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육원장 범해스님 "출가, 삶에 대한 새로운 추진력"[문화人터뷰]

이수지 기자 2023. 12.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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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범해스님 (사진=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제공 2023.12.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출가'란 '도를 구하는 길'입니다. 무슨 도를 구한다는 것이냐 하면 '생사해탈'(生死解脫) 즉, 나고 죽는 일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출가 교재 '슬기로운 출가생활'과 '불교는 좋지만 출가는 겁나는 너에게'를 발간한 조계종 교육원장 범해스님은 불교의 출가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조계종 교육원장에 임명된 범해스님은 성원스님을 은사로 1980년 사미계를 받았다. 해남사·무룡사 주지와 총무원 문화부 문화국장, 14·15·16·17대 종회의원, 17대 중앙종회의장, 포교원장 등을 지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생명과 비교해 보더라도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구할 수 있는 이 삶은 다시 없는 귀한 기회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출가해 영원히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죠."

[서울=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범해스님 (사진=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제공) 2023.12.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슬기로운 출가생활'은 스님 열 명의 출가 이야기다. 홍대거리에 수행 놀이터 'JustBe 홍대선원'을 연 준한스님, 유튜브 크리에이터 무여스님, 사찰음식 전문 스님, 사회복지사 스님, 군인스님 등 각계에서 활약하는 스님들의 삶이 담겼다.

학인들을 가르치는 교수사스님, 참선 수행에 매진하는 수좌스님, 계율을 연구하는 율사스님의 진솔한 고백을 통해 출가가 속세와의 단절이 아닌 세상과 함께하는 삶의 방식임을 설명한다.

'불교는 좋지만 출가는 겁나는 너에게'는 청소년부터 은퇴자까지, 출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법문 자료집이다. 소년출가·청년출가·일반출가·은퇴출가 제도로 출가한 스님들의 사례도 담겼다.

최근 조계종 출가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출간 이유기도 하다. 조계종 교육원의 시기별 출가자 통계에 따르면 2000년 528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출가자는 2010년 287명, 2020년 131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84명이다. 지난 10월 출범한 10대 조계종 교육원은 출가자 증대라는 9대 교육원의 핵심운영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범해스님 (사진=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제공 2023.12.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범해스님은 출간 교재에 대해 "출가자 증대 노력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교육원의 역작"이라며 "각자 소신대로 노력하며 구도의 길을 완성해 가는 스님들의 모습이 인생의 길을 모색하는 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슬기로운 출가생활'에 등장하는 스님들을 선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범해스님은 "출가에세이 형식으로 스님들의 진솔하고도 생생한 수행의 현장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며 "10분 스님들을 선정하는 일에 상당한 논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범해스님은 "스님들 누구나 예외 없이 출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기가 있었다"며 "이 책에서는 다양한 구도의 길 가운데서도 자신의 길에 확신을 갖고 한 분야에서 오래도록 종사해 명실 공히 전문가다운 소양을 갖춘 스님 10명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출가를 고려하고 있거나 향후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이 다양한 출가수행의 길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최근 달라진 출가 문화도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됐다. 오늘날 불교계 스님들은 대다수가 컴퓨터를 다룰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소통한다. 필요하다면 차량과 사유재산도 인정된다.

동국대를 비롯해 조계종 대학, 전문교육기관, 특수교육기관 등 전국에 수많은 교육기관과 장학제도가 있어 본인이 원하면 경제적 걱정 없이 대학과 대학원 과정의 공부를 지속할 수 있다. 수학능력만 된다면 해외유학의 길도 주어진다.

"40~50년 전 저와 같은 세대들이 출가할 때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이라는 엄숙한 관념들이 있었습니다. 출가하면 가족과도 이별이고 차마 사람으로는 하기 어려운 고행길을 가는 줄 알았던 관념이 있었지요. 하지만 새로운 세대들로 구성원들이 달라져서인지 그런 관념은 거의 사라졌죠."

[서울=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범해스님 (사진=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제공0 2023.12.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범해스님은 "옛날과는 달리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진 출가 분위기에 다행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출가하면 눈물로 이별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옛날 관념은 떨쳐버려도 좋습니다. 출가 후 현대사회와 소통하고 자신이 추구해 오던 미래지향적 삶에 대한 새로운 추진력을 얻을 수 있어요."

범해스님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스님들이 활약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거리에서 버스킹하는 스님가수,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스님인플루언서로 거리낌 없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어요. NGO단체 CEO, 사회복지사, 심리상담가, 화가, 작가, 체육인, 피아니스트, 농장주 등 사회 거의 전 분야에서 본인들이 선망하는 직종에 종사하며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현대적이고 개방적인 한국불교의 출가문화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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