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채권자만 수백곳…워크아웃 첫 관문은 채권단 동의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이 이달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3956억원에 이른다. 내년 4분기까지 1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보증 채무는 3조6027억 원에 육박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3.12.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첫 번째로 넘어야 하는 관문은 채권단 동의다. 태영건설과 대주주인 TY홀딩스가 계열사 매각 등으로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직접 채무 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까지 포함한 채권자의 수가 수백 곳에 달해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다음달 11일 열리는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총 신용공여액을 기준으로 채권단으로부터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난 28일 태영건설이 주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본격적인 워크아웃 절차가 시작됐다. 우선 산은은 다음달 3일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 자구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한 채권자 설명회를 개최한다. 1차 협의회에서 채권단으로부터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워크아웃 절차가 시작된다. 이와 함께 채권행사의 유예와 기간,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실사 진행, PF 사업장 관리 기준 등이 논의된다. 이후 내년 4월 11일 2차 채권자 협의회를 열고 기업개선계획이 되면 내년 5월 11일부터는 공동관리절차가 진행된다.

금융권에서는 태영건설의 채권자가 수백 곳이 넘어 75% 이상의 동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직접 채무 외 PF 보증채무는 3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 보증채무의 채권자들은 은행부터 저축은행, 캐피탈사, 보험사, 새마을금고, 신협 등 다양한 금융권의 여러 회사로 구성됐다. 특히 보증채무 가운데 절반가량의 사업장이 아직 미착공 상태로 남아있어 채권자간 입장도 상이할 수 있다.

채권자로부터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태영그룹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8일 그간 태영그룹이 1조원 이상의 자구노력을 해왔고 워크아웃을 위해 태영인더스트리 등 계열사 매각과 함께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계획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현금 확보를 위해 TY홀딩스는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와 골프장 계열사인 블루원 매각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 같은 자구안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만기가 도래하는 상거래채권을 전부 갚아나가며 추가 운영자금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달리 워크아웃은 협력업체로부터 물건을 받은 대가로 발행했던 상거래채권을 갚아야 한다. 이를 갚지 않을 경우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주력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채권단이 너무 많아 동의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제출한 자구안에서 준비하기로 한 현금과 실제 마련한 현금이 적어 절차가 중단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