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연봉 준대도 "안 가요"…'포장할 사람'이 없다[이슈속으로]

오진영 기자 2023. 12.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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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력 쟁탈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국내 기업도 패키징 인력 확보전에 뛰어들었지만, 워낙 인력 풀이 좁은데다 중국 등 다른 국가의 추격이 거세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업체는 패키징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패키징 같은 미답지는 '억대 연봉'을 내밀어도 숙련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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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수아 디자인기자


이슈속으로 /사진=머니투데이

"한 회사가 성과급을 포함해 수억원이 넘는 돈을 제시했다. 석·박사급 전공자라도 이 정도 거액의 제의는 드물다."(수도권 반도체 공장 근무자 A씨)

반도체 인력 쟁탈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무대는 패키징(후공정)이다. 칩을 포장하는 공정인 패키징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칩의 핵심 기술로 지목되면서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대폭 늘리는 추세다. 국내 기업도 패키징 인력 확보전에 뛰어들었지만, 워낙 인력 풀이 좁은데다 중국 등 다른 국가의 추격이 거세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업체는 패키징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만든 어드밴스드패키지(AVP) 팀을 확장하고, 직무 단위의 채용 설명회를 주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TSMC 출신 린준청씨도 AVP팀 부사장으로 데려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까지 열린 경력채용 서류 접수 28개 부문 중 16개 부문을 패키징 개발로 채웠다.

그러나 여전히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호소가 나온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서울대 강연에서 "사람을 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호소할 정도로 국내 반도체 인력난은 심각하다. 특히 패키징 같은 미답지는 '억대 연봉'을 내밀어도 숙련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31년까지 반도체 분야에서만 최소 5만~6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전망이다.

이같은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이 패키징 투자를 늘리면서 인력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20조원을 투입해 첨단 패키징 및 연구개발(R&D)센터를 짓는다. 삼성전자도 요코하마에 3600억원을 들여 첨단 패키징 기술 연구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보안·비용 문제로 모두 현지 인력으로 채울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인력을 더 뽑아야 한다.

패키징이 주목받는 이유는 HBM이나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해서다. 고성능 메모리는 고효율 패키징을 통해 회로를 보호하고, 성능과 효율, 용량을 개선하는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얼마나 잘 포장하는지에 따라 칩의 성능이 달라진다. AI(인공지능) 서버에 사용되는 제품도 여러 칩을 패키징해 학습·추론 능력을 강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가 패키징 투자를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는 2027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는 6번째 패키징 공장 건설에 이어 7번째 공장 건설을 논의 중이다.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앰코도 애리조나주에 2조 6000억원을 투입해 패키징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중국 JCET는 지난해 연구개발에만 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국내 업계는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과의 '패키징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 한 반도체기업 패키징부서 관계자는 "신입 공채는 물론 사내 공모에 해외 기업까지 들여다봐도 뽑을 사람이 없다"며 "연봉 상승에도 한계가 있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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