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첨단바이오의약품 패스트트랙, 개발 유인 아니라 진입장벽 수준"

강승지 기자 2023. 12.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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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바이오의약품 신속처리 대상 되려면 대체 약 없어야
후발약 '신속처리제도' 이용 어려워…제한근거 타당해야
ⓒ News1 DB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같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한국에서 개발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빠른 상용화를 돕는 소위 '패스트트랙', 신속처리제도에 해당하려면 대체 약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효능효과가 있는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가장 먼저 품목허가를 받지 않는 한, 후발주자들은 이 제도를 통한 허가가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이 타당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대한약학회에 따르면 중앙대학교 제약산업학과·약학대학 규제약학과 등(정혁교·박지혜·김민수·김형수·김은영) 연구팀은 미국, 유럽연합,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신속처리제도를 분석한 결과를 학회 학술지 최근호에 실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희귀난치성 질환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개발되고 있다.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 제제 등을 포함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3월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가 유전자치료제인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를 식약처에서 제1호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허가받았다. 암세포 표면 항원을 특이적으로 인지해 공격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카티) 치료제다.

우선 각 국가 의약품 규제기관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신속하게 개발해 제품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속처리제도를 두고 있다. 개발 중인 약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개발사는 규제기관에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다.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되는 경우 신속처리 절차를 활용해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개발 과정을 적극 지원하는 규제기관은 심사기간 자체를 단축하거나, 허가를 내주기 위한 임상적 지표를 의약품에 맞춰 다르게 설정하거나, 개발에 관한 의견을 제공한다.

신속처리 대상 지정 요건은 주로 △중대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 중 대체치료제가 없거나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 △희귀질환 치료가 가능한 경우 △기존 약에 비해 안전성 또는 유효성을 현저히 개선할 수 있는 경우로 압축됐다.

다만 국내법에서는 의약품과 첨단바이오의약품의 분류에 따라 적용 가능한 법령이 정해진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약사법'상의 신속처리제도는 활용할 수 없으며 '첨단재생바이오법'의 신속처리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 '첨단재생바이오법'상 신속처리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체치료제가 없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외국법령들은 '대체치료제가 없거나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해 신속처리제도 가능성을 넓게 수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국내 기준이 엄격하다"면서 "국내에서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이 신속처리제도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특정 적응증에 대해 최초로 품목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진입장벽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3월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가 유전자치료제인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1호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허가받았다.

예를 들어 킴리아의 승인 이후 개발되고 있는 유사한 CAR-T 치료제들 역시 사실상 신속처리 과정을 통해 품목허가를 받기 어렵다는 게 연구팀 진단이다. 이어 "신속처리제도를 통한 허가가 근본적으로 차단될 가능성 있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후발주자들은 제도를 활용하지 못해 개발에 더 오랜 기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되는 반면 특정 효능효과에 대해 첫 허가를 취득한 첨단바이오의약품은 반사적으로 시장 독점 기간이 연장되는 이익을 얻는 셈이 된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특허를 취득하기 어려운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개발을 유인하기 위해 제도적 유인의 필요성은 존재할 수 있지만, 후발주자 진입을 제한하는 제도의 경우 제한을 위한 타당한 근거가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국내의 경우 외국에 비해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법령별로 담당하는 식약처 소관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부서의 지원을 병렬적으로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연구팀은 "미충족 의료수요가 있는 치료제의 개발과 승인을 위한 국제적인 신속처리제도 동향을 고려할 때 제도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서 규제기관과 개발사 간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최적화하고 가속할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 하며 환자는 빨리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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