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59명에 혈세 연간 18억…"26년간 집행 안 해"[뉴스속오늘]

박효주 기자 2023. 12. 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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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97년 12월 30일. 법무부는 사형을 확정받은 흉악범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에서 집행된 세 번째이자 우리나라의 마지막 사형집행이었다.
이날을 끝으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2007년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했다. 제도만 있을 뿐 10년 이상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서다. 현재 남아있는 사형수 59명은 여전히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사형 집행 흉악범 23명, 형장의 이슬로
26년 전 전국 여러 교도소에서 교수형으로 사형이 집행된 사형수들은 모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범들이다.

도박 빚을 이유로 아버지와 동생을 비롯해 5명을 독살한 김선자, 150여차례 강도질을 벌이고 2명을 살해한 태규식, 9살 여아를 강간하고 살해한 임풍식 등이다.

또 1991년 10월 대구 나이트클럽에 불을 질러 16명을 숨지게 한 김정수, 시각장애를 가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여의도광장을 차로 질주해 2명을 죽이고 21명을 다치게 한 김용제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 외에 노모 앞에서 딸을, 시어머니 앞에서 며느리를 강간하는 등 악랄한 수법으로 부산 일대에서 90여 차례 강도강간 범행을 저지른 이상수·전장호 등도 사형으로 죗값을 치렀다.
남아있는 사형수 59명…세금만 연간 18억원
(왼쪽부터)유영철, 강호순, 정두영. /사진=SBS, MBC 갈무리
현재 생존해 있는 사형수(선고 확정 기준)는 모두 59명이다. 이들은 서울구치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 부산구치소, 국군교도소 등에 각각 수용돼 있다.

출장 마사지사 여성 등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 아내와 장모 등 10명을 죽인 강호순, 9명을 살해한 정두영 등이 서울구치소에 있다.

가장 오래 복역 중인 사형수는 원언식이다. 그는 1992년 10월 4일 강원 원주시에 위치한 왕국회관(여호와의 증인 예배당)에 불을 질러 15명이 죽고 25명이 다치게 했다.

재판에 넘겨진 원언식은 1993년 11월 23일 대법원으로부터 사형을 확정받고 현재까지 복역 중이다. 선고 확정일을 기준으로 이날까지 30년 1개월 8일째 옥살이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사형수 1명을 관리하기 위해 드는 연간 비용은 약 3100만원이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이들을 먹고 재우는 데 연간 18억원이 넘게 들어간다. 사형수들에게 교도소는 호텔인 셈이다. 실제 범죄자들 사이에는 '국립 호텔'로 불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선고도 거의 사라져
/사진=유튜브 채널 MBCNEWS 갈무리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상황 때문인지 법원의 사형 선고도 크게 줄었다. 1990년 36명, 1994년 35명 등 2000년대 초까지 매년 두 자릿수를 사형 판결이 나왔지만 이후부터는 한 자릿수이거나 아예 없기도 했다.

특히 1심에서 사형 선고가 내려졌더라도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대부분 감형됐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확정된 것은 2014년 6월 발생했던 22보병사단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임도빈이 마지막이다.

가장 최근 사형 판결이 나온 것은 지난 8월이다. 인생에 절반인 30년가량을 교도소에서 보낸 60대 A씨가 출소 1년 2개월 만에 또 살인을 저질러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A씨는 "시원하게 사형 내려달라"고 재판부를 조롱했고 실제 사형이 선고되자 항소했다.
법무부, 사형제 부활 목소리 커지자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
유명무실해진 사형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올해 유독 많았다. 신림역, 서현역 등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 가해자를 사회에서 영구 격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으면서다.

사형 집행을 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최고 형벌은 무기징역이다. 하지만 현행 형법에 따르면 무기형을 선고받아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다. 흉악범이 다시 사회로 나올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이에 법무부는 법 개정 작업에 착수 지난 8월 14일부터 9월 25일까지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형법 제72조가 규정하고 있는 '가석방의 요건'에 '다만, 무기형의 경우에는 제42조 제2항에 따라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의 경우로 한정한다'는 문구를 뒤에 달았다. 다시 말해 판사가 무기형에 '가석방 허용'과 '가석방 불허'를 구분해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사형은 그대로 유지, 가석방 없는 무기형과 병존해 우리 형법상 가장 무거운 형벌로서 지위와 사회적 효과를 계속 가지게 되는 셈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 10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갔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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