉 고려대 교수 ▲김상훈 KB증권 공동 리서치센터장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영일 대신증권 상무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 ▲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선영 동국대 교수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석병훈 이화여대 부교수 ▲성한경 서울시립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 ▲우석진 명지대 교수 ▲유종민 홍익대 교수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윤수 서강대 교수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위원 ▲이종화 고려대 교수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추광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 ▲하준경 한양대 교수 ▲허준영 서강대 부교수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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