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네이버 규제 '구멍'…고농축 니코틴 파는 전자담배 업체

조서연 2023. 12.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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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 즉시 퇴출이지만 '꼼수'로 감시망 피해
네이버 쇼핑에선 볼 수 없는 니코틴 함량 업체 홈페이지에는 니코틴 함량이 나오지만, 네이버 상품페이지에선 지워져 있다. [업체 홈페이지(위), 네이버 쇼핑(아래) 캡처]

(서울=연합뉴스) 윤성우 조서연 인턴기자 = 주요 온라인 쇼핑몰이 니코틴 함량이 1% 이상인 고농축 니코틴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편법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네이버에 입점한 주요 전자담배 판매 업체들은 니코틴 함량이 1% 이상이어서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질로 분류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에 따라 유독물질은 택배로 보낼 수 없고 운반 시 개인보호장구 착용 등 취급기준을 준수해야 하므로 단순 택배로 거래하는 이들 방식은 모두 불법이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 관계자는 "모든 유독물질은 택배 및 우편으로 거래해선 안 된다"며 "니코틴 함량이 1% 넘는 제품은 반드시 허가된 유해화학물질 전용 차량으로 운반해야 한다"고 했다.

판매 업체 대다수는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량을 전화로 문의한 소비자에게만 안내하거나 업체 홈페이지에만 기재하는 등 '꼼수'를 쓰는 방식으로 네이버의 감시를 피했다. 네이버쇼핑 '전자담배 액상'의 '리뷰많은순' 상위 10개 제품을 확인해보니, 모두 네이버 상품 페이지에 니코틴 함량을 기재하지 않았다. 반면 안전을 부각하는 문구는 강조해 니코틴 함량 1% 이상인 유해화학물질인 줄 모르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지난 1월부터 니코틴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전자담배의 판매를 금지하고 한 번이라도 팔다 걸린 업체는 즉시 판매 활동이 정지되도록 했다. 그러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유독물질까지 팔릴 정도로 관리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쇼핑몰이 전자담배 문제를 사실상 방치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담배 매장을 운영하는 A(35)씨는 지난 9월 네이버에 입점한 한 업체 제품의 성분 시험을 시험기관 '씨티케이'에 직접 의뢰한 결과 '니코틴이 1.88%'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시험성적서를 네이버에 제공했다. '판매 중인 제품에 니코틴이 1.9%가량 있다'는 업체 관계자의 말이 담긴 녹음본도 함께 보냈다. 네이버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수개월째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고, 구매 건수가 2천개가 넘는 이 제품은 현재까지 판매 중이다.

전자담배 니코틴 함량 검사 결과 네이버에서 판매 중인 한 전자담배를 한국품질시험원에 시험을 의뢰한 결과 니코틴이 '0.93%' 포함됐다. [제보자 제공]

또 국제공인시험기관인 한국품질시험원의 시험에서 '니코틴이 0.93% 들어있다'고 나타난 다른 업체의 제품 시험성적서도 네이버에 보냈다. 해당 업체는 전자담배 품목 네이버 순위 상위권이어서 리뷰만 수십만 건에 달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쟁사의 허위 신고도 많아 고객이 보낸 시험성적서와 판매 중인 제품이 일치한다고 명확히 확인돼야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제품이나 사진 리뷰에 니코틴 함량이 적힌 경우에만 이용 정지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네이버가 직접 성분 분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여러 문의가 반복되고 있어 다음 달 4일부터 '무(無)니코틴' 문구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거나, 니코틴 관련 질문에 회피형으로 대답하는 것이 확인되면 즉시 퇴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쇼핑몰에서 성인 계정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니코틴 전자담배 [네이버쇼핑 홈페이지 캡처]

쇼핑몰 관리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규정상 1년 안에 성인 인증된 아이디만 있으면 전자담배를 살 수 있어 온라인 쇼핑몰은 청소년 전자담배 구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 천안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B(16)군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엄마 아이디로 접속해 전자담배를 종종 산다"며 "초등학생도 전자담배를 사는 건 쉬운 일"이라고 했다. B군은 지난 9월 전자담배를 구매해 동급생 3명에게 돈을 받고 나눠주기도 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은 "전자담배 기기의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모양과 다양한 향을 보면 업계가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진입장벽이 낮은 전자담배에서 시작해 궐련형 담배로 넘어가는 청소년이 많은 만큼 온라인 판매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했다.

지난 4월 질병관리청의 '2022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남학생이 전년 대비 0.8% 증가한 4.5%, 여학생은 0.3% 증가한 2.2%로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률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학교보건학회의 '청소년의 일반담배 및 전자담배 사용 유형에 따른 흡연행위 관련 요인'에 따르면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흡연을 증가시키며,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모두 피우는 청소년은 발암물질이 몸 안에 고농도로 축적돼 중독, 심혈관계, 호흡기계 등 질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u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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