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주요 선고] ‘사법행정권 남용’ 선고 앞둔 법원…검사 탄핵 심리 나설 헌재
前대법원장·대법관·행정처 차장, 연초 1심 선고
안동완 검사 탄핵 사건 심리도 본격 시작
2024년 법원은 전현직 고위 법관 14명이 기소된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사건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1심 선고로 한해를 시작한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 법원이 사법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재판에 개입하는 등 광범위하게 권한을 남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은 한국 사법 역사에 많은 ‘역대급’, ‘최초’를 남겼다. 뇌물 등 개인 비리가 아닌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전직 판사(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가 처음 구속됐다. 임 전 차장의 경우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관계와 법리를 모두 부정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 반복된 증인 신문으로 인해 기소 후 검찰 구형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선고가 1월 26일로 예정된 가운데, 재판부가 허용되는 사법행정권 행사 범위를 처음 판단하게 되는 만큼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높다.
헌법재판소도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접수된 ‘검사 탄핵’ 사건의 심리를 시작했다. 초기 단계이고, 다른 검사들의 탄핵 사건도 접수가 막 이뤄진 상황이라 결론이 나올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교롭게도 법조인들이 사건 당사자가 된 이 사건은 모두 전례가 없었던 만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상 초유의 수사와 재판…6년여 만에 마무리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018년 6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처음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이 당시 수사를 지휘했다. 뇌물과 같은 개인 비리가 아닌 사법행정 과정에 위법이 있다며 전·현직 법관 수십여명을 상대로 하는 사상 초유의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검찰은 처음으로 대법원을 압수수색했다. 2018년 7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재직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이 압수수색됐다. 9월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대법관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임 전 차장은 5일간 총 네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구속됐다.
같은 해 11월 고결함과 청렴함의 상징 같았던 대법관들이 피의자로 소환됐고, 마지막은 양 전 대법원장이었다. 전직 수장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이 2019년 1월 포토라인에 선 것이다. 검찰청사에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며 대법원 정문에서 법원 노조 반대 속에 기자회견을 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이 모습은 모두 생중계됐다.
검찰은 이듬해 2월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을 당시 청와대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가 있다며 기소했다. 핵심은 재판개입과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적힌 범죄 사실은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강화 ▲부당한 조직 보호 등 4개 항목에 걸쳐 총 47개에 달했다.
2019년 3월 25일 첫 공판준비기일과 5월 29일 첫 정식 공판을 시작으로 총 277회의 재판이 진행됐다. 기소부터 약 4년 7개월여가 소요된 것이다. 정기인사로 인한 재판부 교체, 다수의 증인신문 등 상당한 1심 재판을 끝내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 출석한 증인만 100여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60여명이 전·현직 법관이었다.
지난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자인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한 초유의 사건”이라며 조직적 범행임을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특정 인물을 표적으로 무엇이든 옭아맬 거리를 찾아낸 먼지털이식 수사”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당초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지난 22일로 지정했다. 이후 한 차례 연기하면서 1월 26일에 선고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2018년 11월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실무를 총괄한 혐의가 있다며 재판에 넘겼다. 그로부터 5년 만인 지난달 27일 임 전 차장의 1심 공판이 마무리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불거진 지 6년 8개월 만이다. 임 전 차장의 재판장 기피신청, 반복된 증인신문 등으로 1심만 무려 245번의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선고기일을 내년 2월 5일로 지정했다.
◇헌정 사상 첫 검사 탄핵 사건…연내 선고 가능성
헌재도 첫 검사 탄핵심판 사건인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의 사건 심리를 본격 시작했다. 지난 9월 21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세 달여 만이다. 지난달 유남석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이후 3주 가까이 헌재소장과 재판관 자리가 공백이었던 데다 청구인인 국회 측이 대리인 선임이 안됐다며 한 차례 연기를 신청하면서 첫 변론 절차가 늦어졌다.
이외에도 헌재는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 사건의 기일 지정도 검토하고 있다. 손 검사는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있으면서 당시 야당에 고발을 사주하는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민주당은 “권한을 남용해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바 있다. 손 검사 1심 재판의 선고기일은 1월 12일이다.
이 검사는 사적 용도를 위해 타인의 범죄기록을 열람하는 등 의혹을 받는다. 이외에도 코로나19 시기 리조트 이용 의혹 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0일 강원 춘천시 리조트와 경기 용인시 골프장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일 이종석 신임 헌재소장이 취임했고 정형식 헌법재판관도 지난 19일 취임하면서 재판관 9인 체제를 갖추면서 심리에 속도가 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 처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역대 탄핵심판 4건을 보면 탄핵소추 가결부터 헌재 결정까지 평균 147.7일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의 의혹만큼 쟁점이 복잡하지 않아 빠른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손 검사의 1심 결과와 검찰의 수사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수사 기록은 탄핵심판 심리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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