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 하다면..’ 미치 가버, 시애틀 WS 한 풀어줄 청부사 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시애틀이 새 지명타자를 찾았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12월 29일(한국시간) FA 계약을 한 건 체결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2023시즌을 마치고 FA가 된 미치 가버와 2년 2,4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2026시즌 상호동의 옵션이 존재하는 2+1년 계약이다.
1991년생 우투우타 가버는 포수다.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메이저리그 7시즌 경력을 쌓은 가버는 통산 수비에 출전한 322경기 중 304경기를 포수로 나섰다. 1루수와 좌익수를 잠시 책임진 적도 있지만 가버의 수비 포지션은 단연 포수다.
하지만 믿음직한 포수는 아니다. 가버는 포수로 통산 DRS(디펜시브 런 세이브) -19를 기록한 선수. 통산 도루 저지율도 19%에 불과하다. '평균 이상'의 포수였던 적은 사실 없었던 선수다. 블로킹, 프레이밍, 도루저지 등 어느 것 하나도 팀을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포수다.
그럼에도 연 1,0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투자하며 시애틀이 가버를 품은 이유는 그를 '포수'가 아닌 다른 역할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로 지명타자다. 가버는 약점으로 가득했던 수비 측면과 달리 공격 면에서는 굉장한 강점을 가진 선수다.
가버는 빅리그 7시즌 통산 450경기에 출전해 .252/.342/.483 82홈런 228타점을 기록했다. 정교함에는 다소 약점이 있지만 출루 능력과 장타력에서는 손색이 없다. 가버의 통산 wRC+(조정 득점생산력)는 123. 가버가 데뷔한 2017년 이후 가버보다 높은 타격 생산성을 보인 포수는 애들리 러치맨(130)과 윌 스미스(128), 윌리엄 콘트레라스(123) 밖에 없다. 션 머피(119), 알레한드로 커크(114), J.T. 리얼무토(114) 등도 모두 가버보다 타격 생산성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다.
시애틀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시애틀은 이미 칼 랄리라는 좋은 포수를 보유하고 있다. 2021시즌 데뷔해 2022-2023시즌 풀타임 2년 동안 264경기 .223/.297/.470 57홈런 138타점을 기록한 랄리는 가버 못지 않은 타격을 자랑하는 타자다. 시애틀은 랄리를 믿고 가버를 지명타자로 기용하기 위해 그의 손을 잡았다. 넬슨 크루즈 이후 확실한 지명타자가 없었던 시애틀은 가버의 타격을 높이 샀다.
가버는 타격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통산 성적을 162경기 기준으로 환산해 계산하면 30홈런 82타점이 된다. 162경기 풀시즌을 치를 경우 30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라는 의미다. 30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타자라면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가버는 상당부문에서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세이버매트릭스 지표가 말해주듯 굉장한 양질의 타구를 날리는 선수고 충분히 기대할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타자다.
하지만 가버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건강이다. 7년 동안 출전한 경기 수가 단 450경기에 불과하다. 한 시즌 평균 64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는 것. 데뷔시즌과 단축시즌을 제외하더라도 매년 약 81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시즌을 딱 절반만 치를 수 있는 선수라는 의미다. 단축시즌을 포함해 단 한 번도 규정타석을 소화해본 적이 없다.
한 시즌 최다 경기 출전은 주전으로 자리잡기 전인 2018년의 102경기, 한 시즌 최다 타석은 2019년의 359타석이었다. 2019년 93경기 359타석만에 31홈런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시즌 100경기도 치르지 못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019년부터 매년 부상에 시달렸고 발목, 늑골, 사타구니, 허리, 팔뚝 등 부상 부위도 다양했다. 그야말로 '종합병원'인 선수. 올해도 87경기 출전에 그쳤다. '건강만 하다면' 좋은 성적을 얼마든 기대할 수 있지만 제대로 건강한 적이 없다.
엄청난 거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가버의 어깨는 가볍지 않다. 시애틀은 2023시즌 타선에서 큰 역할을 하던 선수들과 대거 결별했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FA 시장으로 향했고 에우제니오 수아레즈와 제러드 켈닉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에르난데스는 2023시즌 .258/.305/.435 26홈런 93타점을 기록했고 수아레즈는 .232/.323/.391 22홈런 96타점을, 켈닉은 .253/.327/.419 11홈런 49타점을 기록한 선수다. 세 선수의 공백을 가버 홀로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버는 이들을 모두 포기한 시애틀이 올겨울 현재까지 영입한 거의 유일한 주전급 타자다. 기대치가 큰 것은 당연하다.
시애틀은 메이저리그 최악의 불명예를 가진 팀이다. 텍사스가 2023년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하며 메이저리그에는 이제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이 5팀(MIL, SD, COL, TB, SEA)만 남았다. 그리고 시애틀은 그 중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 것조차 해보지 못한 팀이다. 2022년 '최장기간 포스트시즌 실패' 기록을 드디어 중단시키고 가을 무대에 올랐지만 월드시리즈는 진출은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훌리오 로드리게스가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루이스 카스티요와 장기계약도 맺은 시애틀은 투타의 중심을 확보한 이 시기에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그를 향한 투자의 첫 걸음으로 가버를 선택했다. 과연 '뛰어난 반쪽짜리 선수'였던 가버가 시애틀의 꿈을 이뤄주는 '청부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미치 가버)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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